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11.03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 또 보자
  2. 2013.12.10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3. 2013.06.21 《나무》 - 신 귀거래사(歸去來辭)
  4. 2013.06.10 [사이언스 북 카페] 고규홍,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 또 보자

 

 

 

고규홍 |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 휴머니스트 | 2014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솔숲(http://www.solsup.com) 주인이기도 한 나무칼럼리스트 고규홍의 편지를 읽는 것이다. 며칠 전, 나무 편지에 새 책 출간 소식이 전해졌다.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라는 책이 그것도 봄?여름을 묶어 한 권, 가을?겨울로 한 권. 이렇게 두 권이나 큼직하게 제작돼 나온다는 소식이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에는 1만 5000종류가 넘는 식물이 살고 있다. 저자 고규홍은 15년간 벗한 천리포 수목원의 식물을 월별로 묶어 조심스럽지만 성의를 다하여 소개한다. 저자의 자세가 꼭 나무처럼 올곧아 보인다. 책이 나온다고 적힌 그날 편지에선 초록이 더욱 빛났다.

 

 

고규홍이 고르는 낱말들은 대체로 생경하다. 다른 곳에서는 식물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을 말들이 책에서는 나무와 꽃을 비옥한 땅처럼 보듬는다. 나는 낯설어서 마음에 든 단어의 뜻을 찾아 수첩에 옮겨 적었다. ‘수굿이’는 ‘고개를 조금 숙인 듯이’, ‘흥분이 꽤 가라앉은 듯이’, ‘꽤 다소곳이’라는 뜻이다. 고규홍은 ‘수굿이’를 가져와 나무를 이렇게 대한다. “수굿이 찾아가 한 떨기의 풀꽃을 더 바라보고, 한 그루의 나무를 더 살갑게 어루만졌다.”(5쪽) ‘톺다’는 말은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는 뜻이다. 고규홍은 나무의 정체를 알려면 꼼꼼히 ‘톱아’보라고 편지나 칼럼에서 자주 말한다. 뛰어난 글 솜씨는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재주이기도 하겠으나, 나무와 꽃에게 가장 알맞은 말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된다. 식물의 정확한 명칭, 종(種)까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때면, 좋아하는 것 앞에선 집요함마저 근사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으로 그에게 다가가 ‘잊히지 않는 하나의 몸짓’으로 남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그와 올바른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에게 가장 알맞춤한 이름을 찾아서 불러주는 일, 그것은 그에게 다가서는 첫걸음이다. (189쪽)

 

나는 얼마 전 책상 위에 작고 튼튼한 나무 하나를 들였다. 성한 식물을 사놓고 그대로 유지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무 말 않되 물끄러미 바라보며 식물을 대하려 해도 잘 안 된다. 이름을 아는 꽃과 나무 앞에선 조금이라도 아는 티를 꼭 내고야 만다. 파인애플을 닮은 걸 보아 소철과의 한 종 같으나 살 때 이름을 묻는다는 걸 깜박했다. “더디게 자라니까 물은 조금만 줘.”라는 말만 기억난다. 이름을 부를 수 있기 전까지 ‘수굿이’ 지켜볼 수밖에. 매일 말없는 인사만 건넨다. 내일 또 보자고.

 

식물은 결코 서두르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여유를 갖고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꽃 지고 돌아보는 이 없어 쓸쓸해질 꽃무릇 한 번쯤 더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59쪽)

 

|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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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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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신 귀거래사(歸去來辭)

 

김용택 | 《나무》 | 창작과비평사 | 2011

 

김용택은 서정 시인이다. 그의 서정은 섬진강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김용택의 섬진강은 자연이라기보다는 전원에 가깝다. 인간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는 처녀성이 자연이라면, 인간에게 누울 방 한 칸 기꺼이 빌려주고 살 비비며 아웅다웅하는 부대낌이 전원이다. 따라서 김용택의 서정은 고답적 풍류나 음풍농월의 탈속이 아니다. 모 닳은 밥상의 보리밥 한 덩이, 남새밭에서 막 딴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먹고 우물우물 씹는 그 풍광의 일부인 자연이다. 김용택의 서정은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 자연은 고루하다. 환유의 바탕은 인접성인데, 전원은 너무 멀다. <전원일기>도 진즉 끝났다. 이 시대에 자연이나 전원은 환유의 조건과 위배된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속도로 상징된다. 가속과 배설은 도시의 생리다. 이상(李箱)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연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며, '곡선은 굴곡이 없이 단조'롭다. 게다가 '동서남북으로 뻗은 벌판은 한이 없이 늘어'져 있다. 문명의 도시인에게 자연은 뻔하며 낡았다. 도시와 자연, 둘은 생리 작용이 다른 이질의 종이므로.

 

가난은 아름다웠지만


귀향은 치욕이다 (중략)


돌아온 자들은 떠났던 자들이니


누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 누구와 눈 맞추고 산천을 똑바로 쳐다보리


나라는 빚지고


뼈 휜 내 노동은 털렸다 탈탈 털면 하얀 이들이 떨어지던 몸은 김이 났었다 이제 망가진 몸뿐이니

 

- '98년, 귀향' 중에서

 

그렇지만 다시 원래의 곳이다. 은어나 도요새가 귀소하듯 김용택은 다시 섬진강변에 섰다. '때론 나도 지루한 서정이 싫다'는 서정 시인의 고백은 차라리 솔직한 내면일 수 있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더러운 도시의 거리를 저주하듯, 서정 시인 역시 가끔은 서정에게 투정부린다. 하지만 어쩌랴. 그의 회향은 선택가능항의 판단이 아니라 당위적 결론인 것을. 결국 귀거래사다.

 

그러나 도연명이 잂은 '귀거래사'가 자발적이라면, 김용택이 중얼거리는 '신 귀거래사'는 타율적이다. 쫓겨난 자는 상처를 갖고 있다. 도시는 등속의 물리 법칙에 적응하지 못한 자에게 추방을 강제한다. 도시의 생채기를 몸과 마음에 낙인처럼 새기고 절뚝이며 돌아온 자리. 그 공간은, 그러나, 지루하지만 나긋하고, 단조롭지만 아늑할 테지.

 

나무들이 내 앞에 끝없이 나서는, 나무들은 어디로 가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서서 필요한 것을 주고 언제 바라보아도 완성된 세계를 보여준다.

 

- '봄바람에 실려가는 꽃잎 같은 너의 입술' 중에서

 

해가 뜨고
떴던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지고
어제 떴던 곳으로 해가 또 떠서 지던
그런 하루가 있었다.

 

- '흰 나비' 중에서

 

아침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점심밥 먹고 조금 있으면 저녁밥 먹는다

 

- '세한도' 중에서

 

해는 늘 앞산에서 떴다가 강을 건너와서는 우리집 뒷산으로 안전하고도, 참으로 한가롭게 진다. 해 뜨면 밥 먹고, 해 지면 밥 또 먹고, 어두워지면 불 켜고, 잠 오면 불 끄고 쿨쿨 잔다.

 

- '세한도' 중에서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자연은 늘 제자리에서 순환한다. 도시가 가속이라면 자연은 순환한다. 도시가 배설이라면 자연은 밥과 잠이다. 나는 안다. 저 '쿨쿨 잔다'는 표현에 과장이 조금도 없음을. 그러므로 나는 모른다. '안전하고도, 참으로 한가롭게 쿨쿨' 자는 저 잠의 미동을. 도시는 그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는 기능적인 것을 가르친다. 도시는 등가속의 운동 법칙과 가수면(假睡眠)의 기능을 전수한다. 도시는 무방비를 추방한다. 도시를 학습한 나는 '쿨쿨' 자지 못한다.

 

그러니 시인은 얼마나 노여우랴. 이 '편한 잠'을 방해하고 훼방하는 기계들에 대해. 신기의 재주로 산꼭대기까지 올라 제 발밑을 깎는 포크레인은 도시에서 묻혀온 흔적이 아닐까. 시인의 뒷산을 파헤친 포크레인은 이제 전국의 4대강을 다 헤쳐 놓았다.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의 욕지거리였으면 더 좋았을 시인의 분노가 이 땅에 상처받은 나무와 강과 풀벌레에게 씻김굿이 될 수 있을까.

 

너그들 정말 그렇게 아무 곳이나 올라가 파고, 뒤집고, 자르고, 산을 부술래 이 염병 삼년에 땀도 못 나고 뒈질 놈들아 (아아, 나는 정말 쌍욕을 하고 싶다)

 

- '세한도' 중에서

 

산문체의 형식, 그리고 시의 어조. 운문과 산문의 불협화음, 평서형과 경어, 표준어와 사투리의 이질적이며 불편한 결합. 응결과 휘발의 간명한 교체.

 

나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그냥,
있었어

 

오늘의 책을 리뷰한 ‘가림토’님은?
가림토(加臨土) 또는 가림다(加臨多) : 상징적 장치. 음모설의 신봉자. 배후와 모략 있음과 없음.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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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카페] 고규홍,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고규홍 |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 휴머니스트 | 2012

 

■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우리와 늘 함께 하지만 대개는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입니다.

 

 

 

■ 예전에도 나무에 관한 책을 소개해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지난번에는 식물학적 관점에서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양과 특징, 분표 지역 등의 정보들을 보기 좋기 정리해놓은 나무 도감, 《한국의 나무》를 추천해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은 그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이 사뭇 다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다른가요?

 

그 차이는 나무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나무 인문학자’라고도 불리는 저자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나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나무가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도 편안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지만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마치 나무가 자신의 친구나 이웃인 것처럼 친근하게 대하며 오랜 시간 그 나무에 새겨져 있던 각각의 사연을 풀어내 들려주고자 합니다.

 

■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집중해, 오랜 세월 그 나무가 품어온 시간의 흔적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래서 나무의 이름보다는 그 나무가 어디에서 얼마나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말하자면 같은 은행나무라고 해도, 어디에 살고 있는 나무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사연을 들려준다는 거죠. 이 책 안에 있는 은행나무만 해도 원주 반계리, 안동 용계리, 양평 용문사, 서울 문묘, 강화 전등사, 강릉 장덕리 등 총 여섯 그루나 되고요.

 

■ 나무가 사람보다 몇 배나 긴 수명을 지녔으니 그 나무들이 지금껏 쌓아온 사연 또한 구구절절할 텐데요.

 

네. 할머니가 옛이야기 해주시듯, 조근조근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무마다의 사연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그러면서도 나무와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들, 이를 테면 나무의 모양, 쓰임새, 나이세는 법 등도 꼼꼼하게 집어주어 책 제목처럼 정말 알찬 ‘나무 특강’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요.

 

■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나무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걸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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