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가장 아픈 시대에도 청춘은...



 

공선옥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문학동네 | 2009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_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중에서

 

1980년 5월 18일 광주. 뜨거운 열망이 차가운 주검으로 변하던 그때, 그 기억의 언저리엔 언제나 절망과 슬픔, 분노가 흥건하다. 그리고 지금, 2011년 5월 18일.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다시 어제가 되는 사이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역사는 수많은 죽음을 들쳐 업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때, 그 기억의 주인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기억을 쫓아 그때를 생각한다. 아픈 시간을 몸으로 견뎌온 그들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이 시대의 아픔, 그 이유를 다르게 갖는 우리가, 아직 그 죽음의 빚을 갚지 못한 오늘의 역사를 끈질기게 추긍하는 미약한 방식이 될 것이다.  

 

그 길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놓여 있다. “꽃향기만으로 가슴 설레는, 그 고운 청춘의 시절에, 그러나, 나는, 그리고 해금이는, 해금이의 친구들은 참 슬펐다. 속절없이, 속절없이, 꽃향기는 저 혼자 바람 속에 떠돌다가, 떠돌다가 사라지고 나는, 해금이는, 해금이 친구들인 우리는, 저희들이 얼마나 어여쁜지도 모르고, 꽃향기 때문에 가슴 설레면 그것이 무슨 죄나 되는 줄 알고, 그럼에도 또 꽃향기가 그리워서 몸을 떨어야 했다”고 말하는, 그때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고,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으며, “너무나 불안했고” “너무나 안절부절” “더없이 외로웠던” 그때도, ‘청춘’, 그 이름만으로 아름다울 수 있었던 그들이 있었다. 친구가 죽고, 또 다른 친구가 죽어도, 엄마를 잃은 친구가 아빠 없는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대학생이던 친구가 공장에 취직을 하고, 고문을 당해도, 가슴 설레는 사랑 앞에서 그 떨림으로 웃고 울었던 청춘의 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날들에 좌절과 절망, 분노를 비집고 나온 희망이 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나온다는 거, 아름다움은 슬픔에서 나온다는 거, 모든 행복은 고통 뒤에 온다는” 걸 깨달아, “야만의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 바꾸”는 청춘의 발걸음이 보인다. 가장 아픈 시대에도 청춘은... 더없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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