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 슈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5 <나이브? 슈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2009.12.10 [나감책 No.8] 촉촉이 내 영혼을 적시는 그대(soulnote님)

<나이브? 슈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에를렌 루, <나이브? 슈퍼!>, 문학동네, 2009


당신은 누구인가요? 무엇을 위해 지금 그 일을 하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행복한가요?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언제 화가 나나요? 화가 나면 어떻게 푸시나요? 아무 걱정 없이 웃어본 적은 언제인가요?

가끔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질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질문인 건 분명한데 마땅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막상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치 시간의 일부를 날카로운 가위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지나온 삶이 가물거린다.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다.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 혼란스럽다. 내가, 이 사회가, 온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 누군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 또 누군가는 홀로 칩거에 들어가기도 한다. 삶이란 그저 그렇게 하룻밤 고민하고 끝낼 문제가 아닌데 이것만큼 깊숙이 파고들어가기 힘든 것도 없다.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늘 정면승부를 피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는 대로, 살아왔던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므로.

<나이브? 슈퍼!>는 평범한 청년의 자아(본질) 찾기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스물다섯 생일날 아침, 문득 그동안 썩 잘 살아오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며 엉망인 듯 혼란스럽다. 뭔가 달라져야 할 시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위해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마침 출장을 떠난 형의 집에 한 달 동안 틀어박힌 채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해 나갈 생각이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등장인물도 좋은 친구 킴, 나쁜 친구 켄트, 그리 착하지 않은 형, 이웃집 꼬마 뵈레, 어쩌다 생긴 여자 친구 리세 정도다. 부모와 조부모도 잠깐 등장한다. 주인공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된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무심히 방치해 두었던(어쩌면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톡톡 건드려 주기 때문이다. 진지한 가운데 가끔 엉뚱한 재치를 선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온 몸의 웃음 세포가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심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특별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고맙게도 이 책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이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나’의 목록 만들기

‘나’는 지나온 인생을 정리해 보기 위해 목록을 만들어 나간다. 갖고 있는 것들,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시작으로 자신과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수많은 목록을 작성한다. 기분 전환과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도 마련한다. 공과 망치 놀이 판자가 그것이다. 종종 자전거를 탄다. 가끔은 고층 호텔의 엘리베이터도 탄다. 오르고 내리기를 쉼 없이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 마침내, 모든 일은, 제자리를 찾아, 잘 돌아갈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은 셈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나’는 틈새시장을 노린 사업도 구상해 놓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떠나기 전과 같을 수도 있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이미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이 상황까지 바꾸어 놓는 것이다. 여전히 수많은 의문과 숙제를 품고 살아가겠지만 받아들이는 마음과 해결하는 방법에서는 분명 차이가 생겨난다.

이 책의 주인공 ‘나’처럼 언제 갑자기 인생이 무의미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 중장년층, 노인이 되어서도 ‘인생’은 언제나 의문투성이일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얼마나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쯤은 자신의 내면을 순수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 중 어떤 것에 반응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게 되면 삶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무척이나 행복했다. 많이 웃었고, 진지하게 생각도 해봤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자잘한 일상의 풍경들. 그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소홀히 보아 넘길 것이 없다. 그렇다고 심각해질 이유는 없다. 그저 무심하게 대했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 볼 것. 그것만으로도 남은 인생이 충분하게 차오르는 느낌이다.

주인공처럼 나도 목록 만들기를 시작해봐야겠다. 그 중에서도 매일 빼먹지 않고 해보고 싶은 것은 ‘오늘 본 광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 매일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목록을 작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것 같다면 수시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야할 방향과 통찰력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니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soulnote’님은?
다독보다는 정독의 묘미를 즐기는 슬로 리더(slow reader). '소울노트'라는 닉네임처럼 영혼의 진실한 언어로 인생의 페이지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이브? 슈퍼!>는 soulnote님이 선정한 나감책입니다. soulnote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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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8] 촉촉이 내 영혼을 적시는 그대(soulnote님)

12월 10일.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날이 많이 춥지 않은 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그 소리에 올해 만났던 책들, 사람들을 하나둘 꺼내봅니다.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오늘 함께할 나감책 주인공은 soulnote님이십니다. 반디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실 거예요...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탁 트인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추위를 떨쳐내지 못하고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 보이는 저녁. 때마침 올 들어 첫 눈이 내리고 있네요. 잠시라도 세상에 더 머무르려는 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천천히 맴을 도는 함박눈. 마치 몽글몽글 부풀어 오르는 솜사탕처럼 포근한 그 생김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런 날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 한 권과 마주한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죠.

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 전까지 책이란 읽어야하는데 쉽사리 읽히지 않는 골치 아픈 존재였죠. 괜한 의무감. 아무도 읽어라 하지 않는데 책을 읽지 않아 어딘가 한 구석이 불완전한 느낌, 이라면 이해가 좀 되실까요. 3년 전 어느 날, 우연히 펼쳐든 책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즈음부터 나름의 습관이 생겨 책을 읽어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내내 책을 읽고 있지요. 어느 정도냐 하면 말씀드리기 쑥스러울 만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 갓 독서에 재미를 붙인 터라 느릿느릿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라 할 수 있거든요.

산에 올라보지 않았던 사람이 처음부터 정상을 정복하고자 속도를 내다보면 중간도 못 가 지치고 말지요. 독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 산책을 하듯 느린 보폭으로 읽어갑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새 바람 물소리를 온 몸으로 만끽하며 산행하는 사람처럼 책을 읽다보면 이전까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던 몸의 세포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세밀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세상을 향해 보다 농밀한 시선을 던지게 만들죠.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내면의 다단한 감정과 오롯이 마주한다는 것은 삶의 또 다른 희열입니다.

책에 눈을 뜨고부터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과 그동안 읽지 못한 구간들 사이에서 조바심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저의 느리디 느린 독서습관으로 볼 때 평생 가야 만날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누가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과욕을 부리다 지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기보다 수집하기에 열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었답니다. 단 한 권이라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로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기차게 내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온 마음을 다해 마음에 새기고 느끼는 과정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더하는 것은 나중의 문제지요. 혼자만의 잣대로 판단을 내리기보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올 한 해에도 많은 책들을 만났습니다. 읽은 책보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의 수가 더 많긴 하지만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저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 책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일단 베스트셀러는 제외시켰습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제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준 책들을 골라보았답니다. 추운 겨울입니다. 뜨듯한 아랫목 벙어리장갑 크리스마스트리의 영롱한 불빛처럼 온기를 전해주는 좋은 책 한 권이 당신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soulnote님의 나감책 5]

 

 

1.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장은진, 문학동네)
-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써내려간 편지를 받아본 기억이 아련하신가요? 그렇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다소 느리고 어설퍼 보이는 아날로그적 정취가 빈틈없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안고 사는 디지털화된 마음을 차분히 다독여준답니다. 눈 먼 개 와조와 삼 년째 여행을 다니는 편지여행가 지훈,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의 소설을 팔고 새로운 소설을 집필해나가는 방랑소설가 751.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유난히 서툰 두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웃음과 눈물 기막힌 반전이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네요. 누구에게라도 강권하고 싶은 책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2. 어린왕자 팝업북(생텍쥐페리, 문학동네)

- 누구나 한 번 쯤 마음에 품어보았을 ‘어린왕자’가 삼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팝업북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상상으로만 만났던 세계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어린왕자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픈 욕심이 생길만한 책이랍니다. 거대한 부피를 자랑하는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제 아이에게 꼭 물려주고 싶네요.

 

 

3. 마음가는대로 산다는 것(앤 라모트, 청림출판)

- 약물과 알코올 중독, 폭식증, 자살미수, 불륜, 낙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허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낸 작가 앤 라모트. 절망적이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과거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그녀의 솔직함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당당하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이 책은 자신의 과거와 화해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한 여성의 솔직담백한 자기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던 지난 삶을 시종일관 명랑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기지에 삶을 향한 긍정의 시선이 느껴지네요. 아직 화해하지 못한 자신과의 문제가 있다면 이 소설을 통해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4. 나이브? 슈퍼!(에를렌 루, 문학동네)

- 스물다섯 살 청년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 일명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무심결에 방치해 두었던 감정들을 톡톡 건드려 주네요. 인생이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심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읽다보면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키득키득 웃게 되는데요, 다소 흡입력이 약한 제목과 표지에 비해 주인공의 말투와 생각에서 엉뚱 발랄함이 묻어나기 때문이지요. 웃으면서 읽으세요, 깨달음은 덤이랍니다!

 

 

5. 서툰 여행(최반, 안그라픽스)

-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도 여행기!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 조곤조곤 이어지는 작가의 말투가 사뭇 정겹습니다. 이 책은 어서 인도로 떠나 보라고 부추기지 않습니다. 인도를 먼저 마음에 품어본 자의 온화함이 아직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인도를 사람을 세상을 품어보라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수많은 여행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병률의 ‘끌림’처럼 단 번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랍니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soulnote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다른 리뷰도 좋지만, <어린왕자 팝업북> 리뷰는 꼭 읽으시길 바랍니다. 안 보면 손해! ^-^b)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네요. 하루하루 나감책 보는 재미에 빠졌더니, 벌써 주말!
주말을 몰고 올 다음 나감책 주자도 기대해주세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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