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02.26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2. 2015.02.16 『카프카 평전』 - 밤이 오면 글을 쓸 것이다
  3. 2014.09.24 [반디앤루니스] 펜벗을 모집합니다!
  4. 2014.09.16 《캐릭터 공작소》 - 창조된 인물
  5. 2014.07.09 《자기만의 방》 - 그 시대의 글쓰기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김형수 |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 아시아 | 2014


이 책의 서평을 쓰기 위해 30분이나 방황했다.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다시 읽어보며, 수첩에 손으로 꾹꾹 옮겨 썼다. 그리고 다시 읽으며 그 문장이 뿜어내는 많은 추억과 생각의 파편들을 곱씹고 보니 30분이 흘렀다.

“오늘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속하는데,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피력하는 자리라 여기시면 되겠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위의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책의 깊이나 가치는 제외하고, 그저 무슨 책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30분이나 방황한 후의 내 가슴은, 이 책의 서평을 ‘글쓰기로만’ 쓰지 말자고 말한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선물’이란 단어가 머리를 꽉 채우고 있다.

“인간은 흔들리면서, 뼈아프게 후회하면서, 자기 성찰의 낯 뜨거운 시간을 견디면서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

“종소리는 아무런 글자도 싣고 오지 않아요. 그런데 울려오는 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과 마찰이 되면서 어떤 느낌을 안겨다 줍니다. (...) 시는 언어를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다루듯이 다룹니다. 건반이 배,고,파 하고 말하지 않지만 듣는 사람이 거기에서 오래 굶은 자의 슬픔을 전달받는 거예요."

뼈아프게 후회하기, 낯 뜨거운 자기 성찰의 시간, 그런 것들이 쌓여 우리의 삶이 조금씩 완성되어간다는 말들을 읽었다. 이 말들이 나의 마음과 마찰하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을 멈춘다.

“겉으로 보이는 숱한 현상들이 섬세한 사유의 ‘체’로 걸러지고 전형화의 대패질에 벗겨져 나가 마침내 속을 드러내게 된 논문과 문학작품으로 변했을 때에야 비로소 쉽고 명쾌하며 의미 깊게 다가오지요.”

2월의 첫날, 일기장을 펼쳤을 때 ‘선물’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나는 한 달을 또 선물 받았다. 1월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아닐까 후회하며 2월의 첫날을 조심스레 펼쳐 보았다. 1년이라고 하면 길게 느껴져 지루해지지만 1년을 다시 열두 달로 나누어 이렇게 한 달씩 선물 받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새롭다. 1월의 부족한 점을 만회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란 지루함, 권태로움도 사라진다. 몇 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2월 1일이지만, 위의 문장에서 말하듯, 나의 ‘사유의 체’로 걸러진 하루는 반복된 2월 1일이 아닌 특별한 ‘오늘’로 다가왔었다.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놀라운 측면은 글 쓰는 행위 안에 세계를 인식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 낡은 사회의 가장 구체적인 산물인 나 자신이 새로운 나로 태어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하고, 이 글쓰기가 세계에 대한 인식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장차 위대한 작가가 될 꿈이 있거나 말거나, 적어도 전인교육을 실시하려면 학생들에게 글쓰기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글쓰기 열풍 시대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글쓰기 관련 책도 많아졌고 블로거의 글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국 내가 이렇게 나를 알고 싶고 글을 쓰며 마음을 헤아렸던 것이 알고 보니 나의 의지가 아니라 유행하는 옷을 좇아 입었던 것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기운이 빠지긴 했다. 나의 생각이라 믿었던 것이 어쩌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가 주입한 남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거나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렵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가 보상도 없고 출세도 보장 안 되는 죽음의 길이라고 썼다. 이 책의 저자도 ‘풀과 나무’에 빗대어, 문학의 길이 얼마나 더디고 먼지 말한다.

“봄에 싹이 돋을 때 풀과 나무는 떡잎 상태로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오뉴월이 되면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나무를 덮어버리지요. 그런데 가을이 되어서 찬바람이 불면 풀은 말라서 소멸하기 시작하고, 겨울이 오면 완전히 모습을 잃어서 이듬해 봄에는 무의 상태에서 다시 떡잎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그에 반해 나무는 풀보다 성장하는 바가 훨씬 더뎌 보이지만, 가을이 되고 겨울이 와도 존재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계속 움츠러들지만 자신의 몸에 나이테를 남겨서 이듬해 봄이면 전년도에 성장한 자리에서 다시 싹을 돋우지요. 이 때문에 풀은 숲이 되지 못하고 나무는 숲이 됩니다. 문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풀의 길을 가는 자는 소멸할 것이고 나무의 길을 가는 자들이 숲을 이룹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두려울 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위로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일까. 이 겨울을 이겨내면 분명 그만큼 나는 성장해 있을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견디어 보자,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과거의 한 사람을 떠올렸다. 몇 번이나 좌절을 반복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 나와 내 친구를 위해 편지를 써 주신 분이 계시다. 그분은 방송에서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나와 친구에게 전해주셨다. 그때 나는 마음을 선물 받았다.

“글을 쓰는 과정이 단지 생각을 글자로 베껴내는 과정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새로운 자기로 깨어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평을 쓰며 내가 오늘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게 된다. 이 서평을 쓰기 전의 나로 도저히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나로 깨어난 것 같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reella'님은?

책과 글을 사랑합니다. 책은 저의 친구이자 연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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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평전』 - 밤이 오면 글을 쓸 것이다



이주동 | 『카프카 평전』 | 소나무 | 2012


나는 삶에 어떠한 확신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별들의 풍경은 나를 꿈꾸게 한다.

For my part I know nothing with any certainty, but the sight of the stars makes me dream.
- Vincent Willem van Gogh

카프카의 『소송』을 처음 읽었을 때, 참고 다 보는 게 힘들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헛소리가 나열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 서울 고서점가를 나돌던 카프카 책의 뒷면에는 “이것도 문학이냐?”, "이런 X새끼를 내가 읽다니!" 라는 욕과 낙서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기괴하고 이상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 안에는 틀림없이 무언가 굉장한 게 숨어 있다고 믿었다. 밀란 쿤데라를 포함한 수많은 훌륭한 작가가 극찬한 작품이 별 게 아닐 리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반복해서 읽었고, 마침내 카프카가 표현하려 했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글 맨 위에 옮겨 놓은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의 말은 카프카를 이해하는 데 좋은 암시가 된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심상은 고독, 소외, 불안 같은 것들이다. 삶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 빠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들의 풍경이 있기에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쓴다. 카프카도 외롭지만 아름다움을 믿었던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고흐와 카프카의 공통점은 또 있다. 생전에 전혀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흐의 유명 작품인 < 별이 빛나는 밤 >은 현재 천억 원이 넘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고흐 생전에 그의 작품은 팔린 것도 몇 개 없었을 뿐 더러, 팔려도 당시 가치로 이 백 만원 남짓했다고 한다. 카프카도 비슷한데 장편 소설 『실종자』의 첫 장인 「화부」가 단편 소설로 출간되어 폰타네 문학상을 받은 것 외에는 평단의 평가가 없다시피 했다. 그가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모두 친구 막스 브로트가 사후에 출판한 유고로 인한 것이다. 카프카는 후두 결핵으로 죽기 전에 유작들을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글을 그렇게 열심히 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카프카가 작품을 쓴 목적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의미 자체로 글쓰기를 생각했던 것 같다. 카프카는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다니며 밤늦은 새벽 시간에 글을 썼다. 이 시간의 경험은 신비할 정도여서, 때때로 자신이 쓴 구절에 스스로 감동한 나머지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한밤중에 옆 방에서 자고 있는 부모가 깰까 두려워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서 울었다.

『카프카 평전』 같은 책을 통해 이런 배경을 알고 작품을 읽으니 글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그가 적은 글은 문장과 논리 그대로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 평범한 삶의 감각을 뛰어넘게 해주는 매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카프카는 문학이 줄 수 있는 아주 새롭고 특수한 미학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많은 위대한 작가들이 카프카의 작품을 열렬히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CamomileForever'님은?

책과 꽃과 풍경을 좋아하는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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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펜벗을 모집합니다!

 

 

모집 기간
9월 22일(월) ~ 10월 20일(월) 24:00 까지


모집 인원
40명
모집 인원은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활동 기간
2014년 10월 말 ~ 2015년 2월 말 (4개월)


활동 내용
매월 반디펜벗서재에 ‘오늘의 책 테마’가 공지됩니다. 펜벗은 테마와 어울리는 도서의 서평을 씁니다.
함께 참여해 주시는 분들께 매월 적립금 5만원을 드립니다.
여기서 펜벗과 함께 다양한 글을 나누어 봅니다.


신청 방법
이 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 한 후, 항목을 빠짐없이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hyewonjung@bnl.co.kr

 

발표        
10월 24일(금) 14:00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및 반디펜벗서재에 발표 / 개별 공지


문의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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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공작소》 - 창조된 인물

 

 

오슨 스콧 카드 | 《캐릭터 공작소》 | 황금가지 | 2013 

 

 

《캐릭터 공작소》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 창조'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창조는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굳이 캐릭터 창조라 언급한 까닭은 이렇다. 저자에 따르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 통찰력 있는 관찰, 철저한 심문, 신중한 결정이라는 각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창조 과정을 간단히 살펴 보자. 1) 캐릭터를 착상할 때는 진부하지 않으면서 믿음을 주고 정서적 공감을 자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이해가 가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 2) 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캐릭터의 계급(단역, 주역, 조역)에 따른 적절한 역할 분담과 활용을 결정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3) 집필 단계에서 어떤 시점(1인칭, 3인칭 시점)과 시제를 통해 독자에게 어떻게 이야기가 비추어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제, 밤늦게 나문희와 심은경 주연의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캐릭터에 주목하였다. 비록 '오두리'가 작가의 창조물에 불과할지라도, 살아있는 캐릭터로서 공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동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1번에서 말하듯, 진부하지 않아야 하며 믿음이 가야 하고, 독자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두리는 정서적 공감이 가능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캐릭터이기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캐릭터이다. 또한 20대 꽃처녀 시절의 꿈과 낭만적인 연애까지 곁들여 독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을 이해하게끔 한다.

 

캐릭터의 착상 과정이 끝나면, 구상 단계로 넘어가 계급을 나눠야 한다. 즉 단역과 조역, 주역에 맞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수상한 그녀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러한 계급의 역할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상한 뒤에는 시점과 시제를 선택하여, 독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관점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노쇠한 육체와 나이 든 서러움은 나문희를 향한 '제 3자의 대화'를 통해 실감 나게 전해진다. 냄새나는 몸뚱이라든지, 강의실에서 서른 살까지만 살고 싶다 말한 한 여대생의 '늙음'에 대한 인식을 보며, 관객들은 늙음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적인 의미와 목적이 있는 장치로서 탁월한 기능을 한다. 화자 또는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기 위해 시점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캐릭터 창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위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치기 이전에 삶에서 건져 올린 진실한 '인물'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창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주인공을 예로 들었다. 영화에서 창조된 캐릭터 '오두리'는 인류 공통이 경험하는 가장 낯선 경험인, 나이 들어가는 슬픔. 모성애로 중무장한 어머니로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의 진실에 다가간 '진실의 캐릭터'가 아닐까.

 

만약 우리 삶에서 늙음에 대한 이해와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낚아 올리지 않았다면, 창조의 캐릭터가 아닌 그저 그런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의 그물을 던져야 한다. 삶에 그물을 던지고, 진실을 낚는 캐릭터라야 오랫동안 관객과 독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건져 올린 삶에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더해, 탄생한 캐릭터를 착상하고 구상하고 집필한다면, 우리도 그 안에서 오두리처럼 살아있는 '삶', 진실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현실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과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런데 당신이 독자도 이미 아는 것만을 소설 속에 늘어놓는다면 독자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작가가 현실의 사람이나 사건에만 매달리면, 독자가 진실을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본문 중)

 

오늘의 책을 리뷰한 '드림모노로그'님은?

삶에 그물을 던져 진실을 낚는 어부가 되고 싶어 책과 방랑을 시작한 촌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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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그 시대의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

 

몇 년 전 숙명여자대학교 도서관에 간 일이 있었다. 책을 찾으러 가긴 했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 어떤 자료가 있는지 건물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영어책이 모여 있는 1층 서가에서 발견한 여성들의 저작들만 모여 있는 코너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여성 작가들의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여류시인’이나 ‘여류 소설가’ 등의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듣기 어려운 단어가 된 것 같다. 나 자신도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그것이 무척이나 의식되던 때가 있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때보다 좀 앞선 시기였다. 당시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 전문직으로의 진출이 막혀있었다. 특히나 글을 쓰는 여자는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인정해 주지도 않았다. 여성들 중 일부는 여자가 아닌 남자의 이름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니.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녀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이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만 한다. 버지니아 울프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가 돈 이야기를 선뜻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 배고픔은 무기이고, 양식이다. 그 길에 펼쳐진 고난을 감내하고 가기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특히 당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몹시 낮았을 때)에게 글을 쓰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경제적 자유가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 여성들은 온종일 집안일과 소소한 돈벌이에 자신의 시간을 모두 다 내주어야만 했다. 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유산 상속이라는 엄청난 행운이 주어진다. 그 이후로 그녀는 시간적 자유를 보장받게 되었으며 그녀 스스로 자신의 행운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누린다. 그런 의미에서 돈은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간과 장소(자기만의 방)가 주어진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이 원하는 저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녀가 경고하는 것이 있는데 여성이 너무 남성을 의식하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니다. 그동안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온 건 사실이다. 그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대에 걸쳐 내려온 문화다. 하지만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오직 여성만 뭉치자’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연설을 토대로 엮어진 이 책은 내지의 느낌이 오묘하다. 너무 매끈거리지 않고 손에 만져지는 약간의 거칠거칠함. 막 깎은 연필의 뾰족한 심을 눕혀 줄을 그을 때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로 하여금 지적 열망에 대한 설렘으로 출렁이게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페미니즘적 목소리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독특한 어조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연설조의 수필을 술술 넘어가게 한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글쓰기의 주제를 다룬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 울프는 매우 유쾌하고 밝은 문체로 훌륭하고도 다양한 논지를 전개한다. 이 글은 우아하면서도 웅변적이고, 재기가 넘치면서도 날카로우며, 유쾌하면서도 열정적이다. (서문 중에서)


선구자들이 없었다면, 제인오스틴과 브론테 자매와 조지 엘리엇은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셰익스피어에게 말로가, 말로에게 초서가 없었다면, 초서에게 자연 상태의 거친 언어를 다듬고 길을 개척했던 잊힌 시인들이 없었다면 글을 쓸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본문 중에서)

 

오늘의 책을 리뷰'kelly' 님은?
세상의 한구석을 밝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초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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