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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돈보다 시간! 웃어도 함께 웃자!

 

 

임혜지, <고등어를 금하노라>, 푸른숲, 2009


책 제목을 보면 무슨 내용인지 대충 나온다. 아니 적어도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최 알 수 없는 책이 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어느 악덕한 왕이 혼자만 맛난 고등어를 먹겠다고 백성들에게 고등어를 금한 건지, 참치 회사가 고등어의 판매를 줄이려고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린 건지, 책 읽기 전부터 상상은 하늘을 날았다. 이 책은 고등학생 때 독일로 이주해 남편, 아들, 딸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저자 임혜지의 가족 이야기다. 이들 가족은 좀 독특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독일에서 바다생선까지 먹는 건 변태!”라고 말하는 거 정도?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 먼저 저자와 물리학 박사이자 독일 회사 말단 직원인 남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저자는 “환경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일이 내 것을 남에게 주는 훨씬 더 공평하고 당연할 뿐 아니라 쉽다”고 말하는 이고, 남편은 “에너지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났으니 스파크도 크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심지어 가족여행도 자전거 여행을 한다!), 사춘기의 딸은 (겨울철에 난방을 하는) ‘평범하게 살 권리’를 주장한다. 이들에게 인근에서 잡히지 않는 고등어는 호사이며, 미래를 위해 고등어를 금하게 된 것이다.

책을 1/3 정도 읽다보면 참 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나와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쩜 그렇게 아끼며 살면서, 또 기부를 할 때는 통 크게 할 수 있냔 말이다. ‘나는 자본주의의 화신인가?’ 의기소침해질 때쯤 저자는 ‘괜찮아, 방법은 많아’라며 어깨를 토닥인다. 꼭 자신들처럼 절약을 하지 않고, 기부를 하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환경, 미래를 생각하는 방법은 많다. 작은 관심조차 미래를 위한 노력이란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할 수 있어!’란 힘이 솟으면서,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탄복하게 된다. 그래 이들은 독한 게 아니야. 아름다운 거야!

뭐든지 많이, 비싼 거를 사야 대접받는 세상에서 ‘이렇게 사는 게 재미있을까?’란 의문도 든다. 그런데 이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재밌다. 물을 아끼고 아껴 샤워를 해도 ‘물을 많이 쓴다’고 핀잔을 주는 ‘쪼잔한 남편’이지만, 같이 춤을 출 때나 이른 아침 그의 배를 만질 때면 행복하다. 또 아들딸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아 부모와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만 하다. 소비와 명예를 통한 기쁨을 꿈꾸지 않는 그들은 신뢰와 소통에서 오는 기쁨으로 하루하루 충만하다. 그 비결은 뭘까?

다른 삶은 가능하다!

혹시 두 번째 문단, ‘물리학 박사, 말단 직원 남편’이란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는 않았나? 그는 지진아인가? 아니다. 이건 이들 가족의 핵심이다. 남편은 승진기회가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말단을 택했다. 또 둘 중 한 명이 일을 하면 나머지는 집에서 가정을 돌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보다 시간!’ 이들은 세 끼 식사를 온 식구가 함께한다. 밥을 같이 먹는 다는 것은 오래 보고, 얘기하고, 정을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일감을 구하기 어렵거나, 직장 동료와의 친분에서 오는 이익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는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기에 승진이나 출세에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더 이상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데, 가족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의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80쪽)

부부는 자녀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선택도, 인생도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학교에서 자녀의 성적이 떨어져 걱정이라 하자 엄마는 ‘우리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도리어 선생님을 위로한다. 또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 눈에 보이는 차이’는 언젠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봄이 되면 눈은 녹는다! 그 결과 난독증으로 간신히 낙제를 면하던 큰 아들은 대학에 진학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부모의 남다른 삶에 ‘저항’하던 딸은 스스로 미래를 꿈꾸는 멋진 성인이 된다.

아들의 이야기 중에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어 하나 소개한다. 아들은 학창시절 인공 암벽 타기 학교 대표 선수였다. 3년 연속 주 챔피언을 목표로 맹연습을 한 그였지만 아토피와 천식 때문에 출전을 포기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건강한데…. 난 운이 나빠.”라고 말하는 아들은 다시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시합 날이면 출전 선수들 뒷바라지를 하고, 선생님을 도와 팀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됐다. 어쩜 그럴까. 갑자기 찾아온 시련에 좌절하거나, 친구들을 질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소년이라 하지만 그의 마음은, 크다. 브라보!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낯설다가, 그들의 마음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됐다. 나의 미래가 그들의 삶과 얼마나 닮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삶도 가능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들이 이미 증명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고등어를 먹겠지만,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설렌다. 2009년 ‘나를 감동시킨 책’(나감책)으로 선정하기에 조금도 주저함 없는 책이다. 반디(ak20@bandinlunis.com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반디가 선정한 나감책입니다. 반디의 나감책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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