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05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우리의 의식을 깨워, '우리'로 나아가다
  2. 2009.12.22 <비타 악티바>- 불균형한 균형의 역설, 총서 예찬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우리의 의식을 깨워, '우리'로 나아가다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한겨레출판, 2010

 


조지 오웰을 만나는 세 번째 시간, <위건부두로 가는 길>.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글이 되고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나는 오웰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까지 보기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그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의 삶을, 그러므로 결국 너와 나의 삶을, 다시금 ‘우리’라는 테두리 안으로 들여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오웰의 글이 자꾸만 읽고 싶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죠. 더욱이 그 경계들을 안으로 품고 그만큼의 세상밖에 볼 수 없는 저이기에, 경계 밖 ‘그들’의 삶까지 ‘우리’라는 이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내가 노동 계급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에게서 유사성을 발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의에 당하는 상징적 희생자였으며, 버마에서 버마인들이 하는 역할을 영국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쪽)

“하급 상류 중산층”인 그가, 식민지 버마에서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하면서 세상의 일그러진 얼굴을 대면하게 되고, 그때의 죄의식을 씻어내기 위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했었던 것처럼, 이 책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불의에 당하는 희생자’ 즉, 1930년대 당시 경제 대공황으로 대량실업을 겪고 힘겨운 삶을 지속해야 했던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그의 또 다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진보단체이자 독서클럽인 ‘레프트 북클럽’으로부터 취재 제의를 받은 그는, 두 달에 걸쳐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그들의 삶을 기록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위건 부두로 가는 길>로 남게 된 거죠.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다시,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으로 나아가는 그의 치열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자신의 성장배경과 영국의 계급문제, 당시 사회주의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는 2부의 내용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비판적 개인’으로서 오웰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어느 쪽으로 가려 해도 이런 계급 차이의 저주는 돌담처럼 우릴 막아선다. 아니면 돌담이라기보다는 수족관의 판유리 같다고 해야겠다. 없는 듯 대하기는 쉽지만 뚫고 지나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211쪽)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여기 중산층의 전형적인 일원인 내가 있다. 내가 계급 차별을 없애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계급 차별의 산물이다.” (216-217쪽)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제 안에 박혀 있는 “수족관의 판유리”를 보게 됩니다. “눅눅하고 설익은 위선”으로 ‘진보’를 말했던 모습을 돌이켜 봅니다. 너무 쉽게 ‘우리’라는 말을 쓰고 말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제 진짜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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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악티바>- 불균형한 균형의 역설, 총서 예찬

 


 
최현외, <비타 악티바> 책세상, 2008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총서(叢書)란 ‘1. 일정한 형식과 체재로, 계속해서 출판되어 한 질을 이루는 책들 2. 통일하지 않고 가지가지의 책들을 모음. 또는 그 책’을 의미한다. 물론 전자는 책의 만듦새로 후자는 주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총서는 태생적으로 불균형한 균형이라는 역설을 지녔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총서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도. 

나는 총서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국내 저자들을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는 총서 중에서는 살림지식총서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이하 책세상문고)를 즐겨 읽는 편인데, 전자가 ‘미리보기’의 역할이라면 후자는 ‘둘러보기’의 역할이다. 해당 분야의 사전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살림지식 총서를 먼저 읽는다.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기 위해 살림지식총서의 <미셀 푸코>(살림지식총서 026, 양운덕 지음)를 먼저 읽으며 용어를 익히고 푸코에 대해 정보를 얻는다. 반면 책세상문고는 관심 있는 분야와 서명을 직접 선택해서 읽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8, 장귀연 지음)을 직접 읽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식에 대한 갈망은 영원히 해갈될 수 없다. 하지만 미리보기와 둘러보기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총서 발행도 끝이 없다. 현재 살림지식총서는 377권(<바울: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을 넘어서>, 김호경 지음), 책세상문고는 123권(<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 유전자 정치와 영국의 우생학>, 염운옥 지음)까지 발행되었다.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

지난해 말부터 책세상에서는 <비타 악티바(Vita Activa) 개념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책들은 ‘둘러보기’의 역할이 강했던 기존 책세상문고에 ‘미리보기’의 역할을 더한 것이다.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열쇠가 되는 사회과학의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는 시리즈”로 소개된 비타 악티바는 <인권>을 시작으로 <아나키즘> <IMF 위기> <비정규직> <87년 6월 항쟁>, 최근 발행된 <자유>까지 총 16권이 발행되었다. 앞으로 14권이 더 발행되어 30권으로 개념사를 정리할 예정이다.

‘비타 악티바’, 어감에서부터 강한 느낌이 나지만(타이포를 중심으로 한 커버도 상당히 강한 이미지다) 이는 ‘실천하는 삶’이라는 라틴어다. “사회의 역사와 조응해온 개념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주체적인 삶과 실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각각의 책은 용어(개념)에 대한 근원에서부터 발전사와 현재의 의의 등을 톺아본다. 하나의 개념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구성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중요 용어들을 따로 설명하고 깊이 읽기를 덧붙여 변화를 주었다. 내용은 읽기 쉽게 이루어진 편이다. 하지만 인권(1권)이나 시민(3권)은 정의하기 어렵고 개념 자체가 상당히 폭넓기 때문에 모호하게 읽힌다. 다른 책들과의 유사해질지라도 현재의 쟁점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 추가되었더라면 좋았을 듯했다.

반면 아나키즘(2권), 계급(4권), 아방가르드(5권) 등은 개념이 비교적 명확하거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 개념을 바르게 정립하는 맥락이기 때문에 읽기도 수월한 편이었다. 아나키즘은 우리 사회에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개념 중 하나인데 여기에서는 “아나키즘을 삶의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아나키즘을 단순히 ‘무정부주의’로 번역하지 않는다. 이들은 ‘반강권주의(反强權主義)’가 더 정확한 표현”(12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나키즘이 좌파적 논리가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사상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책으로 만나는 아나키즘에서는, 아나키즘에 대한 주요 저작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나아가 그 책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준다.

지금까지 나온 책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특히 이 글은 <비타 악티바 세트 1~5권>을 중심으로 썼다) 관심 있는 개념어만을 접해도 유익한 책읽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확장했을 때는, 총서 읽기의 즐거움까지 더할 수 있다.

총서의 진화, 비타 악티바 시리즈와 개념어 총서 What

살림지식총서와 책세상문고 등이 총서의 장을 열었다면 책세상의 <비타 악티바 시리즈>나 그린비의 <개념어 총서 What> 등은 진일보한 총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총서가 나열된 지식들을 선보였다면 새로운 총서는 지식의 카테고리화를 선언한다. 하지만 ‘총서의 진화’라는 말이 새로운 총서가 기존의 총서를 대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은 총서의 태생적 역설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개념’인 것이다.

[덧붙임] <비타 악티바 시리즈>와 <개념어 총서 What>는 낱권으로 판매하는 것은 물론 하드케이스에 5권씩 담은 세트를 판매하고 있어 총서 마니아 및 컬렉터들을 자극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재즈하루’님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월간 <재즈피플> 기자. 반디앤루니스 블로그 ‘민용 in 재즈피플’에서 ‘음악을 읽고 책을 듣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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