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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1 쿨하지 못해 미안해
  2. 2009.12.08 <좋은 이별> - 사랑의 다른 이름

쿨하지 못해 미안해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29 - 쿨하지 못해 미안해

「쿨하지 못해 미안해(No Cool I'm Sorry)」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 Album form UV, 「쿨하지 못해 미안해(No Cool I'm Sorry)」 중

본질적으로 쿨할 수 없는 인간

한참 전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본 글은 드라마 대사라고 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진짜 쿨한 게 뭐냐면, 진짜 쿨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 좋아서 죽네 사네 하는 남자가 나 싫다 그러는데 오케이, 됐어, 한방에 그러는 거 쿨 한 게 아니다. 미친 거지.”(드라마 <굿바이 솔로> 중)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금언(金言)을 다짐처럼 적어놓고도 쿨하지 못해 미안해하는 게 결국 인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인터넷 판 연예뉴스를 보다가 단박에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유세윤과 뮤지(하이사이드)가 부른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다. 그 옆에는 당당하게 ‘No Cool I'm Sorry’라고 적어 놨다. 앞서 유세윤이 불렀다던 「박대기송」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여기저기 검색해서 뮤직비디오를 봤다. 사람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생각보다 노래가 좋았다. 본인들의 노래를 퍼니 소울 팝(Funny Soul Pop)으로 정의할 만큼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 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So So Cool’로 시작되는 가사는 압권이었다. 반면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로 이어지는 중독성 있는 매끈한 후렴구도 이 곡의 매력이다. 
 

 

아,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딴 생각 중 하나. 요즘 노래에서는 미니홈피라든가 일촌이라든가 하는 표현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노래에도 일촌 끊은 걸 후회하는 가사가 있다. 요즘엔 트위터가 대세라던데 얼마 안가 ‘나를 따르는 팔로어는 1만 명, 하지만 그 중 너는 없어’ 같은 표현들도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미니홈피와 트위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1人입니다. 흑.)

더럽고 치사해도 떨쳐버릴 수 없는 감정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의 5단계’라는 이론을 통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과정을 거쳐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에서도 헤어짐을 부정하다가 ‘너는 쿨해 넌 참 좋겠다 그래 참 좋겠다 나만 울어 너는 웃어 나는 울고 너는 웃어’라며 분노하고, 문자를 보내며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낀다. 다시 일촌을 맺을까 고민도 한다. 하지만 끝난 연애라는 건 매달리고, 울고, 좌절해도 달라지지 않는 결과만 남아 있다. 누군가는 상대편이 매달리는 게, 우는 게, 좌절하는 게 싫어서 더 빨리 헤어짐을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매달리는 사람도, 매달리는 게 싫은 사람도, 헤어짐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뒤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헤어져서 ‘만신창이’가 된 뒤에는 책보다 사람이 고맙다. 대책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연애가 단순히 타인과의 교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타인과의 관계 문제는 물론 자기 자신의 문제도 연애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애가 끝난 후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 셈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건 나를 반추해볼 수 있는 책들이다. 필자가 ‘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2007년 무렵이었다. 당시엔 자기치유 류의 책에 손을 뻗을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다. 책장에서 찾아보니 당시 읽었던 책 중에서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이 눈에 띄었다. 아래 내용에 북다트가 끼워져 있었다.  

(헤어짐의) 애도 가정을 의식적으로 충실히 이행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우선 현재의 사건에서 비롯된 모든 감정을 잘 극복하면서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친 다음 새로운 애착 관계를 맺을 때는 좀 더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내면에 형성된 환상이 아니라 상대의 현실적 모습을 보고, 정서적으로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지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고, 두 사람의 성격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시간을 들여 점검해보세요.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다음에 비로소 정서적인 밀착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눈에 반해 앞뒤 없이 휘몰아치는 사랑은, 냉정히 말씀드리면 신경증끼리의 만남입니다. 젊은 시절에 한번 해봤으면 충분합니다.

-김형경, <천개의 공감>, 한겨레 출판, 155~156쪽

3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엔 이 글귀에 왜 그렇게 감동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도 어떻게든 변화했기 때문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흘러야 한다면 좋은 쪽이 낫다. 단순하지만 그때는 할 수 없었던 생각을 지금에 와서야 한다. 돌아보면 쿨하지 못해서 (너에게) 미안한 것보다 찌질해서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크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야 했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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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사랑의 다른 이름

 

김형경, <좋은 이별>, 푸른숲, 2009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은, 즐겁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쳐 자랑한다. 행복하다. 이별은  혼자서 견뎌내며, 힘들어한다. 행복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아파하고 힘겨운 시간도 오래간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은 서점에서 흔하다.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이별 후의 시간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찾기 어렵다. 이별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이 아프다. 종기가 생겼을 때,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커진다. 이별 후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면,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몸에 대한 치료는 쉽게 묻고, 병원에 찾아가지만,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을 가는 일은 다른 이에게 묻거나 알리기가 쉽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저자는 <사람풍경>과 <천개의 공감>이라는 심리치유 에세이 두 권을 출간했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대하는 일반인이 가진 편견의 벽 너머의 세계를 이야기한 책들이다. 돌아온 작가는 상실 이후, 애도에 주목한다.

# 참 좋은 사람,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색했다. 이별은 아픈 건데, 좋은 이별이 가능할까? 좋은 이별은 서로 원만하게 이별을 통보하고 끝내는 쿨한 이별이 아니라, 그와 이별한 후에 생기는 마음의 응어리, 감정들을 애도작업을 통해 치유하고, 떠나보냄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키우는 과정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별 직후, 생기게 되는 마비, 부정, 분노, 그리움, 환상, 미화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나쁘지 않다 이야기한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치러야 할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등의 이별 후의 감정을 잘 포착한 가려 뽑은 시구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별을 만날 때의 감정들이 가슴에 전해진다. 저자는 감정에 빠진 상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상실의 감정을 인정하고, 밝은 쪽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recipe’라는 글에 담겨있다. 글의 처음은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솔직한 글을 읽다보면, 힘든 이별의 순간이, 나만 겪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  마음은 거두어 들었지만, 갈 곳이 없네.

돌아오지 못한 마음이 주는 부정과 그리움, 환상 등의 감정의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거두어 들었지만, 둘 곳이 없어 방황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자기애와 조증, 떠돌기, 대체대상 사랑하기 등 어찌할지 모르는 시간과 감정들은 혼란스럽다. 저자는 상실을 극복하는 애도의 시기를 지나는 자연스런 과정이라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몸의 증상, 특히, 식습관과 관련된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에 공감했다. 어떤 이는 “그가 떠나갔는데 밥이 넘어가느냐”며 거식증에 걸리고, 다른 이는 꾸역꾸역 먹다가 폭식증에 빠진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리학과 정신분석에서 바라보는, 유아기 때 겪은 상실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몸의 반응으로 표출한다. 기억하기 어려운 유년기부터 쌓였던 경험들은, 의식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무의식의 내면에 여전히 남아있다. 내면의 감정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을 확인 하였다.

#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몸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우울증과 붕괴의 감정에 빠져있을 때, 극복과 치유가 시작된다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감정이 다 사라져버린, 울음도 나오지 않는 절망의 지점이, 다시 희망을 안고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보다 남성은 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마음에 담아두거나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슬픈 노래나, 실컷 울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을 달래주면, 감정에 빠져 무기력한 마음이 달라진다. 저자는 독서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술자리에서 이야기하기 등,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기형도 시인의 절창을 다시 만나 좋았다.

울지 못하는 마음에 병이 생기고, 무기력해지며, 살아가려는 의욕이 사라진다.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에서 상실한 이를 배려하는 관습과 우리 문화에 남아있는 굿과 삼우제, 49제, 3년상 등을 소개한다. 잘 이별하기 위한, 오랜 지혜의 결과인 이별의 의식들이 현대사회에서 빠져있다. 개인의 감당해야 할 우울의 깊이가 큰 이유를 이해했다. 애도의 관점으로 바라본, 다양한 문학작품을 만났다. <이방인>과 <수레바퀴 아래서> 등 다양한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났다. 흥미로웠다.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웠다.

#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종교에 대한 신화도 사라졌고, 과학에 대한 엄밀함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21세기에 산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고 싶어 하는 이에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이유를 알려주는 괜찮은 도구라 생각한다. 저자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말한다. 애도작업을 보내고, 더 나은 자신이 된 시기 역시, 1-2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자신을 관철하고, 분석하는 일을 지속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희망과 꿈을 파는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쉽게 찾는 해답을 바라는 대중이 많은 시대에, 한계를 인정하는, 진솔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하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비전공자인 작가의 글이기에,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되었다. 저자의 글로 만나는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세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책을 읽었지만,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을 채웠던 충만한 느낌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다. 소중한 누군가를 만났기에, 이별의 시간도 따르는 법이라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나를 살게 만들었던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한다. 떠나간 그에게 집착하는 것보다, 그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그와 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감정의 노예가 아닌, 감정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책이다. 좋은 이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을, 소리 내 말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비이’님은?
문학이 주는 삶의 감동의 숲과 인문학이 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산, 과학이 주는 정확한 사실과 호기심의 바다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초보 독서인.

[<좋은 이별>은 비이님이 선정하신 나감책입니다. 비이님의 나감책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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