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는 여기!/에디터의 북카트'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14.02.04 [에디터의 북카트] 혜원의 2월 3일 북카트 - 공부를 합시다
  2. 2013.11.22 [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1월 22일 북카트 - 나도 일기로 다시 태어날까 봐
  3. 2013.10.30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0월 30일 북카트 - 과학이 재밌다?
  4. 2013.10.24 [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0월 24일 북카트 - ‘마음산책’이 필요해
  5. 2013.10.17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0월 16일 북카트 - 애인을 만들기 전에
  6. 2013.09.25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9월 25일 북카트 - 증언하는 목소리들
  7. 2013.08.29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29일 북카트 - 책을 선물하는 마음
  8. 2013.08.14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14일 북카트 - 해리포터를 떠나보내고
  9. 2013.07.17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7월 17일 북카트 - 지금 이대로의 ‘나’에게
  10. 2013.07.04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7월 4일 북카트 - 한 여름밤의 책

[에디터의 북카트] 혜원의 2월 3일 북카트 - 공부를 합시다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영어 앞에선 곰돌이 푸우보다 꿀을 더 많이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게 싫어서. 그리고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소리 낸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이제는 좀 잘해 보고자 얼른 시작했습니다. 공식은 필요 없습니다. '의문사+주어+동사=의주동', '드링크, 드랭크, 드렁큰' 허구한 날 외워봤자 공식은 공식일 뿐입니다. 어디 요연하게 써먹어야 말이죠.

 

 

 

 

영문의 소설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언제 번역될까 기회만 엿보던 책,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집입니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로 처음 등장했지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 《Swann's Way》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Madame Bovary》를 번역한 걸로도 알려졌습니다. 

최근에 시작한 공부는 <카프카가 저녁을 요리하다>라는 단편입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저녁을 뭘 해줘야 할지 온종일 고민하는 남자 '카프카'의 절망적인 이야기입니다. 리디아 데이비스가 존경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에게 보내는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카프카가 저녁을 요리하다>가 '제 나름대로' 완역되면, 카프카 단편집을 읽어볼까 합니다.

 

I asked her please not to come to dinner, that it would be better for both of us, but then I asked her please not to listen to me but to come anyway, that I couldn’t go another day without seeing her. Our words are so often those of some unknown, alien being. I don’t believe any speeches anymore. Even the most beautiful one contains a worm. For two days afterward I reproached myself for making the request; even while making it, I was reproaching myself.

 

“그녀에게 저녁 시간에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게 우리한테 더 좋을 거라고. 그러나 곧이어 나는 내 말은 제발 듣지 말고, 어찌 됐든 오라고 부탁했다. 그녀를 안 보면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들의 언어는 아주 종종 모르는 ‘어떤 것’이 된다. 외계인의 언어처럼. 이제 다시는 어떤 말도 믿지 않을 거다. 가장 아름다운 말조차도 해충을 품고 있다. 이틀 뒤, 난 부탁하려고 했던 자신을 비난했다. 부탁하려 했던 순간조차 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리디아 데이비스를 더 많은 독자와 함께 읽고자 해석해봤습니다. 공부는 계속됩니다.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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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1월 22일 북카트 - 나도 일기로 다시 태어날까 봐

별일 없이 삽니다. 정해진 일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대엔, 그리고 이 세상엔 차라리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간혹은 이런 별 일 없이 사는 평탄한 삶이 참으로 별볼일 없이 느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분명 여러 날을 살긴 살았는데 그 날이 그날 같고 이 날도 그날 같이 흘러가버렸잖아!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때가 찾아오더라는 말인데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저한테 물어요. 아주 일상적으로, 어제 뭐 했어? 라고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어제? 어제... 뭐 했더라? 라고 되묻는 겁니다. 물론 조금만 집중해서 떠올려보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근래 들어 자꾸 깜빡깜빡 기억력에 비상등이 켜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어제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다만 늘 다를 바 없는 매일을 반복해온 까닭에, 출근해서 일 하고 퇴근해서 술 한 잔 하고 집에 돌아와 TV 좀 보다 잠들었던 어제의 그 일들이, 내가 무엇을 했다는 사실로 퍼뜩 자각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이런 현실을 비로소 자각하게 될 때면 낯익은 허무와 허망의 늪으로 또 성큼성큼 다가서고 마는 것이죠. 

 

 

그러니까 기록을 해! 내면의 목소리가 저에게 소리칩니다. 책상 한켠에 버젓이 쌓아놓은, 매년 이맘때쯤 고르고 골라 산 저 다이어리들의 무용한 날들을 떠올려보라고! 아니면 너와는 달리 일기를 통해 자기와, 그리고 세계와 소통하며 착실히 시간을 건너온 저들을 좀 보란 말이야!

 

그렇게 저는, 간지 좔좔 흐르는 2014년 다이어리 대신 일단, 수전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이후, 2013)와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자음과모음, 2013)를 야심차게 카트에 집어넣게 된 것입니다.    

 

일기를 개인의 사적이고 비밀스런 생각들을 담는 용기-속을 터놓을 수 있는 귀머거리에다 벙어리, 문맹인 친구처럼-로만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나는 그저 일기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한다. 일기는 자아에 대한 나의 이해를 담는 매체다. 일기는 나를 감정적이고 정신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제시한다. 따라서 (아아,) 그것은 그저 매일의 사실적인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경우- 그 대안을 제시한다. (수전 손택, 《다시 태어나다》, 2013)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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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0월 30일 북카트 - 과학이 재밌다?

과학에 정 붙이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자기가 잘 못하는 '과목'은 피하기 마련이잖아요. 잘한다. 못한다. 이 정도의 판단밖에 남지 않는 '과목'으로 과학을 처음 접한 게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먹은 음식은 왜 똥이 되지? 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지? 이런 질문이야말로 과학의 시작인데 말이죠. 이제라도 알았으니 뒤늦게 진짜 공부를 하겠다며 재밌어 보이는 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곤 합니다. 정말 재밌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습니다. 각각의 내용을 다 알아먹지는 못하는데요. 읽고 보니 한 가지 확실히 알겠는 건 과학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내가 사는 세계에 관한 공부라는 거죠. 그것을 위해 오늘은 《과학자의 관찰노트》《깃털》을 북카트에 담았습니다.

 

 

진짜 공부를 하겠다면 좋은 안내서가 여기 있습니다. 일단 이 책의 저자는 한두 명이 아닙니다. 동물행동학, 생태학, 고생물학, 곤충학, 인류학 등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 저자가 됐죠. 본인들이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공부했는지 보여주려고요. 그 과정이 담겨 있는 게 바로 노트입니다. 15명의 과학자들은 일찍이 다수의 기록물을 남긴 찰스 다윈처럼 꾸준히 자연을 관찰해온 저마다의 기록을 갖고 있었습니다. 《과학자의 관찰노트》는 그것을 한데 엮은 책이고요. 저자 중 한 사람인 에드워드 O. 윌슨은 말했다고 합니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나는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를 가지고 갈 것이다."라고요. 이들의 열의 넘치는 관찰노트가 과학 공부를 막 시작하려는 저에게 기본적인 접근법부터 깨우쳐주길 기대해 봅니다.

 

이 관찰노트가 쌓이면 무엇이 될까요? 앞서 말했던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그런 관찰노트 18권이 모여 완성된 책입니다. 오랜 시간을 들인 공부는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어쩌면 이 책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을 것 같은데요. 소어 핸슨의 《깃털》입니다. 시조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깃털의 자연사뿐만 아니라 문화사까지 훑어내는 내공 뒤에는 그만한 공부가 뒤따랐을 겁니다. 소어 핸슨 같은 과학자가 길을 이렇게 터주신 덕분에 한 권만 읽고도 '깃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됐으니, 이 또한 과학 공부를 하는 재미일 겁니다. 내가 사는 이 세계에 좋은 선생님이 많다는 것이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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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0월 24일 북카트 - ‘마음산책’이 필요해

어떤가요. 오늘의 마음. 저는 다소 심드렁한 듯합니다. 특별히 예민하게 마음을 쓸 일은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대로 무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마음은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안으로부터는 멀어지도록 하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무엇이라 정확히 표현할 정도로 크고 분명한 마음이 감지되지 않는 지금이 그저 편안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말이죠. 끊임없이 외부와 접촉하고 있는데도 그것으로 인한 어떤 결과가 내 안에서 포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한 어떤 마음의 작용인지 알아봐야 할 것만 같달까요. 강박이라면 강박일 겁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아니면 권태로움이든, 지금 내가 ‘어떻다’고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이 내면의 바닥에서 은밀하게 나뒹굴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요.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김소연, 《마음사전》, 마음산책, 2008)

 

뒤늦은 감이 ‘너무’ 있습니다. 이미 알 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읽을 만한 사람은 모두 읽었을 이 책, 《마음사전》을 이제야 저는 마음에 담았으니까요.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진 않습니다. 어떤 마음의 말에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 강박이라도, 그로 인해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지더라도,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마음의 “실핏줄”“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고 싶은 제 마음을 저로서도 어쩌지 못하고, 또 그러므로 당장에 제가 할 일은 자기로 굽어진 오해와 곡해의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가는 수밖에요.

 

 

그렇게 제 자신에게 더 민감해지고자 ‘마음산책’에서 나온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관》도 함께 담았습니다. “감각은 뚜렷한 혹은 미묘한 사실들을 그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은 현실을 아주 잘게 쪼갠 다음 그것을 다시 모아 의미있는 형태를 만든다. 감각은 우연한 표본을 받아들인다. 감각은 하나의 예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뽑아낸다. 감각들은 서로 의논하여 그럴듯한 예를 찾아내고, 작고 정밀하게 판단한다. 인생은 모든 것에 빛과 풍부함을 부여한다. (10쪽)”는 의미의 구체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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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0월 16일 북카트 - 애인을 만들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애인 만드세여~’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물론 스팸메일이었죠. 이딴 제목으로 나를 낚을 생각인가 본데, 라고 비웃으며 삭제를 클릭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게 사람을 낚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스팸메일 제목은 일단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겠죠. 평범해 보이는 ‘겨울이 오기 전에 애인 만드세여~’에서 그 정도로 자극적인 키워드를 꼽자면 ‘애인’일 겁니다. 가장 주관적으로 다가오니까요. ‘애인’이라는 말을 보자마자 지난 연애가 아련아련거리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테고 어쩌면 누군가는 낚일지도요. 나에게도 애인을, 이라고 탄식하면서요. 이만큼 내면 깊숙이 자극하는 말도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요. 애인을 만들기 전에요. 연애사란 걸 먼저 되짚어 보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찌 보면 결과적으로는 다 실패의 역사가 되었잖아요. 뭐가 문제였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남의 연애사까지 곁들이면 더 공부가 될 겁니다.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을 쓴 모라 켈리·잭 머니건처럼요. 북카트에 담은 첫 번째 책입니다. 또 ‘오만과 편견’인가 싶겠지만, 정확히는 그것을 포함하여 31편의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과 연애의 명장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판을 다양하게 펼쳐 놓았다고 합니다. 재미난 입담을 자랑하는 두 저자는 이들 고전 소설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실패뿐인 연애사에 나름의 처방전을 제시한다고요. 저는 그 효과를 확인하고 싶네요.

 

문학으로 연애사의 맛을 본 다음에는 영역을 좀 넓혀 보려고 해요. 철학과 예술 속으로! 두 번째 책은 《사랑의 역사》입니다. 인문학자 쥘리아 크리스테바가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사랑의 역사를 비평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북카트에 담긴 했습니다만, 저에게 다소 어려운 독서가 될 것 같아 걱정스러운데요. 천천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정말 그 사랑이란 것에 적합한 말들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적합한 것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어왔다고요. 이것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할 겁니다. ‘애인’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을 시작으로 두 권의 책을 읽어나가며 연애사를 돌아보는 동안이요. 겨울이 오기 전에 답을 구할 수 있을까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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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9월 25일 북카트 - 증언하는 목소리들

읽어내기 힘든 책이 있습니다. 너무 난해해서? 재미가 없어서? 네. 그래서 덮어버리는 책도 있을 텐데요. 제발트와 프리모 레비의 책은 모종의 고통이 묻어나기에 읽기 힘든 경우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안간힘을 써서 귀 기울이는 것이 증언하는 사람 앞에 선 자의 의무겠지요. 오늘은 평소보다 묵직한 의무감을 갖고 책 한 권 한 권을 담아 보았습니다.

 

 

제발트는 소설가로서 그리 많은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다가도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소설을 ‘많이’ 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겠구나, 라고요. 그의 소설은 기억 자체입니다. 한 시대가 얽힌 아픈 기억이요. 그러한 소설을 쓴다면, 쓰는 내내 스스로를 먼저 헤집어야 하겠죠. 남들이 입 닫고 덮으려는 것을 증언해야 할 테고요. 《공중전과 문학》은 바로 그 목소리가 담겨 있는 강연록입니다. 영국군의 공습에 죽어간 독일인에 대해, 그것을 애도하지 못하고 회피해버린 독일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 책에 그는 “나는 그 파괴의 밤들에 대한 기억들이 존재했고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기억들이 일반적으로 또 문학적으로 표현되는 형식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형상화된 기억들이 독일연방공화국을 형성하는 공적인 의식 속에서 국가 재건 이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112쪽)라고 썼다고 합니다. 파괴되어 마땅한 것이란 없다! 독일이 행했던 것과 독일에게 행해진 것, 그 모든 전쟁과 폭력을 성찰하고자 했던 제발트의 문학관은 전쟁의 시대를 지나온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깊은 뜻을 이해하자면 한 권 사서 두고두고 볼 일입니다.

만만치 않은 증언자 한 분이 더 계십니다. 《이것이 인간인가》로 그 목소리를 들려준 프리모 레비. 그는 작가이자 화학자였죠. 《주기율표》는 그 면모가 드러나는 책입니다. 아르곤, 수소, 아연, 철, 칼륨 등의 제목으로 구성된 목차 아래 써나간 산문집이라고 하니까요. 아우슈비츠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역사를 대하는 그의 기본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나는 인간이 모두 영웅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그처럼 솔직하고 무방비 상태인 세상이라도 그럭저럭 살아갈 만은 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비현실적이다. 현실 세계에는 무장한 이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아우슈비츠를 만들었으며 솔직하고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은 무장한 이들의 길을 닦아야 했다. 그러니까 아우슈비츠에 대해서는 모든 독일인이, 아니 모든 인간이 대답해만 한다.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무방비로 있다는 게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323)와 같은 대목을 통해서요. 이렇게 맛만 볼 수는 없죠. 《공중전과 문학》과 나란한 자리에 놓고 읽어야겠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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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29일 북카트 - 책을 선물하는 마음

 

책을 선물하라. 이런 미션이 떨어진다면 꽤 난감할 겁니다. 한 사람을 위해 뭔가 고른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책이라니요. 선택 범위가 넓고 그 취향이 다양하게 분포하는 물건일수록 ‘딱 하나’만을 골라내기 까다롭습니다. 사람들이 책 선물을 꺼리거나 차라리 문화상품권을 건네는 이유일 거예요. 네가 읽고 싶은 거 직접 사! 이거죠. 그래도, 그래도요. 내가 고른 책이 상대에게 딱 맞아떨어질 수만 있다면 책만한 선물이 또 없잖아요? 저는 많은 것들이 상품화된 이 시대에 상품이면서도 그보다 앞서 ‘메시지’가 되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별 말 보태지 않고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주고 싶은 마음이 다 다르고, 그러다 보니 매번 다른 책을 고르게 됩니다만, 몇 번의 선물은 겹치기도 했습니다. 책장에 있는 것까지 빼서 주다 보니 정작 제 소장용은 없네요. 이번 북카트에는 그 두 권의 책을 담으려고 합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다 책에 대한 책이라는 겁니다.

 

 

첫 번째는 《책그림책》입니다. 표지가 인상적이죠? 독일 화가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입니다. 그가 책을 그린 그림 46점을 46명의 작가 각각에게 한 점씩 보냈습니다.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오르한 파묵, 수잔 손탁, 요슈타인 가아더, 존 버거, 마르틴 발저 등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여러 작가들은 그림에 대해 다양한 글로 화답해 왔어요. 이 책은 그 그림과 짤막짤막한 글을 엮은 것입니다. 책그림책을 선물한 이후의 활용법이 있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으로 독서욕에 불붙인 후, 어떤 글이 좋았느냐고 떠 보고, 다음 선물로 그 작가의 책을 후보에 올리는 겁니다. 하하하…

 

이 책은 어떨까요? 두 번째는 《여름의 묘약》입니다. 올해 7월에 출간된 이 책을 저는 몇몇에게 선물했습니다. 웹에서 연재했던 산문을 엮은 것인데요. 불문학자 김화영의 프랑스 문학기행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카뮈, 그르니에, 프루스트 같은 프랑스 작가들이 절로 궁금해지죠. 《여름의 묘약》《책그림책》과 마찬가지로 책을 부르는 책인 셈입니다. 두 권의 책을 자꾸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선물했던 것은 그들 자신의 독서를 계속해서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책들을 사는 저에게도 물론 바라는 바고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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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14일 북카트 - 해리포터를 떠나보내고

해리포터 시리즈가 완간된 것이 2007년, 영화가 완결된 것이 2011년의 일입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지금도 종종 책과 영화를 번갈아 보곤 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저에게 장르소설의 세계로 향하는 첫 번째 문이 되어주었습니다. 일종의 첫사랑이었죠. 그래요.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모험담에 사랑을 느낍니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그 여정에요. 이런 이야기가 또 없을까? 저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그 후, 장르소설에는 ‘계보’라고 해도 될 만큼 무수하고 다양한 갈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변종들이 끝없이 샘솟는 그곳에서 호그와트의 해리포터만을 알고 있던 저는 그야말로 애송이였어요. 애송이 티를 벗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자면 뿌리부터 거슬러 올라가야겠죠.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영화화되어 친숙한 작품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인데요. 이들과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것이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입니다. 이것도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됐(지만 망했...)어요. 이렇듯 다른 이야기꾼도 탐낼 정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한데요. 미리 확인한 줄거리에 의하면, 이 소설은 6부작의 장대한 규모로 한 소년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체인질링》은 어떨까요? 이 소설도 한 소년이 자라면서 맞닥뜨리는 고통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판타지와 SF를 버무린 세계관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어슐러 르 귄과의 차이라고요. 저는 그보다 닮은 점을 덧붙이고 싶네요. 실패와 극복을 반복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둘 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탓에 북카트가 묵직합니다. 해리포터를 사랑했듯, 저는 《어스시의 마법사》《체인질링》의 소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끝내 성장하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이 인간들을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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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7월 17일 북카트 - 지금 이대로의 ‘나’에게

어릴 때는 자신이 참 싫었습니다. 쭉정이처럼 생긴 데다, 소갈머리는 좁아터졌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공부는 포기한 지 오래고,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던 저는 그야말로 열폭 덩어리였습니다. 뭘 꼭 내세우고 살아야 해? 사는 게 뭐 이 따위야? 대차게 따져 물을 만큼 저항적인 인간도 못 되는 터. 적당히 안주하고 남몰래 음흉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나이 먹기를 기다리면서요. 때가 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나 봐요. 인정합니다. 방구석에서 홀로 변신물을 너무 많이 본 아이가 바로 저였다는 사실을요. 너 이제 어른이야, 해서 떠밀리듯 세상에 나오고 보니 웬걸! 정말 ‘어른’으로 잘 ‘변신’한 줄 알았던 ‘나’는 어디 가고 남은 것이라곤 쭉정이뿐입니다. 그래서요. 저는 지금도 저 자신이 참 싫어요.

 

 

저는 그냥 근본적으로 제가 문제인 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장은 편해요. “잉여, 열폭, 엄친아, 어그로, 중2병, 지잡대, 키보드워리어, 근자감”과 같은 말들로 자신을 비웃어 버리는 편이 간단하니까요. 그런데 생각이란 걸 더 해 보면요. 나도 나지만, 애당초 ‘변신’이라는 사고방식이 문제란 말입니다. 잘 될 거라고, 나아질 거라고, 달라질 거라고, 좋아질 거라고, 성공할 거라는 식으로 지금의 ‘나’를 인지하는 태도요. 저는 왜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왜 쭉정이에서 레벨 쩌는 마법소녀로 ‘변신’하지 않으면 불행할까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물어오는 마스다 미리라면,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말을 던진 한윤형이라면 뭔가 이야기해줄지도 모르겠어요. 이 두 권의 책을 지금의 ‘나’에게 보냅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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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7월 4일 북카트 - 한 여름밤의 책

집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유난히 무더운 밤이면 그곳은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안보다 바깥이 시원한 게지요. 대부분은 거의 잠옷 차림으로 한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돗자리며 신문지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이들도 간혹 보입니다. 그리고, 저야 뭐, 입맛을 다시고 있습죠.ㅎ 사실 그래요. 아열대 기후를 방불케 하는 야밤에 수다를 떨거나 뭔가 먹을 게 아니라면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책이고 영화고 다 싫증나고요. 생각이고 나발이고 딱 질색입니다. 그저 먹고 싸버려도 안 아까운 주전부리나 양껏 먹으며, 듣고 잊어버려도 상관없는 이야기나 실컷 하고 싶은 게 여름밤을 맞는 제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그러나 책이 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책이 왔습니다. 새로 쏟아져 나오는 책만 해도 감당이 안 되는데 ‘구간의 발견’까지 더하면 여름밤을 다 지새워도 모자랄 판이에요. 그리하여 이번에 북카트에 담아 놓은 구간을 먼저 소개하자면요. 《먼 별》입니다. 칠레 출신으로 멕시코로 이주하였고 훗날에는 스페인에서 여생을 보냈던 소설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표작 중 하나로, 독재자 피노체트 집권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소설을 읽기 직전의 저로서는 “많은 칠레 작가들이 피노체트 시절 초기의 유혈 사태에 대해 써 왔다. 그러나 로베르토 볼라뇨만큼 음울하면서도 빛나는 방식으로 이를 성취해 낸 이는 없다.”와 같은 뉴욕 타임스 추천평을 빌려 부연할 수밖에요.

 

마찬가지로 이 책도 인용 없이 설명하기 어렵겠네요.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입니다. 신간이고요. 프랑스 철학자이자 산문가인 에밀 시오랑의 첫 번째 발표작 《절망의 끝에서》가 이 책의 원서인데요. 원제에서부터 느껴지다시피 주된 정서는 절망입니다. “죽음의 문제는 하잘 것 없을 뿐만 아니라, 고통은 무익하고 빈약하며, 열정은 불순하고, 삶은 합리적이며, 삶의 변증법은 악마적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절망은 부분적이고 사소한 것이며, 영원이란 텅 비어 있는 단어이고, 허무의 경험은 환상이며, 운명이란 농담이라고”(60쪽) 일갈하는 대목만 보아도 뒷골이 당겨오죠. 그러나 책에는 분명 다음 장이 있을 듯합니다. 뒷골이 당겨오는 통증과 마주해야만 절망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음을 역설하는 장이요. 물론 읽어 봐야 확인할 수 있겠죠? 맥주는 잠시 냉장고에 넣어 두셔도 좋습니다. 시작은 좀 귀찮겠지만, 이 책들을 끼고 앉아 《먼 별을 보다 보면 어느덧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것을 느낄 만큼 푹 빠져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지새우는 여름밤도 나쁘지 않잖아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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