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4.10.23 《안녕 하루》 - 마음을 읽다
  2. 2014.10.02 《뺨에 서쪽을 빛내다》 - 시월에 가을을 건너며
  3. 2014.09.2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창밖에는 가을이 모여 살지요
  4. 2014.08.11 [그리는 일기] 조금 입추
  5. 2011.11.03 [그리는 일기] 가을 타고 멀리
  6. 2011.09.19 [그리는 일기] 이제, 가을!
  7. 2010.10.01 [이슈와 추천도서] 가을이 오면, 나는 ‘나’를 읽고 싶어진다. (2)
  8. 2009.10.13 가을 + 재즈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7)
  9. 2009.09.17 빌리 홀리데이 - Autumn In New York

《안녕 하루》 - 마음을 읽다

 

 

하재욱 | 《안녕 하루》 | 헤르츠나인 | 2014

 

지하철에 앉아있는 시커먼 아저씨. 그의 일상, 빡빡한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이 뭐가 흥미롭고 재미있겠느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 찌들어 지독하리만큼 쓰디쓴 술에 하루를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야밤에 식구들 모두 자는데 혼자서 눈물을 질질 흘리다 피식 웃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림과 글입니다. 


이 책은 지각할까 봐 방금 떠난 전철을 원망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월급봉투 앞에서 무릎을 꿇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저씨이자 아이 셋을 둔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아저씨는 감정이 참 메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표현도 잘 안 하고 야근을 핑계로 거나하게 취해 술 냄새 풍기며 귀가하는 모습 등 이상하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을 꽉 채웠지요.

 

한데  책을 보니 마음이 짠한걸 넘어섭니다. 아저씨도 아빠임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가끔 눈을 떴을 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베고 잠든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난다는 사람. 가장으로서의 삶은 물론 표현은 서툴지만 뜨끈한 아버지의 사랑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꼭 남편의 일기를 몰래 보는 느낌입니다.

 

남자도 여자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듯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보는 동안 남편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옆 지기도 우리 아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겠구나. 나는 아이들과 집에서 지지고 볶고 힘들게 산다고, 육아 스트레스라며 투덜대곤 했지만 이 사람은 투정조차 못 했겠구나. 이런 마음 들여다봐 주질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무뚝뚝한 남편이 못마땅해질 때, 아이들 일로 머리가 폭발하려 할 때,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12시 딱 맞춰 들어오려는 남편을 기다릴 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질 때. 이 책을 살포시 꺼내 들면 절로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온전히 하루를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우리 아빠는 잠든 나를 보며, 학교 가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아내의 경우, ‘내 남편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구나.’ 새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예전처럼 살갑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서운함이 저보다 더할 텐데 아내인 저마저 그러니  허전함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왠지 또 마음이 짠해집니다.

 

주인공이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 담배를 태우는 그림에서, 옆 지기가 떠오릅니다. 힘들게 땅만 보고 연기를 뿜을지, 하늘 한번 보고 기지개라도 켤지. 오늘따라 남편 어깨의 짐이 참 무거워 보입니다. 저거 내가 들어줘야 하는데. 내 짐만 보고 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오늘이 떠오른다면 참 질투 나는 하루일 거야." 질투 나는 하루! 저도 그런 하루 좀 살아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마음이 뜨끈뜨끈해지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꿀꿀페파'님은?

책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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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 시월에 가을을 건너며

 

 

장석남 | 《뺨에 서쪽을 빛내다》 | 창비 | 2010

 

비 떨어지는 밤길을 조금 걸었다. 물웅덩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을의 뺨이 적셔져 갔다. 그런 가을을 향하여 한소리 하는 것 같은 가을비였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년은 소녀를 불렀다. 소녀는 우산을 쓰고 있지 않았다. 내 마음을 훔쳐간 당신 운운하던 오래전 소년과 소녀가 아니었다. 소년과 소녀는 성장하지 않았다. 퇴화하지도 않았다. 멈추지도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소년과 소녀는 이제 막 만들어진 물웅덩이였다. 나는 뺨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파문이 일지 않도록 물웅덩이를 훌쩍 건넜다.

 

뺨의 도둑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비추며 고요히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나는 이제 사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누구든 나를 아주 사소한 것인 양 통과하여도 괜찮다. 나의 문을 열었을 때 너의 문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를 향하여 문을 열어두지 않는다고 투정부리지도 않을 것이다. 너무나 사소해서 꽃이든 구름이든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문을 지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아주 사소한 사내가 되어갈 것이다.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꽃 위에 맵시 좋은 구름결들 보아라
옷고름 풀린 봄볕을 보아라 (‘문 열고 나가는 꽃 보아라’ 중)

 

몇몇 시집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다시 장석남의 시집을 집었다. 시집을 읽는 동안 헐레벌떡 뛰어드느라 댓돌 아래에 마구 벗어놓은 신발을 누군가가 슬쩍 숨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척을 느낀다. 세상을 등지고 눈을 감은 채 오래오래 술래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야 술래의 부역에서 벗어나 숨는 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석남의 시집을 마저 읽는다.

 

술래 2

사내의 곡괭이가 사내의 머리 위 하늘을 한번씩 찌른다
돌을 파내고 나면 삽으로 흙을 퍼낸다
파인 하늘에도 피가 흐르고 흉터가 남는다
무릎이 지평 아래로 잠긴다
허리가 잠긴다
그리고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미망인과도 같은 물이 고여서
앙금을 가라앉히고는 차츰
사물을 비추기 시작한다
사내를 비추기 시작한다
 
나는 그 물그림자의 술래였다

 

물웅덩이를 건너는 동안 나는 사로잡히지 않았다. 나는 소년과 소녀로부터 한참을 멀어졌다. 나이에 맞는 발걸음이 있다면 그 발걸음처럼 걷지 않으려 했다. 눈동자를 가두고 있는 티셔츠와 마주쳤으나 모른 체 지나쳤다. 항아리를 닮아 에로틱한 치마가 일으킨 바람에도 멈추지 않았다. 흐르는 채로 조율 당하는 가을밤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아서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오랜만에 칠흑 밤길을 걸어가보니
꽝꽝한 소나무숲이 너 혼자 오느냐 묻고
나는 눈썹을 조금 떨고 지나쳐 산모퉁이에 이르렀다
저만치 귀신과 함께 쉰살이 서 있다 (‘인제에서’ 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잦아들었다. 길을 건너는데 횡단보도의 흰 부분이 하나의 봉우리 같았다. 나는 네 개의 건널목을 건넜고, 그때마다 봉우리를 하나씩 넘었다. 그럼에도 어둠을 쏟아내는 인적 드문 길을 찾는 데에 실패하였다. 더욱 깊은 골짜기를 향하여, 어둠이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절벽 한 켠을 향하여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다행인지 아직 나의 ‘쉰 살’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kosinski'님은?

우주에 부는 바람, 세상의 모퉁이에 있는 절벽, 직각으로 떨어져 죽는 새를 생각하는 것. 책, 영화, 음악, 사진, 아내, 고양이 용이와 들녘과 함께 하는 것. Uaral, Spitz, 보르헤스, 박상륭, 미셸 우엘벡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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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창밖에는 가을이 모여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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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조금 입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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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가을 타고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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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이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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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추천도서] 가을이 오면, 나는 ‘나’를 읽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모두에게 찾아온 긴 연휴를 지내고 나니, 이제 완연한 가을이 와 있는 듯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공연히 창밖으로 애꿎은 시선을 보내게 되는 건, 비단 저만이 아니겠지요. 늦은 밤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놓고 마냥 뒹굴어도 좋겠고, 느긋하게 "책상 앞에서 詩集들을 뒤적이"며,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어오"르는 걸 보아도 좋겠다, 생각합니다. 한 해의 반 이상을 꼬박 살아낸 우리가,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핑계삼아 스스로에게 얼마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저물어가는 해年와 함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될 테니까요.

 

 

 

 

「어떤 풍경」

 

고요한 서편 하늘

해가 지고 있습니다

건널 수 없는 한 세계를 

건넜던 한 사람이

 

책 상 앞에서 詩集들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가 읽는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러오릅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時間의 무상함

 

(어떤 사람이 시간의 詩를

읽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 지성사, 2010, 65쪽 

  

“시집들을 뒤적이”는 일은, 이제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언어를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그에 맞는 언어를 갖지 못했던, 어떤 감정과 생각들의 맨얼굴을 보고 싶을 때. 내가 나를 설명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절감할 때. 그때야 비로소 추상과 이미지로 열려 있는 시의 세계가, 객관에 지배되는 일상의 우리에게, 간절한 필요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전'으로의 끊임없는 이행이다. 예술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면, 예술은 일상적인 삶과는 반대 방향을 진행할 것이다. 즉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문학동네, 2001

 

늘 보고 듣고 느껴왔던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 그 생경함으로 '사실'과 '안전'의 지대에 안착한 일상을 뒤흔들고, 자발적인 혼란에 처하는 일. 그게 바로, 시를 읽고, 시에서 타인을 읽으며, 타인을 통해 다시 나를 읽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러나 '시 읽는 철학자' 강신주가 강조해 말하듯, 이와 같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해, "삶을 낯설게 하는" 것은 비단 예술과 시의 역할만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일상적 세계를 동요시키고 낯선 세계를 도래시키는 힘"은 "개념들을 창조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엮음으로써 새로운 사유 문법을 만드는" 철학 또한 충분히 지니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니 이 '가을의 낭만'이 자연스럽게 추동하는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위해,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을의 낭만에 기대어 내 자신을 설명해줄 언어를 찾아 헤매다 만난 이 책을 권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 되면, 그 사이 무감하고 무던해져 버린 일상 속에서, 작년 이맘때쯤과 다른 '오늘의 나'를 찾고 싶어지는 모든 분들에게.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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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來福 2010.10.05 05: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네! 바로 가을이 시요, 시가 가을이죠. 전 가을을 너무 좋아해서 가을이 되면 정신을 못차려요. 시에 취한걸까요?

    • 반디앤루니스 2010.10.05 10:13 신고 address edit & del

      "가을이 시요, 시가 가을"라는 내복님의 말씀이 바로, 시네요.^^ 저도 요즘 가을에 취하고, 시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ㅋ

      -현선 드림

가을 + 재즈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 ④ - 그 마지막 이야기

다시 제가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반디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해주셨는데요, 아쉽게도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부산에도 가보지 못한 ‘서울 깍두기’랍니다. 부산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폭탄 발언(?)에 몇몇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여행을 잘 다니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듣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사실은 게으름뱅이인) 저도 해마다 한번씩, 세계 여행보다 더 행복한 재즈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첫해부터 빼놓지 않고 갔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입니다.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를 맞는 저의 재즈 여행은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1년에 단 한번 떠오르는 재즈의 섬

자라섬, 이라는 지명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북한강 물살에 형태도 온전치 않고 중국인 몇 명이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중국섬이라고 불렸던 이곳이 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986년입니다. 그것도 ‘자라목이라 부르는 늪산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고 해서 자라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라(jara), 재즈(jazz)와 비슷한 어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어쩌면 자라섬은 아주 오랫동안 재즈와 만나기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릅니다. 영겁의 인연(^^)을 거쳐 자라섬과 재즈가 만난 것이 2004년입니다. 재즈계에서는 이미 입지가 탄탄한 연주자들인 테츠오 사쿠라이, 데니스 챔버스, 그렉 하우의 젠틀하츠 2004, 마이크 스턴, 하이럼 블록 등이 내한한다는 라인업이 발표되면서부터 ‘드디어 우리에게도 이런 재즈 페스티벌이!’라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2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첫 날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써놓았던 글을 통해 그때의 기억을 살짝 짚어볼까요? “자라섬을 나서는데, 꽃 밭 사이로 미셀 니콜의 보컬이 들려왔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연인도 지나고,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의 모습도 보이고, 재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분들도 지나쳤다. 식구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마실 나왔을법한 아주머니는 “우리 같은 촌사람이 재즈가 뭔 줄 아나…….” 말을 하며 공연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이미 그 분들에게 재즈는 듣도 보도 못한 별나라 음악이 아니라, 꽃밭에 앉아서 쉬엄쉬엄 들을 수도 있는 음악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괜히 으쓱해져 뒤를 돌아다보니 섬 가득 음악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 감격적인 첫 날이 지나고 둘째 날부터 엄청난 비(태풍 하이마 북상)가 쏟아졌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야외 공연인 까닭에 날씨는 최대의 적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무대 위 빗물을 쓸어내리면서도 끝까지 연주해준 디디 잭슨, 크리스 민 도키, 에스뵈욘 스벤숀 등의 무대는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살짝 뭉클해질 정도로 말입니다. 

돗자리에 누워 듣는 재즈 선율

제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청춘과도 같습니다. 한숨부터 나오던 허허벌판이 지금처럼 멋진 곳으로 바뀌게 되다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느낌이랄까요? 더욱이 자라섬은 제 20대 후반을 해마다 지켜본 곳이라 의미가 더욱 크기도 합니다. 낮에는 글을 쓰고 편집을 하며 마감을 넘겼던 기억,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아 마음이 짠했던 기억, 친구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청춘을 한탄했던 기억, 그리고 예의 빠질 수 없는 사랑의 기억들. 이젠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청춘’(혹은 청춘의 고향? ^^)처럼 느껴지게 되는군요.
 

(5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니 벌써 6년이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와 함께 추후 페스티벌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회의 눈물이 큰 교훈이 되었던 까닭인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내리 성공적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메인 스테이지(재즈 아일랜드)를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라섬을 찾아 괜히 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답니다. 

저와 함께 갔던 많은 분들도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제가 가장 으쓱했던 부분은 (좋은 연주자들이 내한하고 멋진 음악이 흐르는 것도 좋지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취지를 가장 잘 즐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를 알지 못해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분명 자라섬은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고요.

올해에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트럼페터 엔리코 라바를 비롯해 팻 마티노, 야론 허만, 아비샤이 코헨, 디디 브리지 워터, 마리아 조앙 등 어느 때보다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내한해 재즈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물론, 재즈팬이 아니어도 깊어가는 가을을 재즈 선율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입니다. 올 가을에는 세계 여행보다 더 행복한(그렇다고 제가 주장하는) 재즈 여행을 한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피플> 보러가기(클릭)]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 (list)

[빌리 홀리데이 - Autumn In New York(클릭)]
[캐논볼 애덜리 - Autumn Leaves, Somethin' Else(클릭)]
[가을 + 영화 = 부산영화제(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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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디앤루니스 2009.10.13 1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 나도 가야지~ ^0^

  2. Sun'A 2009.10.13 13:5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저도요~~ㅋㅋ
    오늘 날씨 좋지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3. 조르바 2009.10.13 15:1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가요~^^ 두근두근..

  4. [버섯돌이] 2009.10.14 23: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벌써 6년인가요.. =ㅂ=
    1회때 가서 행사(?) 뛰던 기억이 아직도 그대론데..

    그래도 지속적으로 명맥 유지하고 있는거 보면 참 신기합니다. ^^;

    • 반디앤루니스 2009.10.15 09:39 신고 address edit & del

      행사를 직접 뛰셨다고요?
      어떻게 뛰셨는지 궁금하세요..^^;;
      전 이번에 처음 가는 거라 기대가 많이 됩니당!

빌리 홀리데이 - Autumn In New York

 

Billie Holiday, <Lady In Autumn>, VERVE, 2007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 ⓛ
가을을 맞아 반디앤루니스 반디와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가 함께 가을 특집 ‘Autumn In Bandinlunis & Jazz People’을 준비했습니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주제로 요런 저런 얘기를 할 거예요. 함께 즐겨주실 거죠? /(^0^)/ 첫 번째 순서로 가을 특집 ‘들리는 블로그’[들블 18]를 준비했습니다. 3. 2. 1. Action! 

안녕하세요. DJ 반디입니다. ‘아~~~ 기다리, 고기다리, 던’ 가을이 왔습니다. 왜 그렇게 가을을 기다렸냐고요? 바로 이 곡을 들려드리기 위해서죠. 빌리 홀리데이 「Autumn In New York」. 예전부터 반디 가족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었는데 가을에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봄부터 반디는 그렇게 꾹 참고 있었습니다.

빌리 홀리데이
「Autumn In New York」는 더 이상 설명할 게 없는 가수이며 명곡입니다.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진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그 중 「Autumn In New York」은 사랑하는 이와 뉴욕의 가을길을 함께 걷는 느낌과 왠지 모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특히 “Autumn in New York~”으로 시작하는 첫 소절을 들을 때마다, 소파 깊은 곳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세상 어디에 있든지 이 노래만 있으면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이야기는 안민용 기자의 ‘대립항으로서의 인간 ②’에서 계속됩니다.)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냉방, 난방을 하지 않아도 좋은 날씨 때문입니다. 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요. 민주주의와 평등을 닮은 계절 봄과 가을, 사랑합니다. 가을은 책과도 닮았습니다. 책을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꼭 사지 않더라도 가까운 도서관에서 언제든지 빌려볼 수도 있으니까요. 필요한 건 약간의 여유, 관심, 노력입니다.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서는 여유, 보고 싶은 책을 찾는 관심, 그리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도서관까지 걷는 노력.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을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추수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터라, 가을이면 늘 바쁩니다. 아침 일찍부터 캄캄한 늦은 밤까지 논에서 보낸 적도 많이 있습니다. 몸은 고됩니다. 하지만 봄부터 시작된 노력의 결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표정은 참 좋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들판에 나가고, 기운 센 땡볕을 온몸으로 맞아가면서 일한 것들의 결실. 황금빛으로 빛나던 들판이 순식간에 황토색으로 변하지만, 괜찮습니다. 내년 이 맘 때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가을 특집 ‘들리는 블로그’를 맞아 사진 한 장을 넣습니다. 이건 음, 몇 년 전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날 좋은 가을날 서울대공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런 낙엽을 보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 들으며, 낙엽 밟는 여유로운 상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래 ‘음악 들으러 가기’ 클릭하시면 들리는 곡이 「Autumn In New York」입니다. 「Autumn In New York」은 반디앤루니스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bandinbook)에 올립니다. 기분 좋은 가을, 이번 주말에 어떤 약속이 있으신가요? 게으름과 귀찮음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시어, 좋은 가을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0^)/ [음악 들으러 가기]

*음악 신청은 반디앤루니스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bandinbook) -> 메모 -> 들리는 블로그에서 해주세요~^^  

<빌리 홀리데이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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