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가 좋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7 <나는 여기가 좋다> - 책 사이로 퍼져나오는 바다 냄새
  2. 2009.12.14 [나감책 No.10] 편애해도 좋아! ^-^b(원주님)

<나는 여기가 좋다> - 책 사이로 퍼져나오는 바다 냄새

 

한창훈, <나는 여기가 좋다>, 문학동네, 2009


바다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 했다. 그 이름만 들어도 바다가 떠오르는 사람이라 했다, 한창훈 작가는. 늘 그리움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바다의 이미지가 있고, 코끝에 스치는 바다 냄새를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더욱 이 작가의 책을 만나보고 싶었다.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그 글에서 바다 냄새가 날까 궁금했다.

책 표지에서부터 바다를 선사해 준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깊숙한 산 속이었지만 오가는 길에 바다에 들른다 했다. ‘바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챙겨 들었다. 혼자 가는 여행도 아니고 가족 여행인데, 책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왠지 함께 가고 싶었다. 함께 바다를 보고 싶었다.(결국 여행지에서 책은 몇 장 읽지 못했다.) 그 여행길에서 두 군데의 바다에 들렀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이 책을 떠올렸다. 오합지졸로 밀려오는 파도와 저 멀리 떠있는 섬을 보며 이 책의 표지를 떠올렸고, 이 소설 속 사람들처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모두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여덟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한 편 한 편, 모든 글이 거센 해일이 되어 내 마음을 덮쳤다. 표제작인 ‘나는 여기가 좋다’의 첫 장부터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여, 몇 장 읽어나가기도 전에 나는 이미 이 ‘한창훈’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한 평생 섬 사나이로 살아온 남자와 이제는 그 섬을 떠나려 하는 아내의 갈등을 어두운 밤바다를 배경으로 그려낸 ‘나는 여기가 좋다’, 식당집 여인네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밤눈’, 사랑이 까딱하면 성매매가 될 뻔한 섬마을 다방 아가씨와 섬 총각의 ‘올 라인 네코’, 젊은 시절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친구의 제사에 일흔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찾아온 노인의 ‘바람이 전하는 말’….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 털어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가장 가벼운 생’, 자살을 하러 바다에 찾아온 여인과 그 죽음을 도와주기로 한 섬 사나이의 ‘섬에서 자전거 타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그만큼 재미도 많았던 ‘삼도노인회 제주 여행기’, 아들을 뭍으로 내보내고 싶은 아버지와 기어이 꾸역꾸역 섬으로 되돌아온 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 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에 가득한 사투리도 일품이다. 책을 읽고 나서 ‘후유증’이 하나 생겼다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학창 시절에 10년 가까이 시골에 살면서도 사투리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나인데, 어째 이 책 한 권으로 그렇게 빨리 사투리를 습득할 수 있었는지! 마누라가 이삐믄 처갓집 말뚝에다 대고도 절을 한다 해싸트만, 책이 좋응께 사투리도 기양 지절로 익혀져뿌리네!(?)

유난히 인상적인 대사가 하나 있었는데(이미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이 대사를 마음에 담았을 듯!) 바로 이 한 마디.

“올 라인 네코!”


나를 얽어매는 모든 구속을 풀어주는 듯한 이 주문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인자 배를 출발할 것잉께 줄을 다 걷어내라’. 이제 나라는 배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출발할 것이니까 나를 묶고 있는 줄을 다 걷어내자! 올 라인 네코! (주의 : 애인 앞에서 사용하면 순식간에 므흣한 단어로 변하는 수가 있음)

여하튼 결론은,
나는 이 책이 좋다!!

 “난 전생에 뭔가 큰 죄를 졌어라우.”
그녀는 깊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무슨 말인가.”
“섬에서 태어났응께.”
...

“내 평생 생각한 것이, 내가 왜 섬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것이요. 죄를 지어 벌을 받았다는 것 말고는 해답이 안 나왔소.”
“그러면 여기서 죄갚음 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어.”
“그 죄가 기억이 나믄 좋겄소. 기억에 없으니 억울하요.”

(‘나는 여기가 좋다’ 중에서.)

오늘의 책을 리뷰한 ‘원주님’은?
책이 좋아 책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다가 번역의 길에 들어선 병아리 번역가입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제 손으로 번역한 중국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게 꿈입니다.

[<나는 여기가 좋다>는 굼실이님이 나감책으로 선정한 책입니다. 굼실이님 나감책 보기(클릭!)]
[<나는 여기가 좋다>는 원주님이 또 나감책으로 선정한 책입니다. 원주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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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10] 편애해도 좋아! ^-^b(원주님)

12월 14일. 새로운 한 주를 맞는 월요일! 전 월요일라고해서 출근하기가 싫지 않습니다. 왜냐면, 나감책이 있고, 많은 분들과 댓글로 많은 얘기 나누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근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요!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오늘도 나감책이 이곳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테니까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모셔볼까요? 원주니이임~~~~~~~~~~/(^0^)/

벌써 한 해를 정리하며 지난 1년간 읽은 책의 목록을 살펴볼 때가 되었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를 읽으며 새해를 연 게 정말이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 정산’이라니. 한 해 동안 만났던 소중한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올해의 책읽기를 돌아보자니 마음속이 금세 분홍빛으로 물든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고,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100만부를 돌파하는 경축할 만한 일도 있었고, 편애하고 싶은 몇몇 작가를 알게 되었고…. 평소에 시집을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인데 첫 출발을 시집으로 해서인지 올해에는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시집을 여러 권 만났다는 것도 무척 행복하다. 그래도 여전히 소설만 지나치게 편애한 한 해였지만. 

올해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 기억에 남는 추억이 많다. 기억에 남는 책 중 다섯 권은 ‘2009 나를 감동시킨 책’에서 따로 소개를 하게 될 테지만, ‘신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처 선정되지 못했거나 좀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에 최근에 읽은 책들에게 밀린 책들도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살짝 든다.(연말 시상식을 보면, 시상식 즈음해서 방영된 영화나 드라마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다섯 권의 목록을 뽑아보면서 문득 그런 시상식을 떠올리기도 했다.)

책 읽기 덕분에 생긴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도 많았다. ‘2009 나를 감동시킨 사연’을 세 가지만 소개하자면, 첫째는 김연수 작가의 전작 사인본 완성!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사인본으로 소장하게 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멋진 일이었다! 둘째는 신경숙 작가와 함께 한 저녁식사! 고등학생 때부터 내 마음속 우상이었던 신경숙 작가와 와인잔을 부딪치며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살다보니 삶에게서 이런 선물을 받는 날도 오는구나, 감격스러웠다. 셋째는 장은진 작가에게 쓴 편지에 받은 답장! 앞으로 편애하리라, 마음먹은 작가에게서 날아온 편지를 받는 일이란, 아아아, 정말이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감동일 것이다! 2009년은 내게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많이 안겨주고, 이제 서서히 작별을 고하고 있다. 나의 2009년은 어떤 책으로 마무리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원주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고통을 달래는 순서>(김경미/창비)
- 고통을 달래는 순서는 잘 모르겠지만 고통을 달래는 방법은 몇 가지 안다. 그 중 하나는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과 공감 나누기.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고통을 달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2. <그저 좋은 사람>(줌파 라히리/마음산책)
- 그저 편애하고 싶은 작가! <축복 받은 집>과 <그저 좋은 사람> 모두 올해 만났는데, 두 권 다 ‘나를 감동시킨 책’으로 꼽고 싶다. 가정과 사랑에 대해 이해와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3. <나는 여기가 좋다>(한창훈/문학동네)
- 나는 이 책이 좋다! 바닷가 태생은 아니지만 바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글을 무척 좋아한다.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읽는 섬사람 이야기가 올해 내 가슴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했는지 모른다.

 

 

4.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문학동네)
- 이 책은 이천구년의 가을이 내게 내린 축복과도 같은 책이었다. 올해 몹시도 가을을 탔던 내게 이 책이 없었더라면 내 마음은 벌써 지쳐 쓰러졌을지도. 9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린 이번 소설집은 전작들에 비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평이 많았고, 나 역시 공감.

 

 

5.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장은진/문학동네)
- 2009년 문학의 키워드는 ‘소통’이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책 역시 그런 키워드를 잘 드러낸 책이 아닐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아닌 손편지를 매개체로 하는 아날로그적인 소통. 주인공 지훈과 눈먼 개 와조의 ‘편지 여행’은 참으로 따스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리뷰 보기]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리뷰 보기]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원주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나감책을 시작한 게 정말이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따라쟁이 반디^-^) 엊그제 같은데 벌써 챕터 3이 시작됐습니다. 각종 편애(?)로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주신 원주님 감사드리고요! 나감책은 내일 11번째 주자와 다시 올게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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