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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7 [가을방학: 선명 [2집]] - 선명한 기쁨, 선명한 슬픔
  2. 2011.09.22 [들리는 블로그] 가을 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가을방학: 선명 [2집]] - 선명한 기쁨, 선명한 슬픔

 

 

가을방학 | [가을방학: 선명 [2집]] | LUOVA FACTORY | 2013

 

모순, "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
격정, "잘 있지 말아요"
대구, "끊어져 닻을 잃고 찢어져 돛을 잃고"
메타포, "만남이라는 사치를 누리다 헤어짐이라는 오만을 부린 우리"
유희, "우린 서로 편애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가을방학이 돌아왔다. 2년 반 만이다. “작품(works)을 작업(works)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뒤샹의 100년 전 자문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정바비는 이 앨범을 내놓기 4일 전에 『영원의 단면』 재발매 기념으로 「체리 블라썸」이라는 줄리아하트의 신곡도 내놓았었다. 물리적으론 언제나 바빠 보이는 그지만 가을방학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는 순둥이가 된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고 문학적인 순둥이.

 

살며시 안아주는 커버 그림은 부클릿 속 같은 소묘에 색을 입힌 것이다. 이로써 그림은 ‘선명’해진다. 이 시각적 회화는 CD를 거슬러 금새 청각적 음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음악은 다시 감성적 문학으로, 그 안에서 정바비는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바로 예술의 원점이자 본질이다.

 

가사는 시작과 같다. 모순, 격정, 대구, 메타포, 그리고 언어유희. 여기에 슬픈 멜로디를 가진 「언젠가 너로 인해」의 모호하게 슬픈 사연과 「삼아일산三兒一傘」의 단편 스토리까지 더해져 시時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집이 된다. 음악과 시가 따로 노는 듯 조화되는 이 수채화 같은 공간에서 듣는 당신은 울거나 웃거나, 아니면 울고 웃게 될 것이다.

 

유행이란 것의 운명이 과잉 속에서 질식 당하는 희소성이듯, 국내 인디신에서 포크(록)의 범람은 종사자들에게 예기치도 않았고 의도하지는 더욱 않았을 개성 상실이라는 부담을 지웠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천편일률이라는 오해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라고 증명해 내는 몇몇 능력자는 어느 예술 장르에서든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오소영과 시와가 그랬고 드린지 오나 가을방학의 정바비도 거기에 엮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한 장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다. 감각의 문제고 감성의 문제다. 악기의 선택과 배치, 음과 리듬의 덧셈 혹은 뺄셈, 가사와 멜로디의 조응, 비우고 채우는 것에 대한 고민. 이것들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바로 재능이고 재주다. 가을방학 2집에서 정바비는 그걸 잘 해냈고 그래서 2집은 ‘명반’이라고까지 추켜세울 만한 요소들로 가득할 수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에서 인상적이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듣는 사람을 잠기게 했던 계피 역시 능력자가 선택한 능력자. 개인적으로 좋은 보컬이란 기교보다 표현력이라고 생각하는 쪽인데 계피는 그런 필자의 잣대에 거의 부합하는 보컬이다. 가령 「더운 피」 같은 곡에서 토해내야 하는 실연의 먹먹함은 계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밝고 수수하다가도 한 번에 어둡고 깊게 꺼져버릴 수도 있는 보컬. 그것이 바로 계피다.

 

「진주」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좋았던 것들만 기억하는 건 얼마나 쉬운가
값비싼 경험을 팔아 값싼 감상을 사는 건 또 얼마나 쉬운가”

 

가을방학의 값비싼 경험이 부디 값싼 감상에 머물지 않기를, 나는 조용히 빌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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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가을 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파랗고 맑고 높은 하늘, 선선한 바람, 쾌적한 기온.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죠. 하지만 그래서 이 좋은 계절을 함께 나눌 이 없는 싱글들이 텅텅 비어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는 계절입니다. 요즘 주변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수많은 싱글들의 울부짖음을 보고 있노라면, 저 역시 그들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짠해집니다. '가을, 네가 뭐길래, 너 따위가 뭐길래 이렇게 단번에 우리의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리느냐!' 고 죄없는 가을에게 퉁을 놓고 싶기도 하구요.

 

요즘 같은 때 라디오에서 혹은 랜덤으로 재생한 MP3에서 이 노래라도 나온다면 우뚝,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싶어요.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나만을 겨누어 부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이런 가사를 듣고 있자면 더이상 괜찮은 척 하기가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우리 일명 구남친 타임, 새벽 2시 넘어 옛사람에게 '...자니?' 따위의 문자를 보내진 말아요. 다음날 아침 이성을 되찾았을 때엔 간밤의 지극했던 감성에 하이킥을 하고 싶어질 테니까요.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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