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2.25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삶은 어딜 가든 따라온다
  2. 2012.10.25 《불편하고 행복하게 1》 - 내 안의 혁명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삶은 어딜 가든 따라온다



마루야마 겐지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바다 | 2014

미디어에서 조장한 농촌의 모습에 속아, 은퇴 후 아무 생각 없이 시골에 내려가 은퇴자금마저 다 쓰고, 빈민이 되어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정한 대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공기 좋고 물 좋고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인정 넘치는 이웃 사촌이 즐비한 곳이 농촌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미디어의 조장이 아니라면 과연 이러한 농촌의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을까? 실제로 농촌에 살던 많은 젊은이가 도시로 이동하는데, 과연 그들은 대도시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며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는, 바로 그 대도시로 유입된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엄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귀농을 해도 만족할만한 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루야마 겐지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직설적으로 늘어놓는 사람인데, 이 책에서는 미디어에서 조장된 귀농과 농촌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어렵게 돌려 말할 것도 없이 대도시처럼 수많은 인간이 익명성을 갖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사는 생활방식에 비해, 농촌의 경우 몇 세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도시의 삶을 상상할 수 없는 농촌 주민들은 마을 구성원들의 사생활에 서로 깊숙이 개입하는 삶을 살아오곤 했다. 그러니 미디어에서 조장한 인간미 넘치는 농촌생활의 실상이라는 것도 결국은 대도시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기준으로 봤을 경우, 터무니없는 사생활 침해의 다른 이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농촌에는 마을만의 무언의 생활규칙이 있다. 외지인이 암묵적인 규칙을 어길 경우,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한편 저자는 치안에 대해서도 논한다. 대도시의 경우 농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서 살고 있기에 치안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넓은 면적 대비 경찰의 수치는 대도시의 그것과 비교할 경우 현저하게 낮다. 결국 이는 치안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중구의 치안 수준과 경기도 포천, 양주, 광주 같은 넓은 행정구역의 치안 수준이 과연 같을까. 단위 면적당 배정된 경찰의 수치는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대도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기관을 비롯하여 종합병원 응급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골은 반대되는 의료 환경을 지닌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책의 주된 소재를 귀농으로 삼았지만, 본질적으로 인생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그 무게라는 것이 농촌으로 거처를 옮긴다고 해서 더 가벼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독자들에게 격정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막연히 낙원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주할 때 오히려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간명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이 마주하기 싫어하는 내용을 '귀농'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마루야마 겐지! 그의 힘 있는 문체 때문이라도 열혈의 에너지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여겨 추천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청아'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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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1》 - 내 안의 혁명

 

 

홍연식 | 《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재미주의 | 2012

 

도시 생활을 네 자로 말한다면? 만원버스, 무한경쟁, 스팸메일, 김밥천국, 불철주야, 심야영업, 음주가무, 카드결제, 만성피로, 연금복권, 승자독식…… 한 마디로 ‘고달프다’는 거. 사람들은 꿈꾼다.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른 삶, 따뜻하고,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여기보다 어딘가를 생각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가면 되겠네! 과연 그렇다. 너도나도 귀농, 귀촌, 전원생활 해 가며 서울을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나 또한 꿈 꿔 본 일이기에 시골로 향한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진정 마음의 풍요를 충족했는지, 한 번의 이사만으로 행복해졌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골라든 책이 《불편하고 행복하게 1》다. 만화가 홍연식과 그의 아내는 2005년 결혼하고 그해 9월, “월세와 보증금 마련할 길이 빠듯하여 (…) 비교적 집세가 저렴할 것 같은 경기도 여기저기의 집들을 찾”(19쪽)던 중 포천시 내촌면 진목리의 한 독채를 발견한다. 인근에 사람 사는 데라고는 그들 부부가 세든 집 한 채가 전부인 그곳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계절을 나기로 한다. 하지만 산자락으로 이삿짐을 실어 가는 트럭 안에서부터, 벌써, 그는 혼란에 빠진다.

 

문득 헷갈렸다.
그것은
내가 30년간 살던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유가
순전히 나의 선택인 건지
아니면 도시생활에 적응 못하고
도망가는 모습인지…. (46쪽)

 

애초에 넉넉한 살림살이로 벌인 일이 아니었다. 터전이 바뀌어도 삶은 계속하여 고달프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자괴감, 창작자로 산다는 것의 고뇌는 여전한 데다, 불편한 시골 생활까지 감내해야 한다. 이사한 지 서너 달 만에 풍요가 되리라 기대했던 자연을 향해 “미친놈의 산….”(265쪽)이라고 뇌까릴 지경이다. “칼같이 차갑고 매서운 겨울 산 공기가, 물기라곤 모두 증발시켜버릴 것 같은 뜨거운 난로 열기가, 침대 매트리스가, 의자가, 책상이, 벽이, 지붕이…… 모든 게 싫”(179쪽)어진 그는 겨우내 화병에 시달린다. 그의 마음 한 자리를 영영 해 먹을 것만 같던 화(火)의 독재는 돌연 끝난다. 이것은 《불편하고 행복하게 1》의 마지막 대목이다.

 

애초에 싸움의 대상이 틀렸다. 난 계속 도망치다 제풀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픈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낫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변한 집 주변을 둘러보다가 더 걷지 못하고 그만 눈물이 났다. 이러지 말자. 다시는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241쪽)

 

전원생활의 단꿈 스케치를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이 만화는 처절한 투쟁의 고백이다. 귀농 혹은 귀촌을 하더라도, 나의 삶을 떠나서는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고, 어떻게도 달라질 수도 없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2》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는 작은 자유를 얻은 이후 비로소 생활의 기록이 될 터. 더 불편하지만 더 편해졌고, 덜 행복하지만 덜 불행해진 그의 삶을 볼 수 있을 터. 이렇게 돌아갈 마음 자리는 아마 (찾기는 어려워도) 저마다의 지도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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