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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3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2. 2015.02.06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3. 2015.01.28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귀성길 정체된 도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라디오입니다. 1999년 10월부터 2001년 7월까지 미국의 공영라디오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서는 소설가 폴 오스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프로그램 《주말에 바라본 세상만사(Weekend All Things Considered)》의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코너였던 ‘전국 이야기 프로젝트(National Story Project)’에 출연해 청취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 두시탈출 컬투쇼 >와 비슷한 성격이죠. 그가 읽은 원고의 대부분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설에도 라디오에서는 가족을 부르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자주 들릴 것입니다. 다만 연휴 동안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쓸쓸해 보입니다. 오늘따라 외롭고 세상의 일부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면 데이비드 밴의 소설 『자살의 전설』을 읽어보시길 과감히 권합니다. 가족과 공유될 수 없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욱 읽어보시길.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은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를 재현합니다. 끝내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내가 왜 혼란스러운지 냉정하게 고백합니다. 홀로 고독하다고 당장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무거운 소설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나와 보세요. 설날에 멀리 떠나지 않은 대신 이참에 ‘나’와 지내보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빅 브러더』는 가족을 위해 나는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케빈에 대하여』와 『내 아내에 대하여』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소설입니다. 가족들이 떠나고 이제야 나 혼자만의 주말을 맞았다면,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명절 연휴 동안 비록 혼자라도 연인과 나 사이, 가족 속의 나를 돌아보고 이윽고 올해 설은 잘 보냈다고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슬픈 이야기든 기쁜 이야기든 그 이야기들을 거듭 읽을수록 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끈을 얼마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끈을 얼마나 강렬하게 붙잡으려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폴 오스터 엮음,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열린책들, 2004) 책은 현재 절판되었지만, NPR 웹사이트에서 영어 원문과 녹음된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npr.org/programs/watc/features/1999/991002.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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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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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자신의 블로그에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학생 최혁준은 올해 2015 대학입시를 치렀으나, 지원했던 수의예과, 생물학과, 동물자원과학과 등에서 전부 탈락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그를 진짜 전문가라고 공인해 주지 않았지만, 최혁준은 자신의 전문을 신중히 기술하여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세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애호하는 대상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심사숙고한 끝에 어리숙한 말이나 감상적인 태도는 애써 제외합니다. ‘직무유기 동물원’과 ‘우매한 관람객’에게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중히 제시하죠.

나는 동물원에 갈 때 동행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알려준다. 혼자 방사장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코끼리를 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에 아홉은 재미있어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코끼리의 행동이 어떤 요소가 결여된 사육 상태에서 보이는 정형 행동이고, 더하여 코끼리가 홀로 사육되고 있는 것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점을 알려준다. 그러면 좀 전까지는 재미있어하던 그 사람들은 대부분 표정도 눈빛도 달라진다. (…) 애써 재미있게 보려고 해도 반드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 불편함이 결국에는 피드백을 형성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혁준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책공장더불어, 2014)

얼마 전, 외신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칸 유니스 동물원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악의 동물원이라 불리는 이곳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합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동물원에서 인간은 탈출했고, 동물들은 머무릅니다. 동물들의 처참한 몰골에선 비통한 분노마저 느껴졌습니다.

‘독일어의 교황’이라 불리는 독일의 대표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는 『인간 이력서』에서 망가진 지구를 만들어 놓은 인류를 가리켜 ‘우리가 문제’라고 과감하게 고백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을까?’라고 고민합니다.

우리에게는 인류를 해치지 않는 동물과 식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다른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 위협받고 멸종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생태계의 연관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볼프 슈나이더, 『인간 이력서』, 2013, 을유문화사)

‘보호’라는 말을 매일 보는 신호처럼 무심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인류는 해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혁준은 ‘문제’가 왜 문제가 됐는지 제시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학생의 분석을 해법의 실마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볼프 슈나이더는 ‘자연 보호’가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거라 말하지만, 적어도 누굴 위해서든 보호는 필요합니다. 온갖 물질적 혜택을 누리면서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인 인간이 ‘동물에 대해’, ‘식물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가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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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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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사진 출처: 《박완서》 - 예술사 구술 총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수전 손택은 “작가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바짝 붙어서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박완서의 4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풀어낸 글은 세상의 한 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해마다 1월 22일 즈음이면, 박완서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작가의 삶을 기리기 위한 책이 여럿 출간됩니다.

2015년의 신간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이 쓴 산문집입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박완서를 글에 담았고, 친구처럼 대해줬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딸이 엄마를 썼다면, 다분히 이 책은 개인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한국문학을 다시 비추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엄마’의 딸 호원숙은 엄마를 작가 박완서로 고쳐 보고, 그의 문학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나는 글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원숙,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달, 2015)

1977년부터 40여 년간 출간된 박완서의 산문집이 최근 재편집되어 총 7권의 산문집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비틀어진 부분을 말할 때 더욱 냉철했습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은 소설에 담아 작가가 스스로 움켜잡았다면, 산문에서 작가 박완서는 자신이 걱정하는 세상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발전이란 게 계속 이런 속도로 질주만 하다간 이 아이가 주역이 될 21세기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는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없어졌을지, 그때도 사람에게 꿈이란 게 있을지, 그때 세상에도 사랑이란 말이 살아 있을지 그것조차 예측할 수 없다니 현재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그 황당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문학동네, 2015)

2012년 1월 20일,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일기에는 “살아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 작가 박완서의 4주기를 맞아 한국문학으로 살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볼 만하다.’라고 한 산문에서 직접 말씀하셨듯 오늘은 당신을 절실히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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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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