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것> -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생각하기

 

 

고병권 | <생각한다는 것> | 너머학교 | 2010

 


나이가 들어가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그중 하나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와 생각은 양적인 면에서 비례하는 것 같다. 생각이 많을수록 삶은 고달프다. 인생은 깊고 풍성한 생각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시간의 흐름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 구별되는 '생각'이라는 우월성이 어떨 때는 인간을 옥죄고 번민하게 만든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 아. 데카르트여. 인간은 정말 그런 존재란 말입니까.

생각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좋은 생각은 많이 할수록 좋고 좋지 못한 생각은 버릴수록 좋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건강하고 건설적인 생각은 인간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동력이 된다. 반면 잡념과 사념은 인간의 마음을 불안하고 두렵게 한다. 생각 버리는 연습을 통해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모스님의 수필집이 국내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오른 현상은 생각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한국 독자들의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일 게다.

'너머학교'의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생각에 대한 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교양부문 당선작이기도 한 이 책은, 철학자 고병권이 청소년을 위해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쓴 쉽고 새로운 철학책이다. 고병권은 이 책을 통해 인류사를 위대하게 장식했던 다양한 철학자들과 사상을 소개함과 동시에 인간 삶의 본질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알려준다.

먼저 저자는 철학의 긴요성에 대해 매우 명쾌하게 정리한다.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삶을 잘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잘'이라는 부사는 경제적이고 명예적인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보다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철학의 힘이 있다. 영어 공부와 수학 공부와는 다른 것이다. 삶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 그것이 바로 철학의 정의이자 이 책이 알려주고자 하는 '생각한다는 것'의 목적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저자는 총 여덟 파트로 철학의 세계를 안내한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함께 관련 철학자가 각 파트마다 연이어 소개된다. 디오게네스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고결한 사상을 만들어냈던 위대한 지성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독자의 앎은 배부르다. 또한 각 파트가 끝날 때마다 현실의 이슈 한 가지씩을 제기하여 관념이 아닌 실재의 세계에서 생각해야 함을 일깨운다.

저자가 제기한 '북한 핵 개발', '이라크 전쟁', ' 이주노동자 문제' 등은 비단 기성세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사회는 변하고 그만큼 시대의 가치관 또한 변화한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변한다 하더라도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 예컨대 '자유'와 '평등', '인권'과 '관용'은 문화와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간의 고유한 가치들이다. 청소년 때부터 이에 대한 숭고한 신념을 갖는다는 건 매우 필요하다. 지금의 아이들이 훗날 이 나라를 책임질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기성세대로서 우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 책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그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계를 물려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응당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다. 이러한 건강한 물려줌의 선순환 속에서 우리사회는 보다 희망이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 '생각'의 방향과 필요를 제시한 <생각한다는 것>은 참 좋은 책이다.

삶의 변성기를 겪어내는 이 땅의 십대들에게 건강한 사고와 행복한 삶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수고가 멋지다. 다만 책의 두께와 읽을 대상을 고려할 때 책값이 다소 비싼 점은 아쉽다. 동기와 노력이 좋은 만큼 책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리하자.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은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되 대상을 명확히 하여 간단한 구성과 수월한 내용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다윗'님은?
'앎의 크기가 곧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책 읽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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