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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5 2014 미결산 도서
  2. 2014.05.23 《그의 슬픔과 기쁨》 - 진짜 사나이

2014 미결산 도서


 

 

2014 미결산 도서

 

곳곳에서 시상식으로 분주한 걸 보니 역시 연말입니다. 다수의 매체가 올해 ‘최고의 책’을 가르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지금 잠깐 여기에 있는 네 권의 책을 되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출간되었고, 최고로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늘날 분명 필요했던 책입니다. 다시금 보시고, 내년을 헤아리는 건 어떨지요.

《그의 슬픔과 기쁨》은 올해의 온도를 어느 정도 높였습니다.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선도투’라 불리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6인의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곁으로 바짝 다가서서요. 해고된 노동자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했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몸소 올라왔습니다. 나 외에 다른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킹》은 한 도시에서 부조화를 이룬 노숙인의 삶을 섬세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에 있는 노숙인을 관찰한 후 1999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킹’이라는 개는 노숙인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끊임없이 울부짖었습니다. 킹은 “파괴를 견디고 살아남은 자, 혹은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만이 다음 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말합니다. 무기력하고, 참을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무참했던 한 해, 절실한 마음으로 거듭 펼쳐 읽을 책이었습니다.

《나를 고백한다》에서 피에르 바야르는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모질게 몰고 갑니다. 충격적인 상황, 전쟁, 대학살, 삶의 갈림길에서 확연히 변할 ‘나’,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자세히 살피고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자기의 핵심에 있다는 그 비밀스러운 씨앗이 없는 걸까? 분노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탈바꿈시켜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선택 받은 소수만이 가진 그 씨앗이?” 올 한 해, 다른 존재도 아닌 하필 인간이어서 무력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고통만이 유난히 가여워 보였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비정상화된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살길 바라며, 다시 꺼내 볼 책입니다.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노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말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니까요. 부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불평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2014년은 어른이 그르쳤기에 더없이 불쾌했고, 어른의 잘못을 감내해야 할 아이들이 처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른다운 어른, 사회가 받아들여야 마땅한 노인을 그리며 읽을 책입니다.

2014년,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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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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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과 기쁨》 - 진짜 사나이

 

 

《그의 슬픔과 기쁨》 | 정혜윤 | 후마니타스 | 2014

 

《그의 슬픔과 기쁨》을 읽는 내내 온몸의 마디마디가 욱신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놀라기도 했다. 인간이 견디기엔 너무 가혹한 일을 그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움찔거리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은 세상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탄생할 때에도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은 멈췄지만, 슬픔은 오작동된 적이 없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나가수’가 열풍일 때, ‘강남 스타일’로 싸이가 해외 스타가 됐을 때 노동자 누구는 분노했고, 누구는 목숨을 걸고 송전탑에 올라갔다. 그리고 정혜윤은 노동자의 삶 안팎을 넘나들며 세상의 사정과 노동자의 슬픔을 모두 들었다.

 

《그의 슬픔과 기쁨》을 안 읽었다면, 나는 문제가 있을 때 해답은 언제나 책에 있다고 믿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답은 교과서도 아니고, 훌륭한 문학도 아니고,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정답은 질문을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자신이 왜 해고됐는지, 이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싸움을 ‘해야만 할 것 같아서’ 했고, 송전탑에 ‘그냥 올라가게 돼서’ 참고 버텼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최악이 아니라 최선만을 남기려고 기꺼이 다정해진다. 나는 언젠가 대한문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그들의 손길을 소중히 보지 못한 것이 생각나 죄송하고, 슬픔이 기쁨이 될 때까지 살아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기쁨을 기록하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제일 괴로운 것은 산 자랑 죽은 자랑 새총 쏘고 쇠파이프 들고 싸우는 것을 위에서 보는 거였어요. 처참했지요. 기본적으로 그분들은 15년 이상 맘 모았던 동료들이잖아요. 한순간 악연이 되어 버린 거잖아요. 우리끼리 싸우는 거잖아요. (77쪽, 2009년, 서맹섭의 말)

 

치유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내 생각에 진짜 치유는 돌아가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우리를 치유해 주는 것이 치유가 아니라, 나에게는 일하러 복귀하는 것이 치유예요. (…)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어요. ‘내가 이 짓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있으니까. 그 뒤로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부정당한 기분, 내가 인정받았던 것이 다 소용없어진 것, 내가 스스로에게 해준 칭찬들이 다 사라진 것 때문에 무기력하게 느껴져요. (132쪽, 2010년, 김상구의 말)

 

2011년, 세상도 바빴다. 케이 팝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판매가 1백만 부를 돌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났고, 안철수 신드롬이 거셌고,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었다.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142쪽, 2011년, 저자 정혜윤의 말)

 

일을 하면 나도 노동자가 될 테고 그 속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제 꿈은,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노동자 대통령’이라고 했어요. 그 분야에서 최고의 숙련 노동자가 되겠다거나 장인이 되겠다는 뜻도 아니고 실제 대통령에 출마하겠단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최고의 노동자가 되고 싶었어요. (164쪽, 2012년, 복기성의 말)

 

그리고 진짜 희망은요, 자본주의사회에 살지만 자본주의를 경멸할 줄 아는 거예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고 돈이 주인인 세상인데 저는 그러기 싫어요. (…) 일이 전부인 것 같지만 일이 내 전체, 내 전부를 쥐고 흔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돈이 있건 없건 같이 어우러져 살 수 있고, 노동도 존중받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258쪽, 2013년, 양형근의 말)

 

그리고 이 일은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정규직이니까 일정 수입이 되고 그걸로 먹고살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지금대로 간다면 높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일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조건에서 일하게 될까요? 저는 그런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어요. (273쪽, 2013년, 김득중의 말)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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