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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5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삶은 어딜 가든 따라온다
  2. 2011.06.01 <여기에 사는 즐거움> - 섬, 그곳에서 살고 싶다 (2)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삶은 어딜 가든 따라온다



마루야마 겐지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바다 | 2014

미디어에서 조장한 농촌의 모습에 속아, 은퇴 후 아무 생각 없이 시골에 내려가 은퇴자금마저 다 쓰고, 빈민이 되어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정한 대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공기 좋고 물 좋고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인정 넘치는 이웃 사촌이 즐비한 곳이 농촌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미디어의 조장이 아니라면 과연 이러한 농촌의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을까? 실제로 농촌에 살던 많은 젊은이가 도시로 이동하는데, 과연 그들은 대도시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며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는, 바로 그 대도시로 유입된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엄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귀농을 해도 만족할만한 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루야마 겐지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직설적으로 늘어놓는 사람인데, 이 책에서는 미디어에서 조장된 귀농과 농촌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어렵게 돌려 말할 것도 없이 대도시처럼 수많은 인간이 익명성을 갖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사는 생활방식에 비해, 농촌의 경우 몇 세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도시의 삶을 상상할 수 없는 농촌 주민들은 마을 구성원들의 사생활에 서로 깊숙이 개입하는 삶을 살아오곤 했다. 그러니 미디어에서 조장한 인간미 넘치는 농촌생활의 실상이라는 것도 결국은 대도시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기준으로 봤을 경우, 터무니없는 사생활 침해의 다른 이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농촌에는 마을만의 무언의 생활규칙이 있다. 외지인이 암묵적인 규칙을 어길 경우,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한편 저자는 치안에 대해서도 논한다. 대도시의 경우 농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서 살고 있기에 치안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넓은 면적 대비 경찰의 수치는 대도시의 그것과 비교할 경우 현저하게 낮다. 결국 이는 치안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중구의 치안 수준과 경기도 포천, 양주, 광주 같은 넓은 행정구역의 치안 수준이 과연 같을까. 단위 면적당 배정된 경찰의 수치는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대도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기관을 비롯하여 종합병원 응급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골은 반대되는 의료 환경을 지닌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책의 주된 소재를 귀농으로 삼았지만, 본질적으로 인생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그 무게라는 것이 농촌으로 거처를 옮긴다고 해서 더 가벼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독자들에게 격정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막연히 낙원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주할 때 오히려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간명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이 마주하기 싫어하는 내용을 '귀농'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마루야마 겐지! 그의 힘 있는 문체 때문이라도 열혈의 에너지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여겨 추천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청아'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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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섬, 그곳에서 살고 싶다


 

 

야마오 산세이 | <여기에 사는 즐거움> | 도솔 | 2002

 

 

"인생의 어느 시기에 배움과 동경의 여행은 끝나고, 여기에 산다는 것이 시작된다. 때때로 떠나는 여행도 포함하여,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대다수인 우리에게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인생 여행의 참다운 시작이다."

 

야마오 산세이 씨는 시인이다. 서른 아홉에 일본 남쪽 끝의 야쿠 섬이라는 곳으로 간다. 숲속에 터를 잡은 그는 오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오후에는 농사일을 하는 삶을 시작한다. 직접 집을 짓고, 먹거리를 재배하고, 땔감을 구하는 삶, 원숭이와 사슴이 애써 기른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기도 하고, 잦은 태풍으로 번번이 집과 터전이 황폐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행복과 즐거움이 함께 하는 삶, 이 책은 그러한 삶에 대한 보고서이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호화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즐거움이 있어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내게는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좋고, 조몬 삼나무가 그리 하듯이, 텃밭 한 귀퉁이에 놓은 통나무에 앉아 날마다, 아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쉬는 시간이야말로 참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섬이라는 외딴 공간, 숲속의 작은 오두막,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망울을 터트린 나팔꽃이 마당에 가득하다. 바쁜 일도 서두를 것도 없다. 필요에 맞추어 오늘 할 일을 정한다. 가족과의 소박한 밥상, 노동의 기쁨. 살아간다는 것은 태어남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수십 억 년 진화가 가져온 축복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야마오 씨 삶의 편린을 살펴보자.

 

5월, 수유나무 열매와 나무딸기가 익는 달이다. 빗쿠리 수유나무 열매는 새끼손가락 끝 정도의 타원형으로 잘 익으면 반투명한 루비처럼 진홍빛이 된다. 그냥 빨갛기만 할 때는 시고 떫어서 손길이 가지 않지만, 진홍색으로 잘 익었을 때는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울려 먹기 좋은 들 과일이 된다. 오후에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이 하는 최초의 놀이는 수유나무 열매따기다.두 살짜리 동생과 작은 봉지를 들고 둘이서 새빨갛게 익은 것만 따 모으고, 먹고 싶은 만큼은 자기들도 먹는다.

 

열흘 정도 지나면 수유나무 열매의 계절은 끝이 나지만, 나무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무딸기는 집 주위의 풀숲을 비롯하여 어디에나 자생하고 있는 까닭에 어른 아이를 불문하고 이 시기는 딸기의 계절이다. 수유나무 열매는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에 대여섯 알 정도 먹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나무딸기는 거기에 있는 것을 다 따먹고 다른 곳에 새로운 나무를 발견하면 또 따먹고 싶어진다.

 

채집의 즐거움, 야마오 씨는 이것을 석기문화라고 부른다. 나무열매를 따먹으며 생존해온 우리 인류가 수백 만 년에 걸쳐 유전자에 각인된 즐거움, 이것이 산업혁명 이후 단 일, 이백 년 만에 사라질 리가 만무하다. 석기시대 사람들에게 그 시대가 풍요로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시대에 그 시절의 문화가 풍요로움과 기쁨으로 기억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작가가 '석기시대 충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 우리의 문명을 균형 잡힌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성찰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야마오 씨는 그 깨달음을 일컫는 말로 '가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미',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 하느님, 신령. 특히 부처님에 대한 神道'라고 되어 있다. 나도 '가미'란 보통 神으로 번역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야마오 씨가 말하는 '가미'란 우리가 알고 있는 신과는 그 개념이 많이 다르다. 책에서 '가미'에 대해 소개한 글을 몇 개 찾아보자.

 

"가미는 아직 명확하게 신의 형태에 도달해 있지 않는 원초의 존재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예배나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다."

 

"하나로서의 신과 구별하기 위해 삼라만상으로서 나타나는 오래되지만 새로운 신을 그냥 가미라고 표현한다. 이 가미는 지배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고 조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까지의 신과는 다르다."

 

"가미에도 여러 가미가 있지만 제비꽃이라는 가미는 무조건 사람을 행복 속으로 밀어 넣는 성질을 가진 가미다."

 

"가미란 우리를 초월해 있으며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깊고 강한 에너지를 주는 것의 별명이다."

 

"우리가 만나서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풀이든, 나무이든, 바위나 돌이든, 사람이든, 곤충이든 나는 그것을 가미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가미가 무엇을 일컫는 말인지 알겠는가?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라도 알 것 같다면, 당신도 아마 깨달음에 조금씩 다가가려는 사람이리라. 그렇다, 그것은 깨달음이다. 야마오 씨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터득한 깨달음, 거기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숲은 숲이기에, 바다는 바다이기에, 또 풀 한 포기는 그 풀 한 포기의 생명이기에 그곳에 즐거움과 행복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깨달음, 야마오 씨는 그것을 '가미'라는 단어로 표기한다. 마치 노자와 장자가 '道'라는 용어를 사용하였 듯이.

 

야마오 산세이 씨는 200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25년간의 섬생활을 마감했다. 권력과 부귀를 탐하지 않고 수고로움과 소박함에 감사하던 삶, 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구 전체의 생명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 꿈꾸었던 삶. 어차피 정해진 시간의 둘레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어떠한 것이 보다 더 가치있는 삶일까? 야마오 산세이 씨의 삶과 자세는 어쩌면 내가 가야할 길의 작은 등불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duck’ 님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나를 인정하며 스스로 만족해 살아가는 삶을 꿈꾸는 책 읽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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