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일> -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던 그날, 그 지독한 외로움


 


 

바르트 무이아르트 | <1월 0일> | 낭기열라 | 2010

 

 

한 켤레의 신발과 같은 그들, ‘베니’와 ‘바르트’는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계속 달려야 했다. 쫓기는 자의 예민해진 감각이 불안을 증폭시킨다.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가 그 감각을 타고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변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고함 소리,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뒤를 쫓는 ‘베트예만’이 ‘커다란 황소’처럼 성난 모습을 하고 ‘초인적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금방이라도 그들의 뒷덜미를 잡아채 바닥에 내동댕이칠 것처럼. 숨이 막혀온다. 

 

뒤늦게 밀려드는 후회. “베트예만네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들은 베트예만네 집에 갔고, 그가 키우는 오리 한 마리를 목 졸라 죽였다. 그러니 오리를 잃은 베트예만은 그들이 후회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을 붙잡아 때려눕힐 것이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시간은 되돌려지지 않는다. 돌이킬 수 있는 건 지난 몇 시간의 기억 뿐, 그들의 폭력과 그 결과는 돌이켜지지 않는다. ‘절대로’.

 

바르트가 말했다. “우리가 오리를 훔치려 했던 건 아니잖아. 우리는 그냥 오리를 데리고 놀다가 도로 넣어놓으려고 했던 거였어.” “우리? 우리라고? 너였어. 네가 그랬잖아. 그리고 이제는 오리를 도로 넣어둘 필요도 없어. 죽어버렸으니까.” 베니가 말했다. 한 켤레의 신발이 한 짝이 되어 나뒹구는 순간. 오리를 죽음으로 이끈 폭력은 바르트의 ‘맨손’에서 시작해 그에게만 오롯이 남았다. 그가 무엇보다 아끼던 개, ‘엘머’의 죽음으로.

 

“나는 볼 만큼 보고 말았다. 그러고 나자 내가 머리 하나로만 덩그렇게 남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진 한 장만 들어 있는, 살아 있는 머리 하나. 내가 본 것은 계단과 신문, 그리고 엘머였다. 생전 잠을 못잔 녀석처럼 자고 있는 엘머. 다리를 쭉 뻗고 배를 드러낸 채 턱을 쳐들고서 신문 위로 누워 있는 엘머. […]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내 머릿속에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계단은 아주 놓았다. 신문은 슬픈 침대였다. 그리고 죽은 우리 엘머는 실제보다도 훨씬 더 죽은 것처럼 보였다.” (65-68쪽) "일은 그렇게 되어버렸고, 돌이킬 수 없었다."

 

폭력은, 그러므로 후회는, 그리고 뒤따라온 폭력은 바르트에게만 남았다. 그 모든 건 나누어지지 않는다. 절대로.

 

그의 머릿속이 아무리, 몇 시간 혹은 그 몇 시간 전을 향해 내달릴지라도. 베트예만을 피해 그와 함께 달리고 있던 엘머는, 아직 살은 채로 그의 손아귀에 있었던 오리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날, 엄마를 보고 웃고 있던 베트예만은, 식탁을 뒤엎은 그에게 따귀를 내려치던 그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르트의 분노 또한 사그라지지 않는다. 베트예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신음을 듣고 싶은 그의 마음도.

 

상처받은 어린 마음이, 돌아가지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그날에 갇혔다. 12월 31일,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 사이에, “다시 이어붙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서져버린” 바르트가 덩그러니. 1월 0일, 그 지독히도 외로운 날에 홀로.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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