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12.11 《잘 왔어 우리 딸》 - 너를 기다렸어
  2. 2014.11.18 《여행, 혹은 여행처럼》 - 그래 어디든 가자
  3. 2014.08.21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길을 걸었지
  4. 2013.05.20 [서점에서 만난 사람] 결혼생활자, 둘 :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도 좋아 -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 (7)

《잘 왔어 우리 딸》 - 너를 기다렸어

 

 

서효인 | 《잘 왔어 우리 딸》 | 난다 | 2014

 

서효인 시인과 페이스북 친구다. 처음에 '부평'이라는 시를 읽고 좋아서 메모해둔 게 시작이었다. 이후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를 킥킥거리며 읽은 뒤 이름을 내내 담아두었다. 오은, 유희경, 정한아 시인 등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을 쓴 이들과 함께 그가 시작(詩作) 활동을 하는 동인이라는 것을 알고,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누르다 친구가 되었다. 이 미미한 인연의 끈 덕에, 감사하게도 나는 출간보다 좀 더 빨리 서효인 시인과 은재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간간이 올라오는 그의 글에 나는 열심히 '좋아요'를 눌렀다. 당연히 그의 글이 무척 좋아서 그랬지만, 내가 좋아한 게시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생각하기를 바랐다. 은재와 서효인 시인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여 나온다기에 당연히 설레며 기다렸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바심을 냈다. 읽을 얘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혹은 이미 읽은 내용에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간 반짝이는 순간이 남아 있을까 봐. 너무 소중한 것은 차마 소중하다고 말할 수조차 없이 조심스레 아껴두게 마련인데, 이 책이 꼭 그렇다.

 

서효인 시인의 딸 은재는 이른바 다운증후군이라 불리는, 보통 사람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아이다. 이 책은 서효인 시인이 은재를 얻기까지, 그리고 그 후 아이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마주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장애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대중문화 텍스트에서 흔한 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 말고, 일상에서 장애인과 마주칠 일이 많은가? 다운증후군에 대한 지식이란 고작해야 눈이 조금 올라가 있고, 표정이 없거나 찡그리며,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 정도다. 이것조차 확실치 않다. 미디어에 비친 일부일 수도 있으니.

 

서효인 시인 또한 은재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장애에 대해 다소 편견이 있었다. 혹은 장애를 잘 모르는 사람일 뿐이었다. 한국은 정해진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모든 것에 대해 절망적일 정도로 배타적인 나라다. 한국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에 따른 정서적 고통 또한 감내해야 하는 것일 테다. 그는 가장이라는 무게에 더해 지금껏 자신이 쌓아온 편견과도 싸운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야. 상상 속에 우리를 만들어 우리 밖 타인을 제외하고 멸시하지. 네 아이는 우리 바깥에 있어. 너도 그랬잖아. 어제까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잖아. 네가 울타리 밖에 나앉을 거라고, 너의 아이가 보통의 아이, 평범한 아이, 누가 봐도 예쁜 아이가 되지 못할 거라고 털끝만큼도 예상하지 않았잖아. 이제는 어떻게 할 건데? 대답해봐.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133쪽)

 

작은 심장을 갖고 태어난 아이, 구멍이 난 심장을 갖고도 있는 힘을 다해 숨을 쉬는 아이를 보며 그는 이 '느리지만 결국 다 해내는 아이'의 아빠가 될 것을 결심한다. 다음 쪽의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멈추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이것은, 평생을 걸쳐 써내려 갈 한 아름다운 시집의 시작이다.

 

여러 책을 읽고 좋은 글과 보통 글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길.
악기를 다루게 되어 마음이 다쳤을 때 부드러운 음을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온갖 종류의 폭력에 반대하며 이미 만연한 모든 폭력에 예민한 감성을 지니길.

나는 완전히 착각을 했다. 착각의 늪에 빠졌다. 그런 것들은 아이의 가능성이 아니다. 순전히 나의 바람일 뿐이다. 남에게 보이기 좋은, 혹은 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서 아기의 작은 몸 곳곳에 문신처럼 새기고 있었지 뭔가. (…) 나는 나를 기대하기로 했다. 실망도 나에게 하기로 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그저 찬탄의 대상이어야 한다. 나에게 우주처럼 넓고 별처럼 많은 가능성이 생겨난다. 기대감이 무너진 자리에, 아이를 맞이하는 건 처음이다. (103~105쪽)

 

좋은 구절이 나오면 책 낱장을 접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거의 모든 쪽을 다 접는 바람에 책 아랫머리가 두툼해졌다. 마음으로 쓴 글은 마음으로 읽게 된다. 온 마음을 다해 읽었다. 그리고 서효인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은재의 사진을 가만 바라보았다. 카메라 너머 그의 마음까지 조심스레 건너다봤다. 시인은 앞날개의 저자 소개에서 '음악과 유머가 세상을 구원할 마지막 열쇠'라고 했다. 《잘 왔어 우리 딸》은 마냥 신파로 일관하지 않는다. 절망의 순간에서 길어 올리는 그의 유머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웃음이 난다. 눈물을 찔끔거리다 쿡쿡 웃으며 어쩐지 이 부녀의 이야기가 정말로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겠다고 믿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결혼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아이를 좋아하니까 내가 자라며 원했던 것, 해주고 싶은 것들을 가끔 떠올리며 아직 오지 않은 그 순간을 나름대로 셈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그 생각이 과연 누구를 위한 생각인 걸까 싶다. 아이와 나의 길은 각자의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나란히 걸으며 때로는 헤어지고 서로를 북돋게 되리라. 어쨌든, 우리가 만난 순간의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다. 좋은 책은 세상의 순간에 가는 다리를 놓는다.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다리를 건너, 은재와 같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런 순간이 있다. 세상에 없던 것이 생기는 순간. 사람의 몸에서 다른 사람이 빠져나오는 순간. 내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순간. 순간이 아닌 순간. 그 순간. (75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재스민'님은?

사람이 궁금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했다. 이 모든 것이 책에 있었다. 책과 영화와 음악, 그리고 당신이 어우러지는 좋은 저녁이 매일 이어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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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그래 어디든 가자

 

 

정혜윤 | 《여행, 혹은 여행처럼》 | 난다 | 2011

 

독서에도 시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책을 처음 꺼내든 건 약 3년 전이다.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드러누워 이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에 당시의 나는 잡념이 많았다. 그렇게 덮은 지 3년이 지났고, 다시 책을 펼쳐 들었을 때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었다. 이 책 좋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지인에게 연락할 정도로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우린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다양성 속에 이미 살고 있음을, 나아가 그 다양성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삶의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려 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나를 사로잡았다. (191쪽)

 

얼핏 책 제목만 보면 저자가 어딘가를 여행하고 돌아와 쓴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펼쳤다. 여행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공간을 이동한 여행기가 아니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놀랐던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다양성 속에 이미 살고 있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고 찾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진딧물을 연구하는 박사님의 이야기가 특히 놀라웠다. 아주 작은 생명체를 연구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타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세계에 매력을 느껴 묵묵히 길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이 대단했다. 나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가. 조금만 알아주지 않아도 이내 서운해 하고, 감정을 다 토로하는 내가 그 작은 생명체 앞에서 부끄러웠다.

 

우리가 출발점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려 하지 않는 경우, 안주할 경우, (…) 여행지에서 선택을 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선택과 포기 ‘뒤’에, 선택과 포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모두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141쪽)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청년 소모뚜의 이야기. 그는 자신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포기를 더 많이 선택해야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안타까웠다. 내 안에도 그런 이기적인 존재가 도사리고 있고, 언제든지 튀어나올 것을 알기에 소모뚜의 선택과 포기,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끈기와 인내 속에서 “모든 것을 다 갖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않기를 다짐했다.

 

어떻게 보면 인터뷰집 같기도 한 이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다양한 여행을 했다. 저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한 여행을 나 또한 경험했다. 이런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타인의 인생이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야 여행이고, 그곳에서 색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현재 살아가는 이 삶이 충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그 여행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 나는 앞으로 자신에 더 충실한 여행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언제 또 이 모습으로 이 삶을 살아볼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192쪽) 라고 했듯이 이렇게 살아가는 내 삶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여행자의 첫 출발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안녕반짝'님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깊은 밤에만 독서할 수 있지만, 그 고요한 시간이 오로지 나만의 것인 듯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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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길을 걸었지

 

 

이광호 |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난다 | 2014

 

멀리서 보면 장소는 무심하고 자명하며, 가까이서 보면 장소는 비밀스럽고 남루하다. 생의 매 순간 우울과 설렘 속에서 자리 잡은 특별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장소가 문득 지울 수 없는 뉘앙스로 마음에 새겨질 수 있다. 익숙한 풍경이 낯선 시선 속에서 특별한 장소로 전환되는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무감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고유한 장소가 남아 있을까? (10~11쪽)

 

어느 시절 서울은 내 삶의 일부였다. 길지 않는 날들이었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기 위해 도착한 서울은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병원이라는 거대한 공포도 서울에서만 이뤄지는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 앞에서는 무감해졌다. 병원과 터미널 주변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짧은 만남의 긴 이별에 대해 아쉬움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어떤 장소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어떤 장소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광호의 말처럼 내게 서울이란 공간이 그러하다. 용산을 담은 이 책이 나에게는 서울로 대치된다. 그래서 이광호가 부여하는 용산의 의미를 고스란히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까지 몰랐던 용산의 역사와 아픔에 한발 가까이 다가선다. 비로소 나는 여행자가 된다. 선명하고 담담한 말투의 용산 안내자 이광호를 따라서.

 

어떤 장소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곳의 시간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너의 장소를 벗어난다 해도 너의 부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88~89쪽)

 

글의 골목을 따라 마주한 용산에는 묘한 슬픔이 감돈다. 용산역의 화려함, 동부이촌동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가려진 그곳에 여전히 눈물로 얼룩진 삶이 있다. 어쩌면 그 슬픔은 용산의 지금을 쌓은 수많은 상처 조각일 것이다.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 속 전자상가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이태원, 남산, 한남동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진다.

 

이광호의 애련하고도 청아한 문장으로 태어난 용산은 슬픔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난 곳이다. 용산에는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용산은 어떤 삶의 부재를 증명한다. 용산을 걷다가 어쩌면 불현듯 떠오르는 특별했던 공간과 해후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이제는 평범한 장소로 전락했더라도. 분명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과 오롯이 마주한 나처럼.

 

어떤 지독한 기억은 이 생애가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반드시 망각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참혹한 얼굴도 마침내 지워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순간에도 망각은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 ‘너를 잊게 된다는 것’은 ‘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152~153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선인장'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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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결혼생활자, 둘 :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도 좋아 -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도서 이미지 제공 | 애니북스

 

일과 사랑과 삶의 공존은 가능하다, 두 사람이 노력한다면! 우리는 결혼에 관한 네온비 작가님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부럽다, 훈훈하다, 좋은 염장이다…… 긍정적인 반응이 마구 터져 나온 인터뷰였죠. 하지만, 의심 많은 우리 천만(?) 독거생활자들이 팔짱을 딱 끼고 삐딱하게 앉아 묻네요. 결국 자기 삶의 일부분을 서로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게 정말 행복해? 이것은 결혼생활자에게도 찾아드는 의문일 것입니다. 남편, 아이, 시댁 혹은 친정 어른들을 비롯하여 결혼 이후 지지고 볶는 타인들 사이에서 내 삶은 가능한가. 문득 아예 다른 삶, 결혼 이전의 내가 그리워지기도 하겠죠. 그런데요. 난다 작가님은 도리어 이 결혼생활의 미래를 꿈꾼다고 합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는 것을요. 그런 행복을요. 행복의 모양새란 완전하기보다는 조금 삐뚤빼뚤하고 못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얻는다면, 《어쿠스틱 라이프》는 우리와도 그리 멀지 않은 삶이겠죠?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할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화입니다. 2010년에 시작하여 현재는 시즌7로 완결된 상태고, 단행본으로는 4권까지 출간되었는데요.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한 만화는 이제 책이 되어 한 권씩 쌓여 가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난다 | 1권을 출판하면서 2권도 낼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권까지 나오고, 지금은 5권을 준비중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밖에 없어서 여전히 신인 같은 기분이에요.

 

반디 | 이 만화로 이름을 알리셨지만, 사실 작가님께서 만화를 그리신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남편 분이신 ‘한군’과의 인연이 고등학교 시절 만화 동아리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평생의 짝과 일, 두 가지를 만나게 한 것이 만화였던 셈인데요. 이 만화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어쿠스틱 라이프》를 처음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난다 | 원래 하고 싶은 만화는 판타지 장르였는데 당시 동아리 사람들이 '너는 니얘기가 제일 재밌다'고 종종 말해주곤 했었어요. 사실 판타지물을 꼭 좋아했다기보다 90년대에 워낙 대유행이어서 휩쓸렸던 거지만요. 아무튼 계속 공모전을 통해 만화가 데뷔를 노리다가 취업 시점이 되면서, 생업(게임회사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을 유지하면서도 그릴 수 있는 형식의 가벼운 생활만화를 그려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반디 | ‘한군’과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다루면서 웹툰계의 대표 결혼장려만화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만, 《어쿠스틱 라이프》는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한 여자의 일상사와 인생관이 담겨 있는 생활만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결혼만화라고 의식해본 적은 없다고 최근 연재분 후기에서 밝혀주셨는데요. 이런저런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부연해주신다면요?

 

난다 | 생활만화다보니 제가 처한 일상이 타이틀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무래도 만화가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서 결혼만화로 국한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결혼하면 이렇게 행복하단다. 너네도 이렇게 해봐.'처럼 들릴까봐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물론 행복한 건 맞지만) 결혼도 육아도 삶의 한 가지 선택일 뿐이라는 것, 그런 프레임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요.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의 이야기는 작가님의 임신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쌀이’를 순산하셨고요. (축하드립니다!) 아기가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생활에 다종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난다 |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정말 변화가 많아요. 생활패턴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다행히 아기가 잠을 잘 자주는데다, 시터의 도움으로 내 시간을 확보 받고 있어서 금방 적응한 것 같아요. 남편도 육아분담을 잘 해주고 있고요. 더 많은 이야기는 6월부터 시작될 어쿠스틱 라이프 8시즌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반디 | 드라마와 시트콤을 오가며 인생을 꿰뚫어 보는 시선(저는 관통미라고 부르고 싶어요.^^;)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만화 속에서 인생을 관통하는 테마로 ‘병풍’을 언급한 적도 있으신데요. 요즘 새롭게 발견하신 인생의 테마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난다 | 병풍테마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겨우 발견한거라……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독자 분들 앞에 지금까지 총 4권을 선보였는데요. 웹상에서 연재하던 만화를 단행본으로 엮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연재 순으로 구성해 나가시겠지만, 그 외에도 어떤 기준이나 콘셉트를 가지고 만들고 계시는지요. 앞으로 몇 권이 더 남았는지 책을 사 모으는 팬으로서도 미리 알고 싶어요.

 

난다 | 웹상에 공개된 만화이기 때문에, 책으로 봤을 때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부록원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생활정보만화(?)인 리빙포인트를 비롯해, 데뷔 전에 그렸었던 미공개 오리지널 에피소드들도 다시 그려서 싣고요. 4권부터는 미공개 분량이 다 소진되어서 리빙포인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엔 웃자고 시작한 리빙포인트가 권을 거듭하며 매우 진지해지고 있어요.

 

또 웹툰이 책으로 옮겨졌을 때 호흡이 달라지지 않도록-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이-많이 신경써주고 계십니다. 사실 단행본에 관해서는 애니북스 김지아 편집자님의 노련함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요. '이런 이런 건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물으시는데 '전문편집자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거의 수긍하는 편이예요. 그렇게 받은 과제 안에서 최대한 재밌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게 제 몫이고요. 단행본은 일단 지금 연재된 분량까지는 다 출판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자학의 시》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한편, 작가님께서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추천평을 쓰시기도 했는데요. 이런 경우를 보면 작가님도 독자로서 꽤 많은 만화를 애정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만화 인생에 영향을 끼친 거장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난다 | 좋아하고 닮고 싶다는 작가들은 많지만, '인생에 영향 레벨'까지 오른 작가는 드문 것 같아요. 자학의 시를 보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 고 생각한 게 가장 기억나는 영향인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세는 조석 작가님을 목표로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디 | 작가님께서는 만화뿐만 아니라 여러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시는 독서가입니다. 저는 작가님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을 접하고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이처럼 최근에는 육아와 관련해서 갖가지 책을 섭렵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기와 만나기를 기다리는 독자 분들에게 몇 권 추천해주시면 좋겠어요.

 

 

난다 |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에세이집을 좋아해요. 딸 윤미가 태어나 시집갈 때까지의 모습들을 아버지인 전몽각 선생이 사진으로 남겨 엮은 책인데요. 평범한 가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가 마무리 되고, 다시 자식이 같은 역사를 만드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보는 거죠. 마지막 장을 덮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제 딸이 태어난 후 《윤미네 집》을 다시 보니 전에는 못 봤던 '육아'라는 부분도 새로이 보여서 재밌는 데다, 나도 이렇게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고 있구나 싶어서 펼칠 때마다 기분 좋아져요.

 

반디 | 육아로 바쁘시겠지만 작업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요즘에는 작가님께서 참여하시는 ‘창작집단8’의 활동이 무척 활발해 보입니다. 작가님을 비롯하여 다음과 네이버 등 여러 포털에서 연재 중이신 작가 분들을 접할 수도 있고요. 함께하는 분들, 활동 취지, 앞으로의 계획을 난다 작가님께서 ‘창작집단8’을 대표하여 소개해주세요.

 

 

난다 | 창작집단8은 저를 비롯해, 10명의 만화가들이 '손에 잡히는 단편만화집'을 만들어보자는 투지에서 시작한 모임입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활동취지는 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기존의 어쿠스틱라이프 외에 작품영역을 더 넓혀보고 싶은 마음, 학생시절 이후로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줄 알았던 단체 활동에 대한 환상 등등이고요. 텀블벅이라는 창작후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독자들로부터 선후원을 받은 원고료로 첫 번째 책을 제작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첫 번째 단편집의 주제는 '여행'으로, 10명의 작가들이 같은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 책으로 엮습니다. 실물 단편집은 후원해 주신 분들만 보실 수 있고요, 만화는 창작집단8 블로그*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 창작집단8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반디 | 차기작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즌7의 후기를 통해 시즌8 혹은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예고해 주셨죠. 둘 다 기대가 되는 작업인데요. 특히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라면 어떤 만화가 될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난다 | 사정상 준비하던 차기작은 보류되고 어쿠스틱라이프8시즌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막상 결정되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연재를 반년 이상 쉬니 할 이야기가 많이 쌓였었거든요, 풀 수 있어 다행이에요.

 

반디 | 프로필에서 “낮에는 생활인, 밤에는 만화가”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이제 만화가는 작가님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 만화가로서 작가님의 포부나 소망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난다 | 노후를 자주 생각하는데요. 가족을 이룬 자식들이 주말에 찾아오면,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어묵탕에 맥주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고, 적금은 들고있니, 건강이 최고다, 부모의 잔소리도 좀 해주고…… 그러다 다음 날이면 ‘엄마 이제 마감해야 하니 다들 집으로 돌아가거라.’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좀 더 가까운 소망이라면 내년에도 출판사로부터 명절선물을 받고 싶어요.

 

반디 |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5월 덕담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난다 | 건강이 최고입니다.

 

 

 

난다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혜성같이 등장했다. 어눌하지만 섬세한 작화, 차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성과 독특한 상황 속에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디어다음 ‘만화 속 세상’에 《어쿠스틱 라이프》를 연재했다.

 




Trackback 1 Comment 7
  1. 애독자 2013.05.21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쿠스틱라이프를 정주행, 역주행으로 몇 번이나 돌려보고 단행본도 다 산 애독자에요~ 시즌 시작 전에 이렇게 인터뷰로 보니 정말 반가워요ㅜㅜㅜㅜㅜ 새 시즌 시작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고 단기적인 소망, 소박하면서도 엄청 구체적이시네요ㅋㅋㅋ 꼭 명절 선물 받으시길!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2 신고 address edit & del

      후후. 우리 애독자들의 소망은 새 시즌 시작이죠?
      얼마 후면 6월입니다!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 보자고요.^^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2. fiaa 2013.05.21 14:1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드디어 연재가 시작된다 :)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정주행, 역주행, 단행본 정독까지!
      연재 시작 전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3. 난다팬 2013.05.28 11:53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4. 난다팬 2013.05.28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3.05.29 13:08 신고 address edit & del

      하하하. 그리 기쁘게 읽으셨다니 저희도 기뻐요.^^
      앞으로도 난다님 활동에 꾸준한 관심 보내주시기를!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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