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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6 《Paint It Rock》 - 만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2. 2009.07.17 ‘록 스피릿’을 찾아 떠나는 재미난 여행 - Paint it Rock

《Paint It Rock》 - 만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남무성 | 《Paint It Rock》 | 북폴리오 | 2014


한국 어른들은 만화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다른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면서 만화책은 그저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유치한 것’으로 꾸짖기 일쑤다. 정치적으로 유독 피곤한 시대를 살아 그런지 우리 부모 세대는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했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사고가 경직된 탓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 세대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부모 세대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만화를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지의 슬픈 대물림이다. 8년 전, 붐비기로 악명 높은 도쿄 지하철 안에서 전과 크기만 한 소년챔프를 정독하는 정장 차림의 일본인 회사원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만화 보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한국 어른들은 나를 더 한심하게 만든다. 그 어렵다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칸트의 《비판》 시리즈, 《논어》와 《맹자》를 만화로 풀어내면 얼마나 이해하기가 쉬워지는지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천시하고 무시하는 건 알량한 지적 허영이자, 경험하지 않고 단정 짓는 편견과 선입견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다.

북 치고 장구 치다

남무성의 《Paint It Rock》도 한국 ‘어른들’은 그저 코흘리개들이 좋아하고 환호하는 일개 만화책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척 베리(Chuck Berry)부터 콜드플레이(Coldplay)까지 록의 6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 책의 첫 권을 읽었거나 작가의 지난 작품 《Jazz It Up》을 읽어본 사람들은 그 비웃음들이 얼마만큼 어설프고 쓸데없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만화여서 쉽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이고 읽는 사람들에게 축복인지 저들은 아직 잘 모른다. 단지 그 만화를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Paint It Rock》이 좋은 건 글과 그림을 모두 음악평론가인 작가가 직접 쓰고 그렸기 때문이다. 이는 언뜻 가벼운 우연처럼 보여도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한 장르의 통사를 살피는 과정에서 개인 사유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집필을 위한 자료 찾기와 정리는 누군가 도와줄 수 있겠지만, 생각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고 능력이므로 남이 해줄 수 없다. 생각한 이가 스스로 표현했을 때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을 띠게 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 면에서 남무성은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글과 그림이라는 두 재능을 모두 가졌고, 록 역사에 그것을 아주 잘 발휘해 내었다.

웃기니까 만화다?

이 책은 일단 웃기다. 무릇 역사란 어느 장르건 진지한 법인데 이 책은 진지함을 유머로 부드럽게 만든다. 다루는 내용은 의도한 과장과 개그 코드를 빼면 모두 사실(Fact)이어서 웃으면서 록의 지식을 하나하나 자신의 머릿속에 쟁여나갈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만화책의 힘이 있는 것이다. 물론 《Paint It Rock》은 어쩌면 만화책을 가장한 ‘진짜’ 록 역사책일지도 모른다. 작가도 충분히 의식한 듯 “만화책에 글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해골 아픈 이야기들”을 원망하는 독자들을 가정한 걸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은 만화책이라고 쉽게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볼 만큼 ‘글’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이 얽힌 관계, 각종 상황을 한 자리에서 풀어내야 하니 어찌 그림으로만 가능했겠는가. 쥘 베른의 책에서 독자의 숨돌림을 도운 게 삽화라면, 남무성의 책에선 글이 그 역할을 했다.

듣기의 미덕

그림도 많고 글도 많아서 이 3부작을 읽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독자의 시간을 위협할 요소가 바로 음악이다. 작가도 책 속에 언급해두었듯 이 책은 록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음악이 먼저고, 이야기는 그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유일한 약점이랄까. 그것은 “자우지장, 두다다다”의 의성어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책이라는 매체의 한계와도 직결된다. 책이 다룬 뮤지션들의 대표곡이 담긴 컴필레이션 CD를 한 장씩 부록으로 붙여도 될 법했건만, 역시나 저작권 문제라는 큰 장벽 때문에 포기해야 했으리라. 이 난관은 독자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방법은 하나, 책에서 언급한 앨범과 곡들을 직접 찾아 듣는 것이다. 요즘 같이 좋은 세상은 이럴 때 활용하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CD를 구하기 힘들면 음원 사이트로 가면 되고 거기에도 없으면 유튜브라는 괴물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필자도 해봤는데 웬만한 앨범과 곡은 다 찾아 들을 수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한 취지도 좋은 록 음악들을 함께 듣자는 데 있는 만큼 듣기는 《Paint It Rock》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한, 어쩌면 읽기보다 더 본질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입문자용이 아니다

에필로그에서 남무성은 이 책이 “어린 음악 팬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중년들에게는 향수를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책이 입문자용이면서 입문자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꾸준히 록 음악을 찾아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좀 가벼울 수 있는 반면, 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버거운 내용일 수도 있겠다. 우선 등장하는 뮤지션들 수가 엄청나고 그에 따른 앨범과 곡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처음에 겨냥했던 독자층(=록 입문자)이 이 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록에 관해 좀 더 아는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뮤지션 이름도 외워야 하고 그들의 관계도 파악해야 하고 앨범도 찾아야 하고 곡도 찾아야 한다. 찾으면 또 들어야 한다. 그나마 얼터너티브 록은 짧고 명쾌하지만 프로그레시브와 아트록 쪽으로 가면 듣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브릿팝은 감미롭지만 헤비메탈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기나긴 아트록 러닝타임의 압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단순한 입문자용이 아니다. 록에 관심이 있고 록을 사랑하는 사람 또는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만큼 섭취하고 즐길 수 있는, 굳이 따지자면 ‘중급’ 정도 수준의 서양 록 통사라면 맞겠다. 뉴메탈이 빠진 것에 일부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끼는데, 저자의 주관이다. 주관이 배제된 저작은 있을 수 없다. 매체가 가진 오래된 특징, 관행을 본다면 그리 큰 오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콘과 시스템 오브 어 다운까지 나왔다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그에 비길 만한 재미와 감동이 《Paint It Rock》에 있으므로 더 이상 트집거리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삼국지》를 다시 읽는 기분이었다. 요코야마는 따분한 이문열의 《삼국지》를 내 기억에서 밀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남무성도 마찬가지다. 록에 취하고 싶은 자들은 이 책을 집어라.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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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피릿’을 찾아 떠나는 재미난 여행 - Paint it Rock


 

남무성, <Paint it Rock>, 고려원북스, 2009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록’(Rock)은 언제나 ‘남’의 음악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록을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 “록은 시끄러워서 안 듣게 된다”고 했더니 선배는 “시끄러운 게 아니고 강렬한 것”이라며 핀잔을 주었다. 무슨 연유에서 록 음악을 멀리하게 됐을까. 조용한 산골짜기에서 자라 ‘강렬한’ 음악이 낯설었던 걸까. 아니면 마니아가 많은 록 음악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록은 늘 바라봄의 대상이었을 뿐,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만화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그것도 책 제목도 알아볼 수 없는 먼 거리였지만, 그림만 보고도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재즈 입문서 <Jazz it up> 시리즈를 그린 재즈평론가 남무성이다. 재즈 매거진 <MM JAZZ>를 창간하고, 많은 공연을 기획한 그는 ‘재즈 초보’인 나에게 재즈의 재미와 지식을 선물했다. 이번 책은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이다. 오호라! 그와 함께라면 록 음악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록으로의 여행은 시작됐다.

쉽다,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은 195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펼쳐진 록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60년대 로큰롤 밴드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척 베리를 시작으로 로큰롤의 제왕이라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의 대표주자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신의 경지에 오른 연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열광시킨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이 활동했던 크림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숨이 찰 정도 많은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빠졌다 섭섭지 마시고,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뮤지션들은 <Paint it Rock> 목차를 보고 직접 확인하시길.)

<Paint it Rock>은 쉽고 재미있다. 혹자는 음악을 좀 더 알고 싶어 책을 펼쳤다가 전문가들의 화려한 수사에 기가 죽었던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책을 덮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앞에서는 기죽을 필요 없다. 작가는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록의 정수를 전하고자 한다. (좀 어려운 말이 나오면, 책 속 인물들이 알아서 비난해준다.) 또 각자 개성을 따라 만든 인물들과 당시 상황을 재현한 그림들은 문자가 할 수 없는 명쾌함을 전달한다.

또 책을 읽는 가운데 ‘킥킥’ 웃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작가의 재치와 유머가 최대한 활용될 수 있는 만화이기 때문에게 가능하다. 이 책에서 문자 텍스트는 박스 안의 텍스트와 인물들의 말풍선으로 구분된다. 박스 안의 내용들은 역사의 실증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반면, 말풍선의 내용은 말 그대로 작가의 상상력이다. 위대한 뮤지션이라 칭송받은 이들은 서로 엽기적인 대화를 나누고, 술과 마약으로 정신을 놓기도 하며, 거침없는 욕을 하면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연출한다. 크림의 잭 브루스와 진저 베이커가 주먹다짐을 하고,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물론 쉽고 재미있다고 다 좋은 책은 아니다. 더욱이 록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절반의 실패’가 아닌 그냥 ‘실패’일 것이다. 하지만 <Paint it Rock>은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하다. 수많은 뮤지션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떤 음악적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위대한 뮤지션이 됐는지, 뮤지션들 끼리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그리고 한 뮤지션이 역사적인 측면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잘 짚어주고 있다. 또 미국의 전후문화, 히피문화 등 미국 문화의 역사를 함께 서술하면서 뮤지션들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 뮤지션의 대표곡은 물론 그(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음반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떤 음반을 들을까 하는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밥 딜런을 만나다

<Paint it Rock>과 함께 록으로의 여행을 하면서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록 스피릿’을 마주하게 됐다.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밥 딜런의 삶과 음악세계를 보면서 무언가가 몸속에서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하기 전 밥 딜런은 우디 거스리와 똑같은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을 앞둔 우디 거스리는 미발표 곡을 밥 딜런에게 주겠다며, 자신의 집을 다녀올 것을 요청한다. 그 집으로 향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고, 그 가운데 밥 딜런은 자신만의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밥 딜런은 말했다.
“우디는 시적인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시인이었죠. 그는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들로 세상을 나누고 인류의 해방에 관심이 많았으며 살 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딜런이 주목한 바로 그 점은 의식을 담고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자의식의 출발이었다. (p 71)


단 세 컷의 만화에서 펼쳐진 대화를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의식. ‘나에게 자의식이 있었는가.’ 책을 보고 (부족하지만) 글을 쓴다는 사람이 ‘자의식’이란 말을 낯설어 하다니. 그저 ‘좋은 책 많이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보고 자판을 두들겼다. 하지만 이것에 자의식이란 말을 붙이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때부터 매 줄 마다 자의식을 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먹고 사는 것을 넘어, 그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넘어선 그 무언가. 그 무언가는 아직 스쳐지나가는 바람(Blowin' In The Wind)에만 머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길을 나섰으니 언젠가 도달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밥 딜런은, <Paint it Rock>은 소중하다.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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