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믿지 마라> - 초등학교 교과서, 문제가 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 <교과서를 믿지 마라> | 바다출판 | 2011년



초등교육과정 연구모임 교사들이 쓴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를 힘들게 하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와 교육 과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책이다. 지난 해 안승철 교수의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 할까>를 통해 초등 학생의 수학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최근 나온 <교과서를 믿지 마라>를 통해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내가 학부모는 아니지만 초등학생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초등 학교 2학년생 조카가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과도한 교육량과 영어 몰입 교육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교과서를 믿지 마라>를 통해 초등 학교 교과서의 무체계성과 지나친 난이도, 현실성 결여 등의 문제점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본문에 예시된 고난이도의 교과서들을 보니 아이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3학년 아이들에게 21을 3으로 나누었을 때 7이 나오는 방법을 세 가지로 설명하라고 하거나 4학년 아이들에게 열의 전달 방식인 전도, 대류, 복사 등의 개념을 가르치고 3학년 아이들에게 통계, 도표, 인문환경 등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어 발음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방식 등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이 책을 쓴 동기는 초등학교 교육 일선에서 느낀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대안 및 지침들을 모색하는 데에 있다. 교과서가 어려운 것은 교육 당국자들이 아이들을 축소된 어른으로, 아이들의 교육 과정은 압축된 중고교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아이들의 교과서 편성은 심지어 대학의 전공 과목을 따라 편성되기도 했다.) 너무 짧은 시간에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하기에 언제나 부진아 대열로 떨어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또한 이번 책을 통해 사교육의 부담 내지 유혹에 상시적으로 휘둘리는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예산 속에서 교과서를 만드는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전국에 흩어진 교사들이 소통 없이 각자 교과서를 만드는 현실이 체계와 통일성 없이 산만하고 무원칙적인 교과서를 낳는 주요 요인이다. 교육 일선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일방향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교과부에 초등 교육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현실적 대안이 돋보이는데, 이는 학부모들에게 교과부의 교육 과정 및 교과서 포털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게재하길 주문하는 것이다.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습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저자들의 말은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에 대한 조용한 시위라 할만하다. 글씨 쓰기를 손 근육 발달을 이끄는 수단으로까지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 아이들이 그린 낙서 같은 그림에도 의미가 있음을 주장한 것, 아이들의 힘든 입장을 이해할 것을 부탁하는 저자들의 시선이 참 따뜻하고 여유롭게 여겨진다.

또한 초등 학교 수학에서는 높은 점수보다 수학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사고력을 이끌어 내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 영어는 모국어를 더 잘 배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말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게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아이들을 다룬 책들을 좀더 읽어야 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저자들의 노고와 꼼꼼한 마음씀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치자꽃 근처'님은?
지난 2004년부터 인연이 닿은 블로그(현재 블로그는 anuloma01.egloos.com)가 읽기와 쓰기에 도움이 되는 행복한 사례를 체험하고 있는 독자이자 글쓰기에 열의를 갖게 해준 반디 블로그로부터도 도움을 받는 네티즌입니다. 불교와 과학 책들을 읽으며 정중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홉 살 조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동의 인지와 교육, 수적 세계를 다룬 책들에도 관심을 보이는 '준서 삼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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