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는 여기!/들리는 블로그'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4.05.13 [들리는 블로그] 잭 케루악 * 길 위에서
  2. 2014.02.14 [들리는 블로그] 신중현과 엽전들 * 나는 너를 사랑해
  3. 2014.01.17 [들리는 블로그] Steve Miller * Serenade
  4. 2013.11.27 [들리는 블로그] Elliott Smith * Between The Bars
  5. 2013.10.10 [들리는 블로그] 선우정아 * 비온다
  6. 2013.09.12 [들리는 블로그] 9와 숫자들 * 높은 마음
  7. 2013.08.08 [들리는 블로그] 하헌진·김간지 * 몸뚱이 블루스
  8. 2013.07.11 [들리는 블로그] Tangerine kitty * Dumb Ways to Die
  9. 2013.06.13 [들리는 블로그] Julie Delpy * Waltz For A Night
  10. 2013.05.30 [들리는 블로그] 잠비나이 * 소멸의 시간

[들리는 블로그] 잭 케루악 * 길 위에서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고 나는 재즈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했었다. 맞춤법과 표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글을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면. 습관을 따르는 이상 작가는 재즈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잭 케루악은 기어코 재즈를 썼다. 《길 위에서》에는 갖은 방랑이 등장하고, 떠도는 이들이 돌려 마시는 술병과 같이 곳곳에 재즈가 떠든다. 부패한 세상에서 술렁이는 삶들은 모범에 애써 기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일 뿐이다. ‘비밥(bebop)’처럼. 나는 《길 위에서》에 흐르는 재즈를 따라가며, 규칙을 따르지 않는 활자를 또 한 번 꿈꾼다.      

 

 

1. 덱스터 고든과 워델 그레이의 《더 헌트》

   (Dexter Gordon & Wardell Gray, 《The Hunt》, Live 1947)


 

 

 

 

- 1947년에 녹음했고, 1977년에 처음 발매된 앨범 《The Hunt》. 격렬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기로는 1등인 딘이 듣고 분명 좋아했을 음악이다.


 

 

 

─ 그들이 게걸스럽게 먹어 대는 동안 딘은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인 채 거대한 축음기 앞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내가 얼마 전에 산 《더 헌트》라는 격렬한 비밥 음반을 들었다. 소리 지르는 청중 앞에서 공연장이 떠나가라 불어 젖히는 덱스터 고든과 워델 그레이의 환상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연주가 담긴 음반이었다.

 

 

2. 빌리 할리데이의 ‘lover man’ (billie holiday ‘lover man’)


 

- 《길 위에서》는 재즈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비밥이 제일 많이 등장한다. 기성에 따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굽히지 않는 딘과 샐이 비밥의 리듬과 닮았다. 그 와중에 테리와 샐의 사랑은 비밥이 아니다. ‘lover man’을 부르는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가 테리의 비운한 삶을 더욱 슬프게 울린다.


 

 

─ 그들은 쓸모없는 남편을 버리고 조니를 자기들에게 맡겨둔 채 LA로 가 버린 테리를 창녀라고 욕했다. 노인네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위대한 농경민족이라면 세상 어디서나 그러하듯 우울하고 뚱뚱한 갈색 피부의 어머니가 나서자 모두 조용해졌고, 결국 테리는 집에 돌아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빠들이 흥겹고 빠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춥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10월의 슬픈 포도원 너머의 계곡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내 마음은 빌리 할러데이가 불렀던 저 위대한 노래 ‘사랑하는 남자’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수풀 속에서 나만의 음악회를 가졌다. “언젠가 우리 만나면 그대 내 눈물 모두 마르게 해 주겠죠. 내 귓가에 달콤한 얘기를 속삭이며 나를 안고 키스해 주겠죠. 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남자여, 오, 그댄 어디 있나요… ….” 노래 가사보다는 탁월한 화음과 부드러운 전등 빛 아래서 애인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여인 같은 빌리의 창법이 멋진 곡이었다. 바람이 울부짖었고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3. 조지 시어링

 

 

 

- 조지 시어링은 딘과 샐이 시카고에 처음 도착한 날, 밤에 비밥을 들으러 갔을 때 신처럼 등장한다. 《길 위에서》의 모든 줄거리에서 비밥이 가장 강력하게 울리는 대목이다.

 

 

 

 

─ 갑자기 딘이 무대 건너편 코너의 어두운 곳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샐, 신이 강림했어.”
나는 보았다. 조지 시어링. 언제나처럼 눈먼 머리를 창백한 손에 기대고, 두 귀를 코끼리 귀처럼 활짝 열고, 미국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영국의 여름밤처럼 호흡을 하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모두 제발 연주를 해 달라고 졸랐고, 그는 응했다. 무수한 코러스를 경이로운 코드로 연주하자, 그것은 점점 위로 올라가 마지막에는 땀이 피아노 전체에 튀어서 모두 전율과 공포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한 시간 후 사람들의 손을 빌려 무대를 내려갔다. 신 같은 시어링이 어두운 코너로 돌아오자 녀석들은 저러고 난 뒤에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하고 말했다.

 

* 발췌한 문장은 모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중에서.

 

 

* 영화 < On The Road>, 2012

 

 

 

   △ < on the road > OST, 2012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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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신중현과 엽전들 * 나는 너를 사랑해

 

 

신중현과 엽전들 「나는 너를 사랑해」

 

 

 

해아좋를 너는나 (나는 너를 좋아해)
해랑사를 너는나 (나는 너를 사랑해)
해아좋를 너는나
해랑사를 너는나
해아좋를 너는나 (나는 너를 좋아해)
해랑사를 너는나 (나는 너를 사랑해)
해아좋를 너는나
해랑사를 너는나

 

또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어렸을 적 두근거렸던 마음은 한두 살 먹어 가면서 초콜릿처럼 딱딱히 굳어버렸지만요. 발렌타인데이가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렛을 만들지는 못해도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편지를 쓰고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할 말은 딱 두 개였는데 말이죠. ‘좋아해’와 ‘사랑해’. 편지를 채운 건 「나는 너를 사랑해」의 가사처럼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좋아해’를 이렇게도 말해보고, ‘사랑해’를 저렇게도 불러보고.

 

발렌타인데이의 올바른 한국어 표기법은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어떻게 부르든 2월 14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날입니다. 연인 사이에 ‘발렌’인지 ‘밸런’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14일엔 거꾸로 말 해보세요. 뜻은 같으니까요. “해랑사를 너는나”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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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Steve Miller * Serenade

 

 

 

Steve Miller 「Serenade」

 

시간 참 빠릅니다. 벌써 1월도 반이 지났습니다. 2월은 짧고, 더군다나 3월은 정신없이 갈 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몇 번 겪으면 이러다 2014년도 저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결심한 게 있다면, 한 번 더 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 작심삼일로 끝나진 않았나, 지금까진 잘했나 말이죠.

 

Steve miller는 「Serenade」에서 계속 "Wake up"을 외칩니다. 주저하지 맙시다. 하겠다고 했으면 얼른 실천합시다. '시간은 우리의 것(the time is our own)', '지구는 당신의 것(the earth is your own)'입니다.
Wake up! 

 

Did you see the lights
As they fell all around you
Did you hear the music
Serenade from the stars

 

당신 주위로 떨어진 빛을 보았나요

별에서 온 세레나데를 들었나요 


Wake up, wake up
Wake up and look around you
We're lost in space
And the time is our own

 

일어나요, 일어나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봐요

우리는 길을 잃었고 

시간은 우리의 것이에요

Whoa, whoa
Iiiiiiiiii

Did you feel the wind
As it blew all around you
Did you feel the love
That was in the air

 

당신 주위에 부는 바람을 느꼈나요

공기 속에 있던 사랑을 느꼈나요

 
Wake up, wake up
Wake up and look around you
We're lost in space
And the time is our own 

 

일어나요, 일어나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봐요

우리는 길을 잃었고

시간은 우리의 것이에요

 

Whoa, whoa
Iiiiiiiiii

The sun comes up
And it shines all around you
You're lost in space
And the earth is your own

 


태양은 떠오르고

당신 주위를 밝힐 거예요

당신은 길을 잃었고

지구는 당신의 것이에요 


Whoa, whoa
Whoa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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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Elliott Smith * Between The Bars

 

들을 때마다 매번, 처음이거나 마지막 같습니다. 최초 혹은 최후의 중얼거림 같달까요. Elliott Smith의 목소리는 제게 늘 그렇습니다. 이전은 잊고 이후도 생각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그때의 지금이란 언제나 헤매임과 함께입니다. 너와 나, 그들과 나, 그리고 나와 나, 그 사이에 서 있는 느낌. 그곳에서 그곳에 마땅히 있어야 할 혼란과 방황과 망설임과 후회와 자책과 허무와 외로움에 직면하는 것. 어쨌든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이뿐이라는 듯 상처받기 쉬운 목소리를 하고 그러나 어떤 두려움의 기미도 내비치지 않으면서 삶에서 가장 슬프고 쓸쓸한 장면을 가장 편안하고 나른한 자세로 불러들이는 것. 요컨대 ‘바로 지금’에 정지한 상태로 ‘사이’를 오가게 하는 것. 그 모든 게 제게는 그인 것만 같습니다.

 

Drink up baby, stay up all night
잔을 들어요, 그대, 그리고 밤을 샙시다
With the things you could do,
그대가 할 수 있는,
you won't but you might
혹은 하지는 않겠지만 할지도 모를 것들과 함께
The potential you'll be that you'll never see
그대는 절대 깨닫지 못하는, 그대가 될지도 모를 가능성과 함께
The promises you'll only make
그리고 그대가 만들기만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들과 함께

 

Drink up with me now
나와 함께 잔을 들어요
and forget all about the pressure of days
그리고 매일매일의 고민은 잊어 버려요
Do what I say and I'll make you okay
제 말대로 하세요, 제가 당신을 위로해 드릴 테니까요
and dive them away
지금 당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The images stuck in your head
그 모든 장면들을 제가 잊게 해 드리겠습니다

 

People you've been before
지금까지 당신이었던
that you don't want around anymore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당신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 모든 모습들
That push and shove and won't bend to your will
당신을 몰아붙이고 학대하며 당신 뜻대로는 절대 되어주지 않을 그 모든 과거의 당신들
I'll keep them still
그 전부를 저는 변함없이 간직할 겁니다

 

Drink up baby, look at the stars,
잔을 비워요, 그대, 그리고 저 하늘의 별을 보세요
I'll kiss you again
저는 다시 한 번 당신에게 키스할 겁니다
Between the bars where I'm seeing you
지금 제가 당신을 만나고 있는 이곳, 이 술집들 사이에서
There with your hands in the air
당신이 허공에 손을 높이 쳐들고
waiting to finally be caught
그 손을 마침내 누군가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이곳에서

 

Drink up one more time and I'll make you mine
한 잔 더 들어요, 그리고 당신은 내 사랑이 되는 겁니다
Keep you apart deep in my heart
다른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하는
seperate from the rest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에
Where I like you the best
제가 당신을 가장 좋아하는 그곳에 저는 당신을 간직하겠습니다
And keep the things you forgot
그리고 당신이 잊은 것들을 저는 기억하겠습니다

 

The people you've been before
지금까지 당신이었던
that you don't want around anymore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당신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들
That push and shove and won't bend to your will
당신을 밀고 당기며 당신 뜻대로는 절대 되어주지 않을 과거의 당신들
I'll Keep them still
그 하나하나를 저는 영원히 간직할 겁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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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선우정아 *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Hmm hmm

모두 입을 벌려 hey

 

축 쳐진 어깨들 모두 다른 얘기들

비를 피해 작은 우산 속에 숨었네

미처 가리지 못한 가방을 보며 한숨만

젖어버린 삶에 겨운 짐들 안고서

 

Why do you do such a stupid thing, you know?

피하지 못할 일도 있는 거야

 

때가 탄 마음 흐려지는 꿈

이미 익숙해진 미련들의 분리수거

잊을 만하면 자꾸 나타나는 어린 내가

실망한 눈으로 날 지나치며 소리치네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모두 입을 벌려 hey, 1 2 3 4

 

Why do you still envy your childhood?

참기만 할 수는 없는 거야

 

다들 마음 한켠에 아직 아이를 못 지우고

어른의 탈을 쓰고 소리 죽여 울곤 해

아직 난 놀고 싶어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Why do you still envy your childhood?)

모두 입을 벌려 hey, 1 2 3 4

 

아-

 

'비온다'를 듣게 된 때는 비오는 새벽이었습니다.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가 "야야, 지금 들으면 딱인 게 있다."라며 틀어주었죠. 두세 시간 전에 시작한 음주로 저는 이미 만취했고 뭘 듣는대도 목소리인지 빗소리인지 천지 분간이 안 되는 상태였는데요. 이 노래는 둔한 귀에도 참 선명하게 꽂혔습니다. "비온다"를 시원하게 내지르는 선우정아의 노래를 더 찾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이것저것 듣고 보니 그녀는 이미 송라이터로서 이름을 알렸더군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잘 알만한 2NE1의 '아파 (Slow)'나 GD&TOP의 'Oh Yeah (Feat. 박봄)'와 같은 곡을 쓴 작곡가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그녀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정보에 불과합니다. 한 번 제대로 들어보기만 한다면 단순히 YG의 송라이터가 아니라 정말 매력 넘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비온다'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처음 들을 때 가장 잘 들리는 노랫말은 "비온다"에요.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노래했나봐,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반복할수록 다른 노랫말이 들려옵니다. 작은 우산 속에 지친 채로 서 있지만 실은 이 비를 맞으며 뛰어놀던 시절처럼 자유롭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그려집니다. 선우정아 자신이자, 그 풍경 가운데에서 종종 놓치곤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할 겁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나온 친구와 이 노래를 계속해서 들었던 것은 같은 마음 때문이었겠죠. 다시 아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빗속에서 종종 그 기억을 불러냅니다. "비온다"라고 외치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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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9와 숫자들 * 높은 마음

 

높은 마음

 

엽서 위에 새겨진 예쁜 그림 같은
그럴듯한 그 하루 속에
정말 행복이 있었는지

 

몸부림을 쳐봐도 이게 다일지도 몰라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
그 속에서도 조연인 내 얘긴

 

그래도 조금은 나 특별하고 싶은데
지금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 앞에선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밝은 눈으로 바라볼게
어둠이 더 짙어질수록
인정할 수 없는 모든 게
사실은 세상의 이치라면

 

품어온 옛 꿈들은
베개맡에 머릴 묻은 채
잊혀지고 말겠지만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활짝 두 귀를 열어둘게
침묵이 더 깊어질수록
대답할 수 없는 모든 게
아직은 너의 비밀이라면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택할 수 있다면, 오늘은 ‘높은 마음’의 노랫말을 쓴 사람에게요. 지금 막 노래를 듣고 있는데요. 누군가(사랑하는 사람)를 위하는 좋은 태도가 느껴지는 노래거든요. 좋은 태도? 사랑에서 그런 게 가능해? 이런 의심이 들기도 할 겁니다. 지난 사랑이 어딘지 고장 나 있었고, 결국 수리 불능에 이르러 끝나고 말았다면 더욱요. 사실 사랑의 본질이란 그렇게 초라할 것일지도 모르죠.

 

이 노래를 부르는 ‘9와 숫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밝은 웃음만 그대 주고 싶지만”(눈물바람) 어둑한 세상에서 그건 쉽지 않았고, 그리하여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플라타너스)였던 사랑도 겪어 봤고, 때론 “이것이 사랑이라면 난 하지 않겠”(이것이 사랑이라면)다는 다짐도 했으니까요. 헌데요. “활짝 두 귀를 열어”두겠다며 “그대”를 기다려주는 이 태도는 고장 난 사랑들을 지나왔기 때문에 높아진 마음이 아닐까요. ‘9와 숫자들’의 곡 중에는 이별 노래가 허다합니다. 많이 아파본 그 노래를 듣고 ‘그 친구,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건 그들의 사랑이 결코 헛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그런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마음만은 조금씩은 높아지고 있으리라고……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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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하헌진·김간지 * 몸뚱이 블루스

 

몸뚱이 블루스

 

이 세상에

나와서

가져갈 건

몸뚱이뿐인데

그대 나의 친구

몸 생각하오

 

장마가 지나가니 이제는 폭염입니다. 오늘 40도까지 오른 곳도 있다죠? 이 정도면 가만히 있어도 몸이 축나는 상황인데요. 날씨가 이렇다고 해도 마음껏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또 지금 우리의 실제상황입니다! 다들 전신에 땀나라 일하고 계실 텐데요. 그로 인한 탈수와 멘붕은 누구도 걱정해주지 않지요. 당연합니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뚱이지만 남들 눈에는 아주 튼튼해 보이거든요. 결국, 내 사정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죠. 내 몸뚱이를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박애주의자는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노래가 다 있는 걸 보면요. 현재까지 세 장의 EP를 발표한 ‘하헌진’과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가 걱정(?)해줍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가져갈 건 몸뚱이뿐인데 그대 나의 친구 몸 생각 하오”라고요. 귀에 착착 감기는 블루스 리듬과 무심한 듯 와 닿는 하헌진의 목소리가 인상적인데요. 이 노래는 실제로 그들의 지인이 입원했을 때 쾌유를 기원하는 의미로 즉석에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하헌진’의 EP에도 실려 있고, 프로젝트 앨범 [모두 건강하다 함]에도 수록되어 있어요. 한편, 그 지인은 진짜로 쾌유했다고 해요. 기원의 효과가 조금은 있었을까요? 궁금하다면 귀를 열고 경험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듣지 마시고요. ‘하헌진’과 ‘김간지’의 박애적 태도를 응용하여 몸이 허한 지인에게도 권하시길 바랍니다. “몸 생각 하오”라는 훈훈한 걱정의 말과 함께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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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Tangerine kitty * Dumb Ways to Die

 

Dumb Ways to Die

 

Set fire to your hair

Poke a stick at a grizzly bear

Eat medicine that's out of date

Use your private part as piranha bait

 

Dumb ways to die

So many dumb ways to die

Dumb ways to di-i-ie

So many dumb ways to die

 

(중략)

 

They might not rhyme but they quite possibly

 

Dumbest ways to die

Dumbest ways to die

Dumbest wasy to di-i-ie

So many dumb, so many dumb ways to die

 

Be safe around trains, a message from Metro.

 

자기 머리에 불붙이기

회색 곰 막대기로 찌르기

유통기한 지난 약 먹기

중요부위로 피라냐 낚기

 

그것은 멍청하게 죽는 방법

세상엔 멍청하게 죽는 방법이 너무 많죠

그것은 멍청하게 죽는 방법

세상엔 멍청하게 죽는 방법이 너무 많죠

 

(중략)

 

라임은 맞지 않지만 이것들이야말로 아마도

 

가장 멍청하게 죽는 방법일거에요

가장 멍청하게 죽는 방법일 거예요

가장 멍청하게 죽는 방법일 거예요

세상에는 멍청하게 죽는 방법이 너무너무 많지만요

 

열차는 안전하게 탑시다. 이상 철도공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가사 출처 : 엔하위키 미러

 

아침 라디오 일기예보를 챙겨 듣습니다. 요즘에는 연일 비 예보가 계속되고 있죠. 우천 시 일어날지 모를 ‘안전사고에 유의’하라는 당부도 덧붙여 가면서요. 저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곤 하는데요. 이런 캠페인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것 같습니다. ‘Dumb Ways to Die’는 호주 멜버른의 한 철도공사에서 제작한 철도 안전 캠페인으로, 캠페인치고는 다소 과격한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뜻풀이를 하자면 ‘멍청하게 죽는 방법’인데요. 대체 어떤 내용일까요? 이 영상을 보세요. 앙증맞은 캐릭터들이 귀엽게 노래를 부르다가 황당한 이유로 계속해서 죽어 나갑니다. 이 모든 예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요. 많은 사고의 원인이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람들의 부주의였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러니까 철도에서는 잘 지켜달라는 이야기일 겁니다. 물론 웃어넘기고 말 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말 몇 마디보다 재미있게 본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 머릿속에는 분명 이편이 더 오래 남겠죠?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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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Julie Delpy * Waltz For A Night

 

Waltz For A Night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you were for me that night everything
I always dreamt of in life
but now you're gone you are far gone
all the way to you island of rain
it was for you just a one night thing
but you were much more to me just so you know
I don't care what they say
I know what you meant for me that day
I just wanted another try I just wanted another night
even if it doesn't seem quite right
you meant for me much more than anyone I've met before
one single night with you, little Jesse
is worth a thousand with any-body
I have no bitterness my sweet
I'll never forget this one night thing even tomorrow
in other arms
my heart will stay yours until I die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blue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lovely one night stand

 

1995, 2004, 2013. 세 숫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힌트를 드릴게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네네. 바로 ‘비포’ 시리즈가 개봉된 연도들입니다.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야 물론 많지만요. 이 시리즈가 특별한 것은 주인공들이 우리처럼 나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영화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늙음을 내 놓고 반기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러나 ‘비포’ 시리즈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그 궤적의 어딘가에 있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면 나의 이 늙음이 퍽 괜찮게 느껴지기도 해요. 결코 공(空)으로 지나온 시간이 아닐 테니까요. 제시와 셀린느가 그러하듯이.

 

이번에 [들리는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는 노래는 2004년에 개봉한 두 번째 시리즈인 ‘비포 선셋’의 OST에요. 별도의 배경음 없이 두 사람의 대화로 채워진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삽입곡인데요. 셀린느 역의 줄리 델피가 만든 곡으로 영화의 말미에서 직접 연주합니다. 그 앞에는 황혼 빛을 등진 채 셀린느의 노래를 듣는 제시가 있고요. ‘비포 선라이즈’에 이어 당시 두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은 ‘비포 선셋’에 불과했죠. 셀린느의 노래가 끝나고, 이후의 날들은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우리 삶은 또 어떻게 흘러갔던가요? ‘비포 미드나잇’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오늘, 그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좋겠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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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잠비나이 * 소멸의 시간

 

처음 잠비나이를 ‘접’한 건 ‘소멸의 시간’을 통해서였습니다. 통하다, 이 말이 마음에 드네요. 저와 ‘소멸의 시간’ 사이, 무언가는 분명 통, 했을 테니까요. 듣자마자, 그리고 듣는 내내, 그리고 그것이 끝날 때까지 저는 그저 귀로 꽂혀 들어온 소리에 마냥 붙들려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이, 이건, 뭐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니 생각, 이라는 게 끼어들 틈이 과연 있었을까요. 시작을 알리고 불러들이고 모으고 온갖 것들을 죄다. 침잠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치솟아오르고 건드리고 두드리고 찌르고 깨트리고 터트리며 끝내는 폭발하게, 그리하여 사라져 없어지게. 아마도 이것은 종말의 낯선 입구에 다다른, 소멸 직전의 치열한 역동으로 돌연 정적에 휘감기게 된 모양으로, 도리 없이 소름이 돋고 신경이 곤두서고. 압도, 되는 수밖에는 달리.

 

종말론

 

  입술이 없는 묵언을 새겨듣는다. 혼魂이 휘청거리자 삶은 조금 기운다. 사람의 아들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볼수록 미래가 조금씩 흔들린다. 과거는 거짓말의 전복이고 반복이다. 모두 사라지는 풍경화. 말이 생경한 종이들은 모두 의미에 대하여 제사를 지낼 것이다. 손바닥에 총구를 겨눈 절망이 장전된다. 진심을 전하고서야 비울 수 있는 무심이 채워진다. 생전으로 후퇴하지 못한 갖가지 주술들이 세계에서 종적을 감춘다. 열기는 온도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온도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다. 부모로부터 훔쳐온 삶을 간증한다. 금욕을 타작하는 사람들을 불경하게 여기는. 방아쇠 당기지 않은 흉기만이, 무한無限을 걸어서 미궁을 건설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저의가 있다. 잊다.

 

- 이이체, ‘종말론’ 전문 《시인수첩 : 2013 여름호》, 문학수첩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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