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4.01.06 [반디 행사 수첩] 반디앤루니스 북컬렉션 2014년 1월
  2. 2013.12.31 [2013, 바로 이 책! No. 7]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 - 진격의두통님
  3. 2013.12.20 [2013, 바로 이 책! No. 5] 마음먹기에 달린 일 - lmicah님
  4. 2013.11.25 [요즘 뭐 읽니?] 강신주, 《감정수업》
  5. 2013.10.15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6. 2013.08.12 《강신주의 다상담 1》 - 말은 쉽고, 쉬운 말은 날 찌르고
  7. 2011.12.29 [서점에서 만난 사람]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희진입니다!
  8. 2011.09.07 [서점에서 만난 사람] 백수생활백서 실천가 - 도공 님
  9. 2010.10.01 [이슈와 추천도서] 가을이 오면, 나는 ‘나’를 읽고 싶어진다. (2)

[반디 행사 수첩] 반디앤루니스 북컬렉션 2014년 1월

 

 

[반디앤루니스 북컬렉션 2014년 1월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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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바로 이 책! No. 7]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 - 진격의두통님

이제 하루만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습니다. 우린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더도 말고 나이 든 만큼 성숙해진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인간이 더 많아요. 저 자신을 포함해서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겠지요. 성숙은 절로 얻어지지 않기에, 단지 시간에만 맡겨 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보다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진격의두통님인데요. ‘2013, 바로 이 책!’의 마지막 순서로 만나 보았어요. 이 이야기를 읽어 내리는 분들도 공감하시나요?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 마음에요. 가는 해를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마음이 가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기엔 2014년도 늦지 않았으니까요. 반디앤루니스를 찾는 분들이 좋은 책과 늘 함께하시길 바라며 ‘2013, 바로 이 책’은 여기에서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진격의두통 |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성경의 경구가 생각나네요.

 

제 올해의 독서계획은 첫 번째가 윌리엄 포크너 읽기, 두 번째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읽기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 12월 현재, 이 계획은 실패 상태입니다. 제 자신에게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실 2013년 올해 미친 듯이 이 2명의 위대한 작가의 책을 구매했어요.

 

 

그리고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이 《팔월의 빛》(전2권, 책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네요. 포크너의 이 책을 읽으면서 한숨을 얼마나 쉬었는지 몰라요. 예상은 했지만 진짜 난해하더라고요. 포크너는 소설의 형식으로 볼 때 20세기 초반 열풍처럼 불어 닥친 모더니즘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전지식을 가지고 덤볐는데도 그의 책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팔월의 빛》을 읽다가 중간에 덮었습니다. 지금은 《소리와 분노》(문학동네)를 읽고 있습니다. 《팔월의 빛》이 포크너에겐 시간과 공간의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인물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서사의 완성체라면, 《소리와 분노》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서사의 완성 직전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전의 책보단 덜 어렵겠지 하면서 책장을 펼쳤는데, 아이고야~ 더 어렵네요. 그래서 ‘포크너 읽기’는 2014년으로 계획을 연장했답니다. 비겁한 변명이죠? ▶ 《소리와 분노》 리뷰 보기

 

 

 

두 번째 계획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 읽기는 시작도 못했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판본으로 나온 《악령》(전3권), 《미성년》(전2권), 《죄와 벌》(전2권), 《백치》(전2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2013년에 한꺼번에 구매했습니다. 여기에 민음사 세계문학 판본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전3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읽은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뿐이네요.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 읽기’ 또한 2014년으로 연장합니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비겁해지는 순간입니다.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진격의두통 |

 

온라인서점과 출판사 간의 도서정가제 갈등 - 올해 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터넷서점 A사가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이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소장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와 여러 기고글을 통해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더불어 메이저급 출판사인 창비를 필두로 여러 출판사가 인터넷서점 A를 상대로 출고정지를 시행했습니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면 갈등을 빚었던 이번 사태 속에서 독자들 역시 다양한 입장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표명했습니다. 한 개인의 독자로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건, 정답은 없다는 거였습니다. 우습지만, 저는 도서정가제가 전면시행되기 전에 사려고 찜해두었던 구간도서를 미리미리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결국 독자인 저는 이번 일로 책만 실컷 샀네요.

 

 

박스세트로 묶으면 더 잘 팔린다? - 폴라북스(현대문학)에서 3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출간돼 최근 전12권으로 완간한 《필립 K. 딕 걸작선집》을 저는 책이 출간 될 때마다 낱권으로 구매해서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완간이 되면서 박스세트로 전12권을 묶어서 얼마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책이 출간될 때마다 한 권씩 구매해서 이 시리즈를 모은 저는 당연지사 필립 K. 딕 걸작선집 12권이 맞춤으로 들어가는 멋들어진, 박스 구경도 못했습니다. 물론 박스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될 때마다 저처럼 책을 한권씩 구매해서 모은 독자가 있기에, 이 시리즈가 완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독자의 입장은 생각 안 하고 완간됐다고 예쁜 박스에 12권의 책을 담아서 그것도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으니, 이 시리즈의 첫 권이 출간 됐을 때부터 책을 구매한 저 같은 독자는 그 순간 바보가 된 거죠. 성질 급한 놈이 우물 먼저 판다고 하지만 낱권으로 구매해서 시리즈를 모으고 있던 독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출판사의 판매행위에 참 많이도 서운했네요. 박스세트로 묶어서라도 책의 판매율을 높이고 싶은 출판사의 어려운 입장도 알지만, 더욱이 SF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출판사의 입장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여하간 《필립 K. 딕 걸작선집》박스세트 사건에서 보여지듯, 최근 출판사마다 박스세트로 책을 출간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전7권)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근사한 박스세트로 완역 출간됐고요. 지난해 민음사 세계문학에서《레 미제라블》을 박스세트로 출간해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일을 계기로 유명작가의 전작, 또는 시리즈 도서들이 박스세트로 출간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박스세트로 묶어서 출간해 책의 판매율이 전보다 더 좋아진다면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낱권으로 출간했다가 나중에 박스세트로 리뉴얼해서 재판매할 경우 낱권으로 구매한 독자들을 위한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88만원 세대에 관한 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이 출간됐지만, 올해에는 노인과 혼자 사는 싱글족들을 위한 책들이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의 라이프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죠. 이와 관련된 인문서, 자기계발서 등이 다양하게 출간돼 독자들이 자신의 노년 라이프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불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지음, 사월의 책)입니다. 여러 이유로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혼자 사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1인 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에 눈길이 가네요.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거주형태가 일반적인 한국에서 혼자 사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매우 불합리할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책들이 더 다양한 주제로 많이 나와서 이런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진격의두통 |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 《모든 것은 빛난다》 | 사월의책 | 2013 - 제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최고의 책으로 한 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저는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도런스 켈 리가 공저한 《모든 것은 빛난다》입니다. 고전을 통해 현사회가 되찾아야할 의식과 삶의 자세를 역설한 이 책의 내용은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까지 고전을 소개한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오디세이아》와 《모비 딕》을 해석한 점은 놀라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허먼 멜빌의 불멸의 걸작 《모비 딕》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입니다. 《모비 딕》을 해석한 챕터는 책 제목처럼 반짝 빛날 정도입니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사의 마음과 개인의 실존의식을 고전을 통해 되찾고 증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지독한 허무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나쓰메 소세키 | 《도련님》 | 현암사 | 2013 -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 전집 본으로 다시 읽게 됐습니다. 다시 읽어본 《도련님》은 20세기 초에 써진 소설임에도 매우 독특한 인물 설정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1인칭 시점인 ‘나’로 시작되는 이 소설을 통해 그전까지 별 생각 없이 읽었던 1인칭 소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더불어 현대소설과 근대소설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의 현대소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문학사 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작품입니다. ▶ 리뷰 보기

 

G. 버나드 쇼 | 《쇼에게 세상을 묻다》 | 뗀데데로 | 2012 -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유명한 묘비명과 《마이 페어 레이디》, 《피그말리온》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조지 버나드 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쇼에게 세상을 묻다》입니다. 인생 살만큼 살아온 노인 버나드 쇼가 만년에 저술한 이 책은 한마디로 ‘돌직구’입니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못된 교육시스템과 정치구조를 갖고 있는 사회가 청춘을 아프게 하는 거다. 개인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축소시키는 잘못된 정치사회적 구조를 먼저 고치는 게 우선이다.
②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고? 멈춰야만 보인다면 이미 그것은 현사회가 그 가치들을 구현하는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것을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로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가 파렴치한이다.

 

쇼 할배의 유쾌통쾌상쾌한 돌직구 한 번 맞아보세요. 정신이 번쩍 듭니다! ▶ 리뷰 보기

 

제레드 다이아몬드 | 《총, 균, 쇠》 | 문학사상사 | 2005 -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 같은 사고체계를 가진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 유명한 책을 저는 올해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하는 뼈저린 후회의 감정이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정말 읽는 이의 역사의식을 180도로 바꿔줄 책입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제가 이 책을 읽은 일입니다. 이 책과 후속작이자 문명3부작 시리즈로 출간된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도 어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현재 제 책장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네요. 2014년에는 이 2권의 책을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파운데이션》 | 황금가지 | 2013 -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린 미래는 지금의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대에 있습니다. 아마도 파운데이션을 읽는 이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이것을 단순히 ‘미래’라는 호칭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상상력의 부족을 인정한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의 무대는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인 우주이고 그 안에서 그려진 문양은 인간문명이라는 돋을새김입니다. 인간문명이 지금으로부터 1만년 이후에도 ‘존재’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인간문명이 지구라는 별에서 시작됐을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특유의 직관력은 이것의 끝을 생각했을 겁니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을 거란 생각은 문명의 역사와 개인의 삶에서 때때로 비관주의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시모프가 그린, 말 그대로 상상이 안 되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미래의 인간문명을 만났을 때 이 비관주의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 변합니다. 사실 이 낙관주의는 위험합니다. 그만큼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린 우주제국의 멸망과 새로운 제국의 탄생, 그리고 이것을 향해 치닫는 인간역사의 거대한 역동성은 소설 밖 현실의 고정된 일상마저 휩쓸어 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쉽게 이해해서 통계수학자인 심리역사학자 해리 샐던은 인간문명이 필연적으로 새로운 우주제국의 탄생으로 향할 것이라 수학적으로 입증합니다. 과학에 근거한 이 예언자의 예언대로 인간의 역사가 흘러갈 것인가는 소설 안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개인의 자유의지가 역사와 어떻게 접점을 긋고 어떤 문양의 궤적을 그리는 가입니다. 결국 개인의 존재성, 그로 인해 드러나는 삶의 영속성은 점차 사회의 부속물로 전락하는 현대 인간의 존엄성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데까지 이릅니다.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진격의두통 | 지난 5월에 소개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반디 오늘의 책으로 알게 됐습니다. 희진 에디터님의 글을 보고 고민 없이 이 책을 구매했어요. 특히 책을 소개하는 희진 에디터님의 글에서 “누군가를 아프게 한 일이 죄인 줄은 인간만이 알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를 읽어 본 순간, “이거 물건이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 《초조한 마음》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진격의두통 |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는 즐겨 꺼내 보는 책입니다. 특히 읽은 책의 서평을 쓸 때,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책을 읽고 느낀 점이 말로 표현 안 될 때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을 펼쳐보면, 마치 내 마음이 그대로 문자로 표현된 것 마냥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책에 적혀 있는 거예요. 마술처럼 말이죠. 시인이 던져준 하나의 문장을 곱씹으면서 제 생각을 확장하다보면, 지금 읽은 책에 대한 나만의 시선도 생기고 새로운 해석의 여지도 생기더라고요.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진격의두통 | 2013년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책은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함께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들입니다. 2013년의 독서계획이자 완수하지 못한 ‘포크너 읽기’는 앞으로 쭈욱~ 완독할 때까지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철학자 강신주의 책은 제게 결여된 감정들을 되찾아, 2014년에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어요.

 

진격의두통님의 반디 서재가 궁금하다면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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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바로 이 책! No. 5] 마음먹기에 달린 일 - lmicah님

여러 가지 정의가 있습니다만, 누군가는 책을 가리켜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합니다. 방구석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때로 세상과 담 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요. 그것은 일면이고 오히려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애초에 독서하기를 마음먹고, 정확히는 100권 읽기를 마음먹고, 그만큼 세상일을 고민해 나가기로 마음먹어야겠죠. 이들의 시작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까요. 한해가 저무는 이때, lmicah님처럼 마음먹기의 성과를 헤아려 보면 어떨까요? 지금 시작하는 것도 늦지 않았고요. ‘2013, 바로 이 책!’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lmicah | 저는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그저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서평을 쓰고 하는 것이 좋을 뿐입니다. 한 달에 적게는 5∼6권에서 많게는 12∼15권정도 책을 읽다보니 11월 30일 현재 104권을 읽었네요. 100이라는 숫자를 넘기다 보니 자연스레 ‘신년계획 중에 책 100권 읽기가 있었나?’ 생각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런 건 없었습니다. 3년 째 1년에 100권정도 독서를 하고 있는데요. 좀 더 장기적인 제 꿈을 위한 훈련 과정입니다. 내년에도 100권 넘게 독서를 하려고 합니다.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lmicah |

 

2012 대선 이후 - 작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2월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습니다. 최소한 문민정부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후 1년이 다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나라 곳곳에 갈등과 반목이 넘쳐나는 때는 지금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아직도 선거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의혹이 넘쳐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인지 올 초부터 지난 대선과 현 정권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주로 지난 대선과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책이었습니다. 소통과 통합을 부르짖으시던 대통령께서 단 한권이라도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어진 이념투쟁의 장이고 세대와 지역이 뒤죽박죽으로 엉킨 갈등의 장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으면 상대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나만 옳고 나와 다르면 ‘틀리다’, ‘나쁘다’가 되어 버린 2013년이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갈급 - 인문학이 멸종한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철학, 사회과학, 역사책을 많이 읽습니다. 절대적인 총량이야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인문학이라고는 관심도 없을 줄로만 생각되던 젊은이들도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올해 두드러졌다 생각됩니다. 특히 강신주 박사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TV에도 많이 나오고 오디오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의 문제, 사회의 문제, 삶의 문제, 생각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출판계의 암흑기 - 책의 키워드는 아니지만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키워드도 한 가지 덧붙이려 합니다. 올해도 소수의 베스트셀러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독자들은 책의 내용보다 저자의 이름만으로 책을 구입합니다. 그래서 양적으로만 보면 출판계가 다시 날개는 펴는 것은 아닌 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올 한해도 출판계는 암흑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사재기 관행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출판사 불황 심각 상반기 책 한 권 못낸 출판사 446개>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올 상반기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한 출판사가 446개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체감하는 경기보다 더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보이는 곳이 출판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lmicah |

 

 

김택근 | 《강아지똥별》 | 추수밭 | 2013 - 고(故) 권정생 선생님은 작은 성자(聖者)였습니다. 그의 신앙을 삶으로 그대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낮은 것에, 작은 것에, 아파하는 것에 몸과 마음을 쏟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리뷰 보기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교회가 권위주의, 물질만능주의, 신비주의에 물들었습니다. 조용히 가슴으로 드리던 기도는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외치고 있습니다. 장로와 집사는 직분이 아니라 명예와 계급, 권력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하는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을 이용하여 출세하고 권력과 돈을 얻으려 합니다.” (189쪽, 《강아지똥별》 중에서)

 

야스다 고이치 | 《거리로 나온 넷우익》 | 후마니타스 | 2013 - 일베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입니다. 일본 내 우익 단체인 ‘재특회’에 대한 르포형식의 책이기도 합니다. 한 사회 내에서 증폭되는 각장 병리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 리뷰 보기
 

“재특회는 명쾌하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명쾌해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무서운 건 재특회를 인터넷에서 칭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 괴로워요.” (368쪽, 《거리로 나온 넷우익》)

 

김종철 | 《폭력의 자유》 | 시사IN북 | 2013 - 한국의 언론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언론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할 때 그것은 흉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국민은 제대로 된 언론을 접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 길이 요원해 보이기만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 리뷰 보기

 

“과거를 망각하는 민족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 (86쪽, 《폭력의 자유》 중에서)

 

안세홍 | 《겹겹》 | 서해문집 | 2013 - 중국에 거주하고 계시거나 돌아가신 정신대할머니에 대한 책이다. 책의 내용보다 책에 실린 할머니들의 흑백 사진을 보는 것이 고역이다. 그들의 짙은 주름과 앙상한 몸은 이제껏 어떻게 삶이라는 고약함과 싸워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연예인의 망발이 있을 때에야 슬그머니 할머니들께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들의 천박함을 마주하게 된다. ▶ 리뷰 보기
 

“하루라도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어.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봐. 마당에……. 대차나무가 하나 있었어.” - 박대임 할머니 (102쪽, 《겹겹》 중에서)

 

아다치 리키야 | 《군대를 버린 나라》 | 검둥소 | 2011 - 우리와는 너무나 먼 코스타리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군대를 없앤 것이 아니라 ‘버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낯섭니다. 떨어진 거리만큼 우리와 그들은 너무나도 많이 다릅니다. 저의 첫 해외여행은 몽골이었는데, 그곳에서 경험한 그들과 나의 ‘다름’을 통해 얻었던 깨달음이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책입니다. ▶ 리뷰 보기

 

“코스타리카인은 어디를 향해 가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평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그것이 ‘푸라 비다 (Pura vida/Pure life)'라는 말이다.”

 

“순수하고 소박한 생활과 인생을 좋다고 인식한다. 아등바등 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것이 좋다’는 삶의 태도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 군대는 불필요하며, 오히려 군대란 과대한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01쪽, 《군대를 버린 나라》 중에서)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lmicah | 《충청도의 힘》입니다.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입니다. 사실 충청도 하면 충청북도 보다 충청남도가 제대로 된 충청도입니다. 문화도 그렇고 사투리도 그렇고요. 제 부모님은 충북이 고향이지만 어릴 때부터 향우회 모임에 따라가면 제 부모님의 말투와는 전혀 다른 충청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지만 정곡을 찌르는 우회화법으로 가득한 충청도 어르신들의 너스레는 책을 읽으며 참 많이도 웃게 합니다. 재미있고 한편으론 마음이 짠해지는 책입니다. ▶ 《충청도의 힘》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lmicah | 고(故) 리영희 선생님의 책 《반세기의 신화》입니다. 대학 때 이 책을 읽고 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이제껏 내가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책입니다. 이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추천했습니다. 지금도 제 방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이 책이 꽂혀 있습니다. 책에 가득한 메모와 밑줄을 보고 또 봐도 처음 읽었던 그 때의 감동과 충격이 되살아납니다. 그만큼 이 책은 제게 소중한 책입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책은 제가 가장 많이 꺼내보는 책이 될 것입니다.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lmicah | 게오르그 짐멜의 책 《돈의 철학》입니다. 2013년 안에 다 읽지는 못할 것 같지만 꼭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올 여름은 무척 더웠습니다.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터라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여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겁을 먹고 긴장을 해서인지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책도 6~8월에 가장 많이 읽었고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신기했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땀을 뚝뚝 흘리며 뒤척거리면서도 꾸역꾸역 읽어 낸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lmicah님의 반디 서재가 궁금하다면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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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강신주, 《감정수업》

 

 

강신주 | 《감정수업》 | 민음사 | 2013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또 오늘과 같이 반복되는 저간의 날들입니다. 꽤 많은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그 시간들이 남긴 흔적이랄 게 별로 없는데요. 이미 며칠 전에도 저는 그 날이 그 날 같고 저 날과도 같아 허망해죽겠다고 투덜거린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 삶의 동어반복도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도 그럴 게 주말 내 푹 퍼지고 축 늘어져 침대를 뒹굴거리다 다시 오 마이 갓! 월요일이 되어 부랴부랴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며 하루 빨리 금요일 저녁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여느 직장인의 일상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그 날의 다짐대로 기록하자면 또 못할 것도 없으나 기록해보아도 이 동어반복의 지긋지긋한 굴레를 피할 길은 딱히 없어 보인다는 게 또한 함정이겠습니다.

 

그렇게 판에 박힌 일상 탓만을 하고 있는 제게, 시대의 철학자 강신주가 나타나 질문을 던지네요. “당신은 자기 감정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감정이 먼저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어떤 사람, 어떤 사물, 그리고 어떤 사건이 우리 시선에 의미 있는 것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감정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만났던 것들은 우리의 기억에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였나 봅니다. “감정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억에도 남는 게 없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이 무엇인지, 부지런히 살펴야만 내가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요. 날 추워지고 건조해졌다고 얼굴에 수분크림이나 찍어 바를 줄 알았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며 매사에 무던해야 평온할 수 있다 믿어온 저입니다. 그런 제 태도가 오히려 “모든 것을 무감각이나 무감동의 상태로 흘려보내” 스치듯 기억 없이 지나간 어제들의 원인이 되었을 줄은 정말로 알지 못했네요.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는 것 아닐까요? 매사에 일희일비하면 너무나 피곤해지는 것, 혹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불이익을 받기 쉬운 것이 사회생활이지 가정생활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다음부터는 별로 기억나는 추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감정이 움직여야 기억나는 것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냥 모든 것을 무감각이나 무감동의 상태로 흘려보내 버린 겁니다.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더 나이가 들어 오늘을 되돌아보았을 때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삶이 말입니다. 억압되다 못해 이제는 거의 박제가 되어 버린 감정을 회복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한 번뿐인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지요. (머리말, 5-6쪽)

 

이제껏 몰랐다면 이제라도 배우면 될 일입니다. 요즘의 제가, 철학자들 중 거의 유일하게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한 “스피노자의 시선으로 문학 작품들을 깊게 독해하” (25쪽)며 진행될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펼쳐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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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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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1》 - 말은 쉽고, 쉬운 말은 날 찌르고

 

 

강신주 | 《강신주의 다상담 1》 | 동녘 | 2013

 

직설이다. 에두르지 않는다. 하나의 현실과 그에 따른 마음의 무수한 갈래, 고려되지 않는다. 하나의 생각과 그로 인한 반론의 가능성, 역시 염두의 대상이 아니다. 1 더하기 1이 어느 누구에게든 2인 것처럼, 사랑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니 이러이러하지 않은 그대들의 모든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아니, 찰나도 사랑이었던 적이 없었다. 혹자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내가 하고 있는 이 또한 사랑이다,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우기지 마라. 원한 게 사랑이라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이러저러한 혹은 저러저러한 관계 따윈 당장 끊어버려라. 헤어지란 말이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렇다면 준비된 다른 답을 드리겠다. 이제 바라지 말라, 사랑.

 

“사랑은 둘의 경험”이다. “나와 그 사람, 두 사람이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다 조연인 것이” 사랑이다. “둘의 경험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거”니까. (33, 35쪽) 그러므로 “오랜 기간 연애”를 했지만 “안정된 직장”“상대방이 모아둔 돈, 부모의 지원이 가능한 시점, 부모의 회사 퇴임 직전의 시기 등” 현실적 조건을 의식하며 결혼의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그대는 이미 사랑과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요건이 갖춰져야 같이 있겠다고 하는 건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만약 모아둔 돈이 결혼의 기준이 된다면, 두 사람의 관계보다 그 돈이 주인공인 것이다. “사랑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다른 현실적 조건이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그냥 “현실적 조건으로 살아”라. “죽었다 깨어나도 영원히 사랑은 못할” 것이다. (67-68쪽)                                              

 

독하다. ‘무려 철학 박사’인 《강신주의 다상담》은, 그래서 비수가 되어 꽂힌다. ‘생각이 많아 그 인생 고달픈’ 이들의 속이 뜨끔해진다. 사랑도, 현실적인 조건도 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돈이 만든 안락함 속에서만 너와 함께 하겠다는 비겁함, 돈이 없을지라도 나로 인해 네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의 결여 등 속절없이 헤집히는 스스로가 부끄러 미칠 지경이다. 그러므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말은 쉽지, 니가 뭘 알아, 과감히 빈정거려도 본다. 그러나 끝내, 부정하진 못한다. 쉬운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언을 구하는 척 사정을 늘어놓고선 진심으로 조언하는 친구에게 매섭게 쏘아 붙였던 그 말이, 사실은 미리부터 듣고 싶은 말을 준비해놓은 자기합리화의 마지막 저항이었음을. 맞는 말에 찔려 저도 모르게 내지른 왜소한 비명이었음을.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덤벼야 한다. 상담은 일단 '서로가 나누는 말'이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준비가 된 이들을 위한 것이자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찌르고 들어오는 말까지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된 이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사랑과 몸, 고독, 일, 정치, 쫄지 마 그리고 ‘지금, 여기’로부터 나온 그 무엇들로 이어질 ‘다상담’은 바로 그들을 위해서만, 자신자기의 치열한 고민이 되고 삶의 어려움을 물리치는 처방이 될 것이며 보다 인간다운 인생으로 나아가는 길목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하여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벙커1’에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 깊게 “철학, 즉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학문이 앎Sophos을 사랑하는Philo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사랑해야 그것에 대해 아는 학문이라는 것을 배운” 진짜 철학자 강신주가 등장해 어김없이 그대의 “비릿한 고통을 껴안아” 줄 것이다. (4-5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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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희진입니다!

 



*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사업부 컨텐츠팀에서 근무하는 오희진입니다. 오늘은 일을 시작한 지 사흘째랍니다. 일주일도 안 된 애송이로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려니 참 쑥스럽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지만, 책을 매개로 둘러보면 교집합이 있는 분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괜스레 친한 척을 하고 싶네요. 하지만 지금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차츰 본성을 드러내도록 할게요. 


저는 여전히 문학소녀(‘소녀’에 집중해주세요. 하하.)로 불리고 싶은 청년(?)입니다. 좋은 글을 읽고, 또 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평소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깁니다. 최근에는 우쿨렐레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비루한 자작곡을 만드는 무리수를 범할 지경에 이르렀지요. 식물을 키우거나 요리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요. 상꼬맹이처럼 보여도 취미는 꽤 여성에 가깝답니다. 이거 책과 관계없는 수다가 된 것 같지만, 끝까지 들어주세요. 저는 이야기를 가진 것에 폭 빠져드는 편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식물, 요리…… 고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잖아요. 책에서 시작된 이야기 예찬은 이렇듯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답니다. 말하자면 책은 저에게 이야기의 고향이지요. 어이쿠, 새끼 치느라 주절주절 소개가 길어졌네요.

 

* 서점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반디앤루니스는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니까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답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부작용이 있다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일단은 제가 생각하고 행동하기 나름이니까요!

 

*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나요?

 

일을 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사흘간의 기억 중에서 하나 꼽아 보자면 역시 댓글! 제가 올린 서평에 ‘저도 이거 읽었어요.’ 혹은 ‘읽고 싶어집니다.’와 같은 반응을 해주시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게 바로 소통의 묘미일까요?

 

* 책 읽는 설렘에 대해 한 마디 해주세요.

 

유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네요. 당시 살던 집에는 구형 라디오가 있었습니다. 녹음 기능이 있어서 옹알이나 노래 같은 것을 공테이프에 담고는 했지요. 그 중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녹음된 것도 있습니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두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남겨진 녹음이나마 듣고 있자면, 아마도 독서의 시작은 그때쯤이 아니었을까요? 글을 읽게 되기까지 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었겠지요. 어떤 주제를 통찰하기까지 몇 번이고 책을 읽어 내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요. 독서를 지속한다면 설렘은 어떤 식으로든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윤성희 작가의 책은 주저 없이 골라듭니다. 한국 문학을 즐겨 읽기 때문에 문학과지성사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신작을 별도로 살펴보기도 하지요. 일상적으로는 믿을만한 이들의 추천을 따라갑니다. 예를 들면 눈이 밝은 독서 친구나 진중하게 활동하는 블로거가 있겠지요. 문예지를 꾸준히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작품이 주목 받는지 동향을 알 수도 있고, 게재된 작품을 보며 추후 지형도를 그려볼 수도 있으니까요. 한국 문학에 한해서 주로 이야기했지만 (이쪽이 나름 저의 필살기라서요. 허허.) 분야가 달라져도 맥락은 비슷하다고 봐요. 누군가의 추천으로 시작하여 내가 추천하는 취향을 가지게 되기까지, 그리고 취향을 넘어서는 또 다른 책을 만나기까지, 기준은 성장합니다. 나 책 좀 읽어, 하는 순간에도 안 읽은 책이 무수하게 줄을 서지요. 지금 저의 앞에도 수만 권쯤 있습니다. 이쯤 되면 기준도 기준이지만, 언제든 기준을 뒤엎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어떤 책이든 받아들이는 마음 말이죠. 아아, 말이 또 길어졌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 지난 일 년 간 읽은 책 중 '베스트 5'를 말해주세요.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바스티앙 비베스, <염소의 맛>, K.C.콜의 <우주의 구멍>,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까지 다섯 권을 꼽겠습니다. <百의 그림자>는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무감하게 지나치고 마는 동시대의 현상과 하찮게 여겨지는 관계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장편소설이지요. 황정은은 한국 문단에서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 시인입니다. 1980년과 1996년, 두 번에 걸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요. 우리나라에는 출간된 시집이 많지 않은데요. <끝과 시작>은 그 중에서도 시선집이라서 소설책 한 권 분량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쟁 속에서 삶의 극단을 경험한 시인의 시선은 서늘합니다. 그 냉기는 어쩌면 온기로 향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시를 다 읽고 나면 느껴지지요. 바스티앙 비베스는 프랑스 만화가입니다. <염소의 맛>에서 ‘염소’는 수염 난 동물이 아니라 소독제로 사용되는 ‘Cl'을 이르는 말이지요. 수영장이 배경인 이야기로, 사랑에 빠진 인물의 내면을 온전히 그림으로만 보여주는 표현력에 낮은 탄성이 연달아 뱉어집니다. 최근에는 <사랑의 혈투>라는 신간이 나왔더군요. 이 만화 역시 수작입니다. K.C.콜의 <우주의 구멍>은 말 그대로 구멍에 관한 이론과 잠언을 방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영(0), 공(空), 무(無), 진공, 무한, 무중력, 부재, 침묵 등으로 표현되는 구멍은 철학과 과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문에서 풀지 못한 문제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풀이는 계속되리라는 여지를 남기며 책은 끝을 맺습니다. 깊이 있지는 않지만 유머 있고 폭넓은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자연과학 전문지 기자라는 저자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랄까요.

 

무의 이중성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텅빈 구멍이다. 구멍은 항상 양면적이다. 구멍은 존재인가, 부재인가? 정의에 따라 구멍은 부재이다. 그러나 구멍이 없으면 빵은 부풀지 않고, 탄산수는 쏘는 맛이 없고, 피 속의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할 수 없고, 벌은 집을 지을 수 없고, 우리는 도넛을 먹을 수 없다. 스위스 치즈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문장에는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지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앞서 언급한 <우주의 구멍>처럼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저자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강신주는 온오프라인에서 왕성하게 강의 활동을 하는 철학자입니다. ‘인문학의 부재’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도는 우리나라에서 철학의 일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시에 곁들여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의 말미에는 다량의 철학 서적 추천 목록을 삽입했습니다. 그야말로 친절한 철학입문서지요.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이 무엇인지 고민해 봅니다. 프롤로그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만 마무리할게요.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와 철학은 모두 이성복의 말처럼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해" 친숙한 세계를 낯설게 하는 인문학의 본령에 충실한 것들입니다. 앞서 말한 뇌과학의 현대 이론이 타당하다면 시는 정서와, 철학은 사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와 철학에도 두 종류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한편으로 독자들의 기존 정서와 사유를 거스르지 않는 시와 철학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독자들의 정서와 사유에 충격 혹은 자극을 주는 다른 부류의 시와 철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진정한 시인과 철학자는 후자의 길을 가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겁니다. 새로운 실천, 새로운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유와 새로운 정서가 불가피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시와 철학의 힘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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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같은 계절과 잘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추천해주세요.

 

박서영 |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 천년의시작 | 2006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점자책

 

 


흰 종이의 땅을 뚫고
출토된 글자들이 방울방울 솟아 있다

 

이 책은 어둠을 켜놓고 읽어야 한다
무색무취 글자의 근육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글자들은
조금 쭈그리고 앉아 있기도 하다

 

후각과 청각과 시각과 미각을 열고서도
마음의 감각까지 동원해야
차가운 너의 몸을 만질 수 있다
이것이 눈송이 같은 너의 몸을
다치게 하지 않는 방법이다

 

나는 어두워지면 불을 켜는 습관이 있어
영원히 이 책을 읽지 못하리라
어둠을 켜놓고도 환한 세계의 한 공간을
내 몸이 엿볼 수 있다면

 

아,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찬 흥남부두* 같은
책 한 권을 나는 읽을 수 없다

 


*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찬 흥남부두: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빌림


같이 글을 쓰던 선배에게 선물 받은 시집입니다. 안쪽에는 오늘을 기억하자는 글을 남겨져 있지요. 읽을 수 없는 책 한 권이 또 있다면 '오늘'일 것 같습니다. 저는 겨울마다 어제가 되어 버린 '오늘'을 기억합니다. 시집에 대한 답례로 가지고 있던 형광펜을 농담처럼 건넸었지요. 선배는 '오늘'에 몇 번이나 밑줄을 그었을까요?

 

*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독서가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책이라는 고향이 있어서 저는 마음이 든든합니다. 삶의 변두리에 있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저에게 책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을 수 있었네요. 이제는 여러분에게 물어 볼게요. 나에게 책이란? 앞으로 그 답을 듣고 싶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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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백수생활백서 실천가 - 도공 님

 

추석 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네요. 연휴 동안, 그동안 못만났던 가족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할일이 참 많으실 텐데요. 그래도 남은 2011년을 살아내기 위한 몸과 마음의 휴식 또한 놓치지 말고 챙기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오늘도 [서점에서 만난 사람] 시작하겠습니다!

 

도공 님이 궁금합니다!

 

구직과 실직을 벌써 두 번째 반복하고 있는 백수. ‘실업’은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불안과 초조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잠시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음. 지금은 ‘불안하면 지는 거다’라는 모토 하에 김상봉 선생이 말씀하신 ‘낙오자 되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오자 취급 당하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모순덩어리 세속인.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별 생각 없이 쓴 리뷰가 '오늘의 책'에 선정되면서 서재를 잠시 꾸며볼까, 했었죠.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바로 저(위) 순간.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책을 안 좋아하는 건지 몰라도, 전 책을 읽는 ‘설렘’ 같은 건 잘 모르겠다는. 저한테 책은 그냥 밥 같은 거라서. 뭐, 가끔 외식하면서 메뉴를 신중히 고르기도 하고, 오늘은 뭐 해 먹을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러다 엄청 맛있는 음식이 얻어걸리면 ‘앗싸~!’ 하고 쾌재를 부르고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지만, 그 만남 자체는 워낙 일상적이고 당연한 거라 미처 ‘설렘’이 끼어들 자리가 없달까. 달리 말해 책은 가슴 떨리는 연인이라기보다, 없으면 안 되는 내 일부인 듯.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때그때, 제 상태에 따라 다른데, 몸이 편할 땐 머리가 불편해지는 책들-사회과학, 경제, 생태, 인문 등-을 많이 골라 읽고요, 반대로 머리가 불편할 땐 소설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물론 특정한 문제의식이나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그에 답을 줄만한 책들을 골라 읽고요.

 

이런 책은 무조건 산다! 라고 할 만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박민규 소설. (내) 눈에 띄는 신간.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앙드레 고르의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을 펴놓고 박주영의 <종이달>, 장강명의 <표백> 같은 소설을 읽었네요.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사고 싶은 책은 대부분 사버리는 스딸이라 책에 ‘눈독을 들이’거나 ‘마음에 담아두’거나 하진 않아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지금 딱 떠오르는 사람은 박민규와 강신주인데.. 박민규는 제가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강신주는 인문이라는 칼로 이 사회 단면을 베어내 날카롭게 진단할 줄 알아요. 그의 무기도, 관점도, 시선도 마음에 들어요.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특히 그랬고,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조차 그는 이 사회를 잊지 않아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문학자의 면모죠.

 

늘 마음에 두고 있거나, 몇 번이고 다시 보며 감동을 느끼는 책이 있으신가요?

 

<오래된 미래>. 몇 번이고 다시 읽진 않았지만,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책이에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하면서 인간 사고와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말해주거든요.

 

최근 3개월 동안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은 어떤 게 있나요?

 

갈수록 인상 깊은 책이 적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책을 읽지 않을 땐, 보통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해찰

 

독서하면서 생긴 특별한 습관이 있으신가요?

 

한 번 잡은 책이 아주~ 재미있지 않은 이상 이 책 읽다, 저 책 꺼내 읽다, 해서 항상 베개 맡에 책 대여섯 권은 기본 널려 있어요.

 

그간 읽으신 소설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주인공. 

 

단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꼽으시겠어요?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

 

가장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어떤 건가요?

 

내 책장에서 고른 책이라면 무엇이든.

 

세상 모든 책이 불탈 때 단 몇 권의 책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구하실 건가요?

 

흠...... 타오이스트로서 <노자>라도 구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읽은 책에 대해 일일이 리뷰를 다 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관계로다가 되도록 책 읽고 짧게나마 기록을 남기려고 해요. 나한테 인상 깊었던 구절, 혹은 이 책 한권을 대변해줄 수 있는 대표 구절을 옮겨 적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게, 내 저질 기억력이 읽었던 책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네요.

 

'책 읽는 설렘'에 대한 도공 님의 답변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 만남 자체는 워낙 일상적이고 당연한 거라 미처 ‘설렘’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하셨죠. 왜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로 자신을 표현하셨는지 알겠네요. 앞으로는 자발적 '낙오자 되기' 실천에서도 '불안과 초조'가 끼어들 자리가 없길 바라봅니다. 혹은 바라는 때에 바라는 일로 바라는 책은 모조리 구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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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추천도서] 가을이 오면, 나는 ‘나’를 읽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모두에게 찾아온 긴 연휴를 지내고 나니, 이제 완연한 가을이 와 있는 듯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공연히 창밖으로 애꿎은 시선을 보내게 되는 건, 비단 저만이 아니겠지요. 늦은 밤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놓고 마냥 뒹굴어도 좋겠고, 느긋하게 "책상 앞에서 詩集들을 뒤적이"며,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어오"르는 걸 보아도 좋겠다, 생각합니다. 한 해의 반 이상을 꼬박 살아낸 우리가,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핑계삼아 스스로에게 얼마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저물어가는 해年와 함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될 테니까요.

 

 

 

 

「어떤 풍경」

 

고요한 서편 하늘

해가 지고 있습니다

건널 수 없는 한 세계를 

건넜던 한 사람이

 

책 상 앞에서 詩集들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가 읽는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러오릅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時間의 무상함

 

(어떤 사람이 시간의 詩를

읽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 지성사, 2010, 65쪽 

  

“시집들을 뒤적이”는 일은, 이제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언어를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그에 맞는 언어를 갖지 못했던, 어떤 감정과 생각들의 맨얼굴을 보고 싶을 때. 내가 나를 설명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절감할 때. 그때야 비로소 추상과 이미지로 열려 있는 시의 세계가, 객관에 지배되는 일상의 우리에게, 간절한 필요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전'으로의 끊임없는 이행이다. 예술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면, 예술은 일상적인 삶과는 반대 방향을 진행할 것이다. 즉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문학동네, 2001

 

늘 보고 듣고 느껴왔던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 그 생경함으로 '사실'과 '안전'의 지대에 안착한 일상을 뒤흔들고, 자발적인 혼란에 처하는 일. 그게 바로, 시를 읽고, 시에서 타인을 읽으며, 타인을 통해 다시 나를 읽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러나 '시 읽는 철학자' 강신주가 강조해 말하듯, 이와 같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해, "삶을 낯설게 하는" 것은 비단 예술과 시의 역할만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일상적 세계를 동요시키고 낯선 세계를 도래시키는 힘"은 "개념들을 창조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엮음으로써 새로운 사유 문법을 만드는" 철학 또한 충분히 지니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니 이 '가을의 낭만'이 자연스럽게 추동하는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위해,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을의 낭만에 기대어 내 자신을 설명해줄 언어를 찾아 헤매다 만난 이 책을 권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 되면, 그 사이 무감하고 무던해져 버린 일상 속에서, 작년 이맘때쯤과 다른 '오늘의 나'를 찾고 싶어지는 모든 분들에게.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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