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물드는 오후]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김중식

 

 

 김중식 | <황금빛 모서리> | 문학과지성사 | 2008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1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내리친 뒤 아미타불! 좋은 몸 받아라! 합장하는 것은, 벌레의 극락행을 기도함이 아님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은 자기의 꼬리를 문 뱀처럼 다만 입의 즐거움을 위해서이고 넌 죄도 모르느냐!
 사랑한다면서 왜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 실연도 여러 국면을 입의 즐거움으로 해석한 결과임
 당신은 혹시 여성 혐오 증세가 있지 않습니까? 질문 또한 자기의 주의주장을 겸손하게 확인하는 절차일 뿐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지나치면서, 그러나 고개는 끄덕이면서 자기 이야기만 열심히 구상한다
 대화란 서로가 귀를 틀어막은 채 서로의 등뒤에 있는 벽에 대고 고함치는 행위임

 

2
 늑대는 교미 장면을 들키면 상대가 힘셀지라도 끝까지 쫓아가서 물어죽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익명의 폭력과 실명의 폭력이 교미하는 장면을 엿보았기 때문에 그대의 영혼이 물어뜯겼다고 우기지마
 그대가 엎치락뒤치락할 때마다 自然이 무너졌다 솟구쳤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 그대가 외롭건 슬프건 저 구름은 지맘대로 흐르다가 멎는 것임
 열등한 자가 비유를 쓴다 비유를 쓰면서 자신의 無力과 무식에 대해 속으로는 얼마나 울화통을 터뜨리는지
 얼마나 자신을 달래는지 그대는 아는가 나의 자살 시도가 그대에게는 해프닝으로 해치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그대와 나 사이엔 국경이 있다는 사실, 말이 안 통하므로 더 이상의 진지함은 없다

 

 말이 안 통해서 술을 먹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기 싫고 술을 먹으면 집에 안 들어간다
 말이 안 통해서 병 대신 병적인 것, 아픔 대신 아픔적인 것, 애인 대신 애인적인 것에서 우리는 위안받는다
 말이 안 통해서 우리는 상처 없는 아픔과 절망 없는 고통을 하고 싶어한다.

 

 

-김중식,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성사, 48-40쪽

 

나는 그랬다. 바퀴벌레를 죽이고 벌레의 극락행을 기도하듯, 기도를 가장해 그 가장으로 마음의 부스러기를 쓰러버려 자기를 지켰다.

 

나도 그랬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며, 그 입의 즐거움을 위해 애도를 읊조리듯,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장하며 그 가장으로 나만 아는 나를 지웠다.

 

내가 그랬다. 타인의 죽음으로 내 삶을 환기하고, 한 번도 가닿은 적 없는 타인의 삶을 마치 들렀다 온 마냥, 그리하여 마치 병과 아픔과 애인을 알아버린 것 마냥,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고 말했다. 귀를 틀어막은 채 벽에 대고 고함쳤다.

 

내 삶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간 적 없는 내가, 병도 아픔도 애인도 온전히 알아본 적 없는 내가, 단지 엿봄으로 해서 영혼을 물어뜯겼다고 우겼다. 슬펐고, 외로웠다. 그렇게 병적인 것과 아픔적인 것과 애인적인 것으로 위안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힘썼다.

 

넌 죄도 모르느냐!

 

죄를 묻는 자와 그 물음 앞에 선 자, 알고 있는 자와 알지 못하는 자가 모두 ‘하나’다. 그러니 ‘나’는 ‘너’가 되고, 이미 ‘너’이며, 그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종종 오로지 '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네가 네 죄를 알렷다. 내가 내 죄를 알렷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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