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28 <생각한다는 것> -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생각하기
  2. 2010.12.08 <리영희 프리즘> - 지식인의 빛

<생각한다는 것> -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생각하기

 

 

고병권 | <생각한다는 것> | 너머학교 | 2010

 


나이가 들어가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그중 하나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와 생각은 양적인 면에서 비례하는 것 같다. 생각이 많을수록 삶은 고달프다. 인생은 깊고 풍성한 생각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시간의 흐름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 구별되는 '생각'이라는 우월성이 어떨 때는 인간을 옥죄고 번민하게 만든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 아. 데카르트여. 인간은 정말 그런 존재란 말입니까.

생각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좋은 생각은 많이 할수록 좋고 좋지 못한 생각은 버릴수록 좋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건강하고 건설적인 생각은 인간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동력이 된다. 반면 잡념과 사념은 인간의 마음을 불안하고 두렵게 한다. 생각 버리는 연습을 통해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모스님의 수필집이 국내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오른 현상은 생각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한국 독자들의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일 게다.

'너머학교'의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생각에 대한 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교양부문 당선작이기도 한 이 책은, 철학자 고병권이 청소년을 위해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쓴 쉽고 새로운 철학책이다. 고병권은 이 책을 통해 인류사를 위대하게 장식했던 다양한 철학자들과 사상을 소개함과 동시에 인간 삶의 본질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알려준다.

먼저 저자는 철학의 긴요성에 대해 매우 명쾌하게 정리한다.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삶을 잘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잘'이라는 부사는 경제적이고 명예적인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보다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철학의 힘이 있다. 영어 공부와 수학 공부와는 다른 것이다. 삶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 그것이 바로 철학의 정의이자 이 책이 알려주고자 하는 '생각한다는 것'의 목적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저자는 총 여덟 파트로 철학의 세계를 안내한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함께 관련 철학자가 각 파트마다 연이어 소개된다. 디오게네스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고결한 사상을 만들어냈던 위대한 지성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독자의 앎은 배부르다. 또한 각 파트가 끝날 때마다 현실의 이슈 한 가지씩을 제기하여 관념이 아닌 실재의 세계에서 생각해야 함을 일깨운다.

저자가 제기한 '북한 핵 개발', '이라크 전쟁', ' 이주노동자 문제' 등은 비단 기성세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사회는 변하고 그만큼 시대의 가치관 또한 변화한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변한다 하더라도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 예컨대 '자유'와 '평등', '인권'과 '관용'은 문화와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간의 고유한 가치들이다. 청소년 때부터 이에 대한 숭고한 신념을 갖는다는 건 매우 필요하다. 지금의 아이들이 훗날 이 나라를 책임질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기성세대로서 우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 책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그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응당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다. 이러한 건강한 물려줌의 선순환 속에서 우리사회는 보다 희망이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 '생각'의 방향과 필요를 제시한 <생각한다는 것>은 참 좋은 책이다.

삶의 변성기를 겪어내는 이 땅의 십대들에게 건강한 사고와 행복한 삶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수고가 멋지다. 다만 책의 두께와 읽을 대상을 고려할 때 책값이 다소 비싼 점은 아쉽다. 동기와 노력이 좋은 만큼 책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리하자.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은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되 대상을 명확히 하여 간단한 구성과 수월한 내용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다윗'님은?
'앎의 크기가 곧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책 읽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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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 지식인의 빛

 

고병권 외, <리영희 프리즘>, 사계절, 2010

 


아침에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돌아가셨구나. 얼마 전 터키 앙카라에 위치한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 본 유물이 떠올랐다. 사람의 해골인데 눈과 귀, 입 모두 금으로 막혀 있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건가. 리 선생님은 오래 전 절필을 선언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를 지식인, 사상의 은사로 여기는 많은 이들은 그가 다시 발언하길 바랐지만, 기대에 부흥하지 않았다. 하지만 빛이 가는 틈 사이로 퍼지는 것처럼 지식인의 빛 또한 퍼져갔다. <리영희 프리즘>이 그것이다.

<리영희 프리즘>은 리영희 선생님이 직접 쓴 책은 물론 아니다. 또 한 저자가 그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식인의 빛이 현재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쓴 책이다. 연구원, 대학교 교수, 신문 논설위원 등 총 10명의 후배 지식인들이 각각 하나의 주제를 잡고 리 선생님의 사상을 비춰 2010년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바라본다. 전쟁, 종교 등 구체적인 문제에서 사상, 책 읽기, 자유 등 추상적인 주제까지, 하나에서 출발한 빛은 프리즘을 거쳐 다양하게 전개된다.

안타까운 건, 각 장의 제목에 쓰인 단어들 중 지금 세상에 버림받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 책 읽기, 자유, 지식인 등. 돈 버느라 바쁜데 생각할 시간은 언제 있으며, 과외에 학원에 바쁘기만 한데 책은 언제 읽겠는가. 또 대학 졸업 전부터 취업공부에 매진해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은 자유를 만끽할 시간이 없다. 생각해 보면 지식인이라는 말, 그렇게 낭만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없다.

‘지식인’이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건 우리가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기 모양대로 인정받아 마땅한 존재인데, 우리의 사고는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돈 있는 자들은 돈 없는 자들을 마음껏 무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마치 인간이 사슴의 숨통을 끊는 사자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인간이 곰과 사자와 같이 투쟁을 해도 좋다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우리는 본격적인 약육강식의 세계로 들어가도 좋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라, 라고 말하고 싶다면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지식인의 책무를 물을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은 말한다. “한국에서 지식인이 선지자, 민중의 수호자, 선각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진정 시민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면, 다른 삶, 다른 가치, 다른 세상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른 선택이 가능한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새로운 삶을 조직활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한국의 지식 사회, 지식인이 바뀌어야 한다. 지식인의 책무가 여전히 무겁다는 사실을 직시하도록 말이다.”(145쪽) 리영희 선생님이 절필하고 말을 아낀 이유는 이것이다. 지금은 이 물음에 우리 스스로 답할 때다. 스스로 빛이 될 때다.

양으로 태어난 내 자식이 늑대에게 물려 죽지 않았으면 한다. 지식인이 되면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 데, 아니 적어도 시기를 조금 늦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 어떻게 하면 지식인이 될 수 있을까. 에세이스트 김현진과 나눈 리영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인이라는 것은 대학을 나와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하면 지식인이다, 하는 면허를 따는 면허의 문제도 아니고 어떤 기능을 말하는 것도 아니네요. 기술적인 지식, 습득할 수 있는 어떤 기술도 아니고, 개인적 진실에 충실하고 사회적ㆍ보편적 선을 숭상하는, 이런 사람을 인텔리겐치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회와 국가와 인간 더 나아가 인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이 수반되는 사색을 하는 이를 나는 인텔리겐치아라고 생각해요. (…) 생존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그런 지식은 인텔리겐치아의 그것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215쪽)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늘(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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