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12.26 《빨간 집》 -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2. 2014.12.15 《세상의 문 앞에 선 아이》 -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3. 2014.09.29 《빙점》 - 너희는 얼마나 깨끗하더냐
  4. 2014.09.02 《최후의 가족》 - 부디 헤어집시다, 잘
  5. 2014.01.16 [그리는 일기] 가족의 사정
  6. 2011.11.07 [그리는 일기] 가족이 뭐냐?
  7. 2010.08.06 <침묵의 무게> - 조금씩 점점 더 가벼워질 수 있도록 (2)
  8. 2010.07.19 <침묵의 무게> 북테스터 20분 모집! (2)
  9. 2010.07.14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4)
  10. 2010.05.07 <아름다운 하루> - 어린 시절에서 빌려운 짧은 시간의 아름다움 (2)

《빨간 집》 -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마크 해던 |《빨간 집》 | 비채 | 2014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내 편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족을 말하지 않을까. 내게도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의미로 자리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족이란 울타리가 짐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위로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 주는 가족…. 분명 어떤 이는 도망치고 싶어질 것이다. 마크 해던의 《빨간 집》이 곧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진 않을까. 책 제목부터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서로의 존재를 외면하고 싶었던 남매가 어머니 장례식을 통해 너무나 오랜만에 재회한다. 서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금전적, 육체적으로 나누어 돌보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 서로의 속내는 달랐다. 한편 서로 엇갈린 기억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남매와 그들의 가족은 불현듯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여행이란 게 그렇다.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한다 해도 꼭 한 번은 싸우기 마련이다. 그만큼 쉽지가 않다. 하물며 남보다 못한 가족인 누나 안젤라와 남동생 리처드, 그들의 배우자와 여행 자체를 내켜 하지 않는 아이들이 함께한 여행은 어떨까. 이들의 가족여행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으며 위험천만하다.

 

안젤라와 리처드는 서로 부모님에 대한 기억 자체가 다를 정도로 거리가 있다. 리처드는 가족 곁을 떠나 당당히 의사로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동생을 바라보는 안젤라의 마음은 꽤 복잡하다.

 

옆 좌석의 안젤라를 곁눈질했다. 그 옛날, 대학 술집에 앉아 있던, 어깨가 드러난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뚱뚱해지고 살갗도 처지고 장딴지에 정맥이 불거져 나와서 할머니가 다 된 모습에 그는 넌더리가 났다. (13쪽)

 

안젤라의 남편 도미니크는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이들의 부부생활은 엉망이다. 그들에겐 자식들이 있다. 알렉스, 데이지, 벤지…. 첫째아들 알렉스는 리처드의 딸(아내의 딸) 멜리사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게 되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데이지는 종교에 심취한 소녀로, 멜리사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이 시험대에 처하는 상황에 놓인다. 막내 벤지는 나이 차이가 있는 형과 누나, 여기에 부모님까지 저마다 자신들이 가진 문제와 생각들이 벅차기에 가족들의 제대로 된 보살핌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리처드의 가족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현재 리처드를 괴롭히는 것은 법정까지 갈지 모를 의료사고다. 그의 잘못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연관은 되어 있다. 리처드는 수시로 환자를 떠올리며 찾아가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처드는 아내 루이자를 통해 안정을 얻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간다.

 

한데 여행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리처드와 루이자 앞에 나타난다. 그녀의 딸 멜리사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지녔는데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아픈 곳을 본능적으로 잘 알아챈다. 교묘하게도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기도 한다. 솔직히 멜리사가 내 딸이라면 무서울 거 같기도 하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죄책감 없이 행하는 멜레사의 모습은 선뜻 예뻐하기 어려우니까. 멜리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려운 문제를 데이지에게 털어놓지만 데이지의 반응에 마음이 상하고 만다. 데이지 역시 무엇인가 이끌리듯,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며 양쪽 부모 모두를 긴장시키고 만다.

 

엄마도 사람이었구나. 이 당연한 사실을 어째서 그토록 모르고 지냈던 걸까. 당장이라도 손을 내밀어 엄마를 붙잡고 다 잘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그런데 불현듯 지난 세월이 백일몽처럼 밀려오면서 데이지는 시내로 장 보러 가는 엄마를 따라온 다섯 살짜리 어린애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129쪽)

 

딸과 엄마 사이는 특별하다. 이 특별한 사이에도 서로에 대한 벽을 치는 일이 흔하디 흔하다. 사춘기 딸이 갑자기 심취해 버린 종교와 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자신이 가진 고통스러운 기억이 더 크기에 사춘기 딸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엄마 안젤라에게는 없는 것일지 모른다.

 

이러한 가족끼리의 여행이 애초부터 순탄할 리 없었다. 수시로 삐거덕거리는 일이 생겼고, 그들은 나름의 해결 방식을 찾으며 또 서로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고 마음이 상해 더 깊은 골이 생기기도 했지만 위로를 경험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픈 이야기는 기형아를 사산한 안젤라가 수시로 아기를 떠올리며 힘든 상황에 놓인 부분이다. 사산아로 인해 그녀 스스로 더 고립되고 가족들과 멀어진 것은 아닌지. 안젤라는 자신의 아픔을 껄끄러운 올케 루이자에게 털어놓으며 루이자는 안젤라의 아픔과 고통, 상실 등의 복잡한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깔끔하게 정리되는 해결책을 얻어야만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그들은 각자의 생각과 고통 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처음에 만날 때와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현실 속 우리 가족의 모습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우리 역시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과 소소하게 갈등을 겪을 수 있기에 충분히 이해된다.

 

여덟 명의 가족이 8일간의 여행을 통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닌 각자의 눈에서 바라보기에 어쩌면 더 냉철하고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다음에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지금과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인데 가족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으며 이야기를 통해 내 가족,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라떼12'님은?

책을 좋아하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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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 앞에 선 아이》 -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노경실, 조성흠 | 《세상의 문 앞에 선 아이》 | 크레용하우스 | 2013

 

아주 먹먹한 동화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사춘기 맞짱 뜨기》로 잘 알려진 노경실 작가의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읽어 본 책이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돈이 세상의 주인이 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돈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고 돈 때문에 불행해질 수 있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어 돈을 벌고자 합니다. 정말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까요? 정말 돈이 없으면 불행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쁜 일이라도 돈을 많이 벌면 되는 걸까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책을 읽다 많은 자문을 합니다.

 

'제발 아빠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은실이가 울지 말았으면. 오늘 밤은 우리 집이 조용했으면…….' (49쪽)
 
《세상의 문 앞에 선 아이》는 일요일 오후를 시작으로 수요일 새벽까지 명훈이에게 찾아온 일을 담아냈습니다. 9월의 끝자락을 닷새 남긴 일요일 오후. 연립 주택 반지하 방에는 창으로 흘러들어오는 가을 오후의 빛을 바라보는 6학년 명훈이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커다란 담요를 덮고 웅크려 자는 1학년 은실이. 그리고 빈 술병과 함께 누워 있는 아빠가 있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명훈이는 중학교 2학년인 선배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동철이는 지금 학교에 다니지 않고 돈을 벌고 있지요. 무슨 일이든 싫증을 자주 느껴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학교도 그만두었습니다. 피자집 배달원, 오락실 종업원, 신문 배달 등의 일을 하며 지냅니다. 동철이에 대한 갖가지 나쁜 소문이 있지만, 명훈이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동철이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동철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백화점을 세워 가난한 사람이나 신용카드 없는 사람들도 백화점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할 거라고 했죠. 명훈이에게는 부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고요.

 

명훈이는 엄마 힘 하나만으로 살기 힘든 집안 형편 탓에 동철이 선배에게 의지하면 살기가 훨씬 편해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명훈이에게 동철이는 하나님 같은 사람이었지요. 동철이는 명훈이, 한태, 보수, 종식이에게 동네에서 제일 큰 주유소인 한국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수요일 새벽, 몰래 금고를 가져오자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고 명훈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반지하 방으로 이사 온 뒤부터 두통이 생긴 명훈은 동철이와 함께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오직 신 나는 일과 행복한 미래만 그려졌으며 두통도 사라질 수 밖에요. 명훈이는 빨리 어른이 되어 동철이가 말하는 행복한 세상에 살고 싶었어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명훈이는 황소 슈퍼에서 외상값 때문에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 앞에서 쩔쩔매는 엄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의 소장이었던 아빠가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보상금과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려다 사기를 당한 후,  집이며 자동차, 모든 재산을 빼앗긴 뒤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달라진 형편보다 더 무서운 건 아빠와 엄마의 변한 모습이었지요. 희망도 웃음도 모두 사라졌고, 휠체어마저 빼앗긴 아빠는 문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은 채 술만 마셨습니다. 엄마는 아예 말이 없어졌지요. 아빠와 엄마는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면 언제나 큰 싸움이 되었고, 명훈이와 은실이도 말을 잃었습니다. 

 

명훈이와 세 아이는 마치 돌아오는 수요일에 독립운동을 감행하려는 열사들처럼 결연한 표정이었습니다. 명훈이는 자신이 돈 좀 더 벌면 우리 집이 다시 잘살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식구 중 누군가가 조금만, 조금만 더 돈을 벌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봉수는 돈 보따리 잔뜩 갖다 주면 엄마가 무시하지 않을 테니 하겠다고 했고, 아빠가 한마디 야단치면 더 크게 야단치는 형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하겠다고 합니다. 종식이도 공부를 못해서 대학도 못 갈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돈을 벌겠다고 하지요. 이렇게 아이들은 동철이의 말대로 수요일 새벽에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술을 가져오라는 아빠, 은실이와 지연이가 놀지 못하게 하는 지연이 엄마, 숙제 안 했다고 아빠에게 회초리를 맞고 우는 은실이, 은실이와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엄마, 명훈이는 참기 힘들었습니다. 명훈이는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엄마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은실이는 엄마와 명훈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때,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기적이 일어나려나……." (112쪽)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새벽 세시가 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명훈이는 한국 주유소로 가야 옳은지, 옳지 않아도 가야만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집을 살릴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살그머니 빠져나왔습니다. 이제 문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 안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동사무소에서 아빠에게 휠체어를 주기로 했고 그로 인해 아빠 엄마는 행복한 수요일을 보내고 있었지요. 명훈이는 손잡이를 잡고 있습니다. 손잡이를 살짝 돌리기만 하면 문밖으로, 집 밖으로, 지하실 밖으로 나갈 수 있지요.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명훈이는 나갔을까요? 그래서 명훈이는 행복해졌을까요? 《세상의 문 앞에선 아이》는 끝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론을 독자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길 바라는 듯합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돈을 많이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은 나쁜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명훈이와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명훈이는 돈이 없어 행복도 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어 돈을 벌고 싶었지요. 그런데 지금 돈을 많이 가져올 수 있다는 유혹이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명훈이에게는 그 돈이 행복을 갖다 줄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 고민에 맞는 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책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힘들어하는 엄마가 명훈이에게 이런 말을 하죠.

 

"용기, 소망, 사랑, 믿음, 진실, 우정.....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거야. 명훈아, 그런데 엄마 마음에서 그런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하지만 엄마는 끝까지, 너희들이 내 옆에 있는 한 쓰러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잠시, 아주 잠시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도 엄마를 미워하지 말아 줄래? 약속할 수 있니, 명훈아?" (51쪽)

 

돈이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는 세상이고, 돈이 주인이 되어가는 세상이지만 사랑, 진실, 행복 등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습니다. 달콤한 유혹 앞에서 문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명훈이는 지금 망설이고 있습니다. 휠체어 하나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았지요. 행복은 돈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명훈이가 문을 열고 나가지 않기를, 세상의 모든 아이가 나쁜 유혹으로부터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의 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갈지, 나가지 말아야 할지 선택하게 되지요. 부디 우리 모두 명훈이를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그 지혜를 선물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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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 너희는 얼마나 깨끗하더냐

 

 

미우라 아야코 | 《빙점》 | 홍신문화사 | 2011

 

인간의 내면에는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중첩되어 있을까? 외부의 영향에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게 변하는 마음 상태를 느끼다 보면 '내 안에 무엇이 그리 복잡하고 많은 것이 담겨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세상 모든 것을 품고도 남을 넉넉한 마음일 때도 있는가 하면 바늘 하나 꽂을 수도 없이 닫힌 마음일 때도 있다.

 

그 경계를 서성이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그렇게 본다면 완전하게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반응하며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또한, 우리가 선(善), 악(惡) 이라 정의하는 것도 알고 보면 시대에 따라 달리 평가하고 사람에 따라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이를 증명하는 것이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분명 있다. 이렇기에 사람들은 문학이라는 가상현실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나마 마음껏 그려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결코 평탄한 삶이 아니었던 일본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바로 그러한 인간의 복잡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을 벗어난 일상생활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와 그 폭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단란한 가정에 어느 날 불행이 닥친다. 누구의 책임도 아닐 수 있지만 현실의 결과는 자못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 도시의 병원장과 그 가족에서 닥친 일로 인해 가족 내 중심이 되는 부부 사이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그 출발은 세 살짜리 아이의 실종과 죽음이다. 죽은 아이를 잊지 못하는 부인 나쓰에의 부탁으로 남편 게이조는 입양을 결심한다. 한데, 불륜을 저지른 부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게이조는 자신들의 아이를 죽인, 범인의 딸을 입양한다.

그 근저에는 자신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대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에 대한 실험이 깔려있다. 죽은 아이를 대신한 자리에 들어온 요코. 어린 아이는 나쓰에의 헌신적인 사랑에 의해 밝고 명랑하며 착한 아이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점차 남편의 숨겨진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파행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요코는 조금씩 자신의 처지를 알아간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누구를 미워할 수 없는 성격에 의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어머니 나쓰에의 편집증적인 모습에 오히려 자신을 강한 사람으로 다그친다.

 

이후, 요코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 사람’인 기다하라를 만나면서 나쓰에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된다. 결국 자신의 존재의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며 이 모든 상황의 출발점인 자신의 원죄를 느끼고 자살을 결행하기에 이른다.

 

빙점이 보여주는 오해와 불신은 남편 게이조, 부인 나쓰에, 부인을 좋아하는 무라이의 삼각관계에서 출발했다. 소설은 사랑이라고 하는 현실의 문제가 어떻게 왜곡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서 부인 나쓰에로 그려진 인간형을 보면 인간의 근본적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에게 구애의 눈길을 보내는 다른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심리적 갈등을 겪지만, 그 와중에도 아들의 친구에게 이성적 감정을 보이는 등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한 남편 게이조는 확인되지 않은 어떤 요인에 의해 부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소심함을 지녔다. 게다가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풀지 못할 운명적인 숙제를 껴안고 살아가며 자신의 옳지 못한, 순간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한편 도루는 어른들이 일으킨 문제는 그들이 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자신이 짊어지고 나가야 할 책임으로 여긴다. 요코와 결혼함으로써 이 모든 문제를 안고 가려고 하지만 남매라는 현실을 벗어나긴 어렵다.

 

작가는 게이조, 나쓰에, 무라이, 다카키, 도루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인간으로서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소설 속에 또 하나의 인간형을 배치해 두었다. 요코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것이다. 현실에서 겪게 되는 배반, 좌절, 절망,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하는지 요코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일까? 아니면 종교에서 말하는 원죄라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까? 마지막 선택이 자살 이지만 작가는 다시 요코가 깨어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어갈 여지를 남긴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모순을 풀어갈 화두로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지는 인간들. 인간이란 그 관계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이 보여주듯 많은 갈등의 요소는 바로 그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며 부딪치는 다양한 갈등을, 피하지 않고 대처할 묘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에게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무진기행'님은?

한 명의 저자는 곧 하나의 세상이기에 저자의 눈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설렘과 더불어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줍니다.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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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가족》 - 부디 헤어집시다, 잘

 

 

무라카미 류 | 《최후의 가족》 | 이상북스 | 2013

 

스물한 살 아들은 방안에서 1년 넘게 나오지 않는다. 문 밑 틈으로 건네지는 메모로 대화한다. 열여덟 살 딸 도모미는 집에서 나가는 게 꿈이다. 열 살 연상의 보석 디자이너 곤도를 만난다. 마흔아홉 아버지는 기계부품회사의 영업사원이다. 26년 근속했지만,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버지는 곧 정리 해고될 것이다. 가정주부인 어머니는 열세 살 연하의 목수 노부에와 데이트를 한다. 이 가족 각자에게 저마다의 삶의 모습이 있지만, 공통으로 보이는 문제는 이거다.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히키코모리 아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딸 도모미의 대학 등록금도 마련해야 한다. 정신적·경제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이 가족은 보고만 있어도 위태롭다. 곧 누군가 호각을 불고 "해체!" 하고 외치면, 곧 그렇게 해체될 것만 같다. 이들 가족에게 다른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최후의 가족》 속 가족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떤 표본을 한 장소에 옮겨 놓은 듯하다. 어느 집 히키코모리 아들, 그런 집이 지겨워 탈출을 꿈꾸는 딸, 정리 해고 대상자에 올랐음에도 가족에게 말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가장,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대상 한 명 만난 것을 유일한 숨구멍으로 여기는 주부.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암담하다. 해결은커녕 지금 숨 쉬고 있는 것도 용하다. 그런데 이런 가족의 모습을 거부할 수 없는 게 바로 현실인 듯하다. 비단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다큐 프로그램에서 너무 흔하게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없어야 행복한 삶일 텐데, 이런 장면이 낯설어야 하는데, 익숙하다. 현 사회에서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자주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동안 보아왔던 이런 주제의 소설에서 제대로 된 맺음을 보지 못했다. 화해한 듯하면서 아닌 것 같고, 잘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려 애쓰지만 공감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바로 등 돌려 버리고 끝날 것만 같았다. 오히려 《최후의 가족》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진 정답과 가까웠다.

 

일 년이 넘게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히데키는 창에 빛이 들어오지 않게 검은 종이를 바르고 그 가운데 동그란 구멍을 하나 뚫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우연처럼 옆집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옆집의 젊은 아내 유키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유키를 구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히데키의 행동이 해체 직전이었던 이 가족 문제를 해결해줄 발화점이 된다. 히데키는 유키를 구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방법을 연구한다. 유키의 상황을 알리고 유키가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에 전화한다. 하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똑같다. 피해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 그건 곧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삶을 사는 히데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가 방 안에서 생활하게 된 이유는 너무 사소한 것 같지만, 그에 비해 너무 큰 상처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저마다 살아가야 할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였는데, 그걸 감당하기 어려웠던 마음 한 자락이 너무 큰 상처와 고통을 남겼다.

 

좀 의외다. 히키코모리의 설정이 주가 될 것 같았는데, 이 가족 모두의 모습이 어느 한 사람도 내 시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슴에 상처를 품고 방안에 틀어박힌 히데키. 이런 집이 지긋지긋해서 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외치는 도모미. '가족이란 이래야 한다.'라며 자기가 정한 가족의 매뉴얼을 읊어대는 아버지. 주부인 자기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데 왜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 한 명 없었던 어머니. 각자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사정이 있다. 그런데 억지스러운 고리로 자꾸 묶어대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강요하게 되는 태도와 감정들이 이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가족이니까 말해도 되는 일이, 가족이니까 말하기 어려운 일로 되어버린 거다. '함께' 해야만 가족인 게 아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게 가족인 거, 아닐까.

 

결국, 이들 가족은 해체된다.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이들 가족의 구성원 각자는 독립한다. 가족이라고 함께 한 시간에 닥쳐온 위기는 이들 각자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게 하면서 더는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그리게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던 것들이 와해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가족이란 것이 같은 피를 나누고 같은 성을 사용하면서 묶여 있지만, 각자가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음을 망각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아닐까 한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게 있다. 유전적으로 같은 피를 물려받았어도 입맛 하나도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 오는 위기가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내가 이 소설의 결말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시 하나로 뭉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가족이고 최선이라는 결말이 아닌, 각자가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평온이었다. 본문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자기 자식이라 더 모른다.’ 다 안다고, 가족이니까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그게 아님을 드러내고 있는 증거 아닐까. 자기 자식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다. 그건 자식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관계에서 빈번하게 스며드는 착각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함을 이유로 묶어두거나 다 안다고 오판하지 말기를. 해체된 순간 완성되는 것도 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봐야만 더 잘 보이는 게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봐야 할 대상이 바로 가족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캔맥주’님은?

부지런한 독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책 앞에서 부지런해지길, 책을 폭식할 수 있는 시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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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가족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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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가족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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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 조금씩 점점 더 가벼워질 수 있도록

헤더 구덴커프, <침묵의 무게>, 북캐슬, 2010


‘세상의 모든 딸들과 부모들에게’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세상의 모든 딸들과 부모들이 걱정할 만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요즘.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는 있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를 걱정하던 부모의 마음에 아이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의 불안과 염려가 더해졌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뉴스에 종종 등장할 때마다 딸 키우는 가족의 한숨이 한 번 더 깊어지고 만다. 핑크색 잠옷을 입고 뒤돌아 서 있는 표지의 아이, 그 가려진 얼굴이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신변을 대신하며 그 불안한 마음을 건드려 책장을 펼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두 소녀의 행방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헤더 구덴커프의 <침묵의 무게>는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룬 미스터리 가족 소설이다. 네 살 이후 말을 잃어버린 아이 칼리와 칼리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친구 페트라가 사라지고, 그 아이들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에 가려져 있던 가족사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과 아이들을 찾는 가족의 심정, 가족과 함께 한 과거의 기억들이 등장인물들 각각에게 할애된 장(章)에서 차례로 오고가며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 오빠 벤, 페트라의 부모인 마틴과 필다, 보안관 루이스, 그들 각각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과 그 기억을 담아내며, 사라진 아이가 남겨 놓은 가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칼리의 이야기만은 작가의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이는 밝혀지지 않은 가족사의 비밀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침묵의 이유’와 관련된 또 다른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실종된 아이의 행방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의 소리는 유예되고 침묵은 계속되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침묵의 이유’가 극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이 되는 것이다. 결국 가족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 그러나 쉽사리 말할 수 없는 것, 혹은 가족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들과 관련된 침묵이, 그리고 비밀이, 우리 또한 느끼고 있을지 모르는 가족 문제의 무게를 더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칼리의 침묵이, 그 침묵에 대한 안토니아의 침묵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더 무게를 더하며 그들을 짓누른다. 그러니 가족 사이의 문제들을 각자의 비밀로 남겨 놓고 침묵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무게를 안고 삶을 살아야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알게 되는 것의 두려움, 알게 됨으로써 지금까지의 가족이 더 이상 같은 가족일 수 없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침묵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침묵으로 가족을 지켜나가는 것은 이 책의 '칼리네'가 그랬던 것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실종이라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침묵의 무게>는 가족 안에 있는 우리가 조금씩 점점 더 가벼워져야 할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지켜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부시고 무너뜨리는 과정에서도 진정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가족의 의미'가 생겨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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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 울 2010.08.09 15: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조금은 무겁운 느낌의 도서인듯하네요.
    아이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어떤 느낌을 표현 했을지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8.09 17:52 신고 address edit & del

      제목처럼, 그리 무게감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소설은 가정폭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그 폭력의 중심 혹은 주변에서 각 인물(가족 구성원)간의 감정의 흐름에 좀 더 중점을 둔 게 하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선 드림

<침묵의 무게> 북테스터 20분 모집!



-‘북캐슬’에서 나온 신간 <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써주실 북테스터 20분을 모집합니다. 200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09년 데뷔작 중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헤더 구덴커프의 <침묵의 무게>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와 아동 성폭행을 다룬 가족 소설로 세상의 모든 딸과 부모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 책임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 도서명: <침묵의 무게>
- 도서 상세정보 :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3171228
- 모집 기간: 7월 19일(월) ~ 7월 25(일) 7일간
- 모집 인원: 20명(신청 댓글의 내용과 반디지수, 반디앤루니스 '나의 서재' 활동을 참고하여 선정합니다.)
- 발표: 7월 26일 (책과 사람 -> 북테스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배송지 확인 : 2010. 7. 26(월) ~ 2010. 7. 27(화)
- 도서 발송: 7월 28일(수)
- 서평 완료: 8월 29일(일)까지
- 신청 방법: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당 게시물(반디앤루니스>책과 사람>북테스터 공지글) 아래쪽에 댓글로 달아주세요.
- 참여 방법: 정성껏 쓰신 리뷰를 반디앤루니스 서재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질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듯이, 가족 또한 마찬가지일 텐데요.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나에게 "가족은 ooo이다."처럼, 가족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알 수 있는 '가족의 정의'에 대한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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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 울 2010.07.19 18: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도 좋은 책 소개 받고 갑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7.20 09:35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이 책은 너무 궁금해서, 지금 읽고 있는 거 털어내면 얼른 읽어봐야지,,다짐했답니다.^^

      -현선 드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7 -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Dear Son」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
나를 닮은 아들아
넌 멀리 보게 되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렴

*
Album form 이승환, 『Dreamizer』「Dear Son」 중  


나에게 들리는 따뜻한 노래

이승환의 『Dreamizer』에 수록된 「Dear Son」은 2007년 방영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시리즈 중 ‘안녕 아빠’ 편을 보고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승환의 노래에는 ‘가족’이 종종 등장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발표한 3집 『My Story』(1994)의 마지막 트랙은 「내 어머니」다. “어머니 날 아시죠. 외롭고 약한 나를 세상물정 모른다 하시며 걱정하셨죠. 하지만 이제 아니죠. 내 어머니 당신께 약속드릴 게 있어요. 이제부터 당신의 강한 아들이 될 수 있다고” 1997년 발표한 5집 『Cycle』의 「가족」은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며 많이 알려졌다.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안녕 아빠’에서의 ‘아빠’는 남매의 아빠보다는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아빠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았지만)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Dear Son」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라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너와 먹고 자고 씻고 입고 울고 웃고... 가르쳐줄 게 좀 더 남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를 단 <윤미네 집>은 전몽각 선생이 1964년부터 1989년까지 장녀 윤미씨를 비롯해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1990년 약 1천부만 초판으로 출판되어 중고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책이었다. 수집가들의 애도 꽤 많이 태웠다고 한다. 이 책이 2010년 빨간 옷을 입고 다시 세상의 빛을 봤다.  

책을 받아들고 집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사진을 훌훌 넘겨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것이 아버지의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를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이 가족들의 모습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이에 대한 신뢰와 사진 속에 있는 이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묶여 있었다. 전몽각 선생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것 같았다. 솔직히는 그렇게 따뜻한 시선 속에 자란 윤미씨가 부러웠다.  

누군가가 나를 그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혹자는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가끔이라도 그 시선을 느끼며 살 수 있었던가. 가족은 늘 아름답기만 한 이름이 아니다. 특히나 가족에서 태어나 가족으로 마감하는 우리네 가족들은 애증병존(愛憎竝存)의 장이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TV 속의 가족주의 신화를 들춰내지 않아도 좋다. 안에 있으면 벗어나고 싶고 밖에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감정은, 서른 해를 넘기고서도 계속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의 그들을 따뜻한 시선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머잖아 필자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랄 즈음엔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그리고 그들을 사진 속에 담으며 다시 한 번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아마도.

덧붙임.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읽었다. 여기에도 ‘심각한’ 가족문제가...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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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來福 2010.07.15 22: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갑자기 관계없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에전 필리핀 가수로 프레디아길라 라는 유명한 이가 있었습니다. "아낙"이라는 곡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안곡으로 나온 것이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였던 기억이....쌩뚱맞죠? ㅎㅎㅎ

    오랜만에 왔네요.

    • 반디앤루니스 2010.07.20 09:26 신고 address edit & del

      전혀요~^^, 필리핀 가수의 노래까지 아시는 내복님이 새삼 대단해보이네요!

      -현선 드림

  2. [버섯돌이] 2010.07.17 14: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자식 없이 이혼한 이승환에게 dear son이란...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

<아름다운 하루> - 어린 시절에서 빌려운 짧은 시간의 아름다움

안나 가발다, <아름다운 하루>, 문학세계사, 2010 

“시몽 오빠와 롤라 언니는 황금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빌리에라는 깡촌에서 살던 그 때 말이다. 우리 모두가 그 시골구석에 살던 시절,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행복해하던 시절. 그때 세계의 시작은 집 앞이었고 세계의 끝은 마을의 끝자락이었다.” (56쪽)

어린 시절, 그 작은 몸이 기억하는 세계 안에 가장 빛나는 인생의 한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상을 다 알지 못해서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 그렇게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익숙함의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주며 충만한 행복으로 서로를 채워주던 그 시절, 우리 모두의 황금시대는 이미 와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늘, 그 때보다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며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움은 더없이 소중하고 그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의 작가 안나 가발다의 <아름다운 하루>는 바로 그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 소설입니다. 혹은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모든 어른들의 현재에서 출발해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이는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시몽, 롤라, 가랑스, 벵상, 이렇게 네 형제자매가 각자의 일상에 메어 있는 어른의 현실로부터 일탈해 그들이 공통된 세계로 묶여있던 어린 시절의 애틋함을 되새기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 형제자매는 제각기 변화된 모습으로 만나, 변하지 않은 그들의 기억을 꺼내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불청객처럼 오빠 시몽의 옆을 차지하고 있는 까다로운 올케, 언니 롤라가 겪은 이혼의 상처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 등. 어린 시절의 완벽한 세계를 깨트리는 것은 언제나 시간의 흔적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의 존재로 인해 지나간 시절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더 이상 어린 아이일 수 없는 어른들은 그 시절의 추억을 통해  불청객처럼 찾아온 시간의 아픈 흔적을 위로하고 다시금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하루’의 일탈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가랑스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죠.

“저 세 사람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서 남겨진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다는 느낌…… […]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것, 그리고 우리 넷이 느끼고 있는 이것은 약간의 여분일 뿐, 잠깐 붙잡아 놓은 것, 잠시 동안의 여유, 한순간 허락받은 은혜. 다른 이들에게서 훔쳐온 몇 시간……” […] 한 계절이 끝나갈 무렵, 무너져가는 성의 발치에서 정말로 소중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변화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뜻을 모아 감행한 우리의 탈출을, 이 정겨움을, 어쩐지 부드럽지만은 않은 이 사랑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끈을 놓아버려야 하겠지. 잡았던 손을 놓고 결국엔 강해져야 하겠지.”
(135-136쪽)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c'est la vie).” 또다시 우리는 힘을 내 오늘을 살아나갑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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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來福 2010.05.10 12: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특히 어린시절은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그러기에 딸아이에게 좋은 추억만을 주고 싶네요.

    • 반디앤루니스 2010.05.10 13:26 신고 address edit & del

      요리솜씨 완젼 짱이신 어머니, 통기타 반주에 멋드러진 음성으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울리는 아버지를 둔 내복님의 따님은 아주아주 좋은 추억을 많이 담고 있는 어린 시절을 갖게 되리라 확인해봅니다.^^

      -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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