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신형철,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 <느낌의 공동체> | 문학동네 | 2011

 

 

가요계처럼 문학계에도 아이돌이 있다면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할 것 같은 사람, 평론가 신형철이다.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고 평론가라니 의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의 글을 읽어본 적 있는 이라면 분명 끄덕끄덕, 수긍할 이야기다. 아득해질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잘 벼려진 스케이트 날처럼 글자와 글자 사이를 누빈다. 그의 첫번째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는 평론집으로는 드물게 7쇄를 넘겼다고 하니, 이쯤되면 '아이돌' 운운하는 게 영 거짓은 아님이 입증되는 셈이다. 그런 그가 올 봄, 첫번째 '문학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를 냈다.

 

 

2006년 봄부터 2009년 겨울까지 쓴 짧은 글들을 추렸다. 200자 원고지 10매는 적은 분량이 아니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그 지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망을 오래전에 버린 것처럼,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허망도 이제는 내려놓고, 그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삼엄하게 학대하려고 한다.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 책머리에 | 나는 잠을 자고 싶은데 너는 춤을 춰야만 하네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는 신형철을 두고 '한국 문학의 사려 깊은 연인'이라 이름 지었다. '더 많이 그리워해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지고도 계속 질 것'이라는 문학에 사로잡힌 연인. 읽고 쓰는 일이 삶의 거의 전부인 연인. 그래서 그의 글은 자신의 연인에 대한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 있다. 물론 '평론가'이니 연인에게 칭찬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매운 말도 더러 하지만, 연인에게 내뱉는 말이 모두 그러하듯 그 말의 바닥에는 근본적인 사랑이 있다.

 

사려 깊은 연인이 그의 사랑을 어떻게 고백하는지, 또 어떻게 미안하다고 말하는지 알고 싶다면 <느낌의 공동체> 안으로 한 발을 슬며시 들여놓길 권한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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