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반드시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

 

 

레이첼 카슨 | <침묵의 봄> | 에코리브르 | 2002

 


돌이켜보면 중세와 근대를 나눈 여러 사상과 사건들은 어느 하나 환경에 도움되는 것이 없었다. 서양의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산업혁명은 그 태동 과정부터 숱한 매연과 자원의 낭비, 그리고 대량 생산 과정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없이 많은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환경의 적들도 끊임없이 생산했고, 사회계약론은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시킴으로써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고조시켰다. 결정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이 최고라는 사고를 사람들에게 심어주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며 인간을 위한 '노다지'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뇌리 속에 고착시켰다. 환경 파괴가 걱정된 단 한 가지의 분야는 바로 인간의 보건과 위생을 걱정하여 수도와 쓰레기 등의 정화-매립 작업들을 진행한 것이었는데, 여기에서도 중요성은 인간이었지 우리와 공생하는 자연을 걱정한 것은 없었다.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요?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 롤프 엘라이어슨(Rolf Eliassen), MIT 교수

인간은 자연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해왔고, 조각했다. 사실 인간이나 강변의 거북이나 다 동등한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인간만이 '가진 것으로 보이는' 선민 의식을 가지고 '친환경'적인 사업을 한다. '누구의' 환경에 더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은 인간이 보았을 때 '때깔'이 고와야 하는 것으로 환경 보존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구불구불하고 가끔 넘치는 강은 직선화되고 콘크리트로 바닥이 덮여져야 멋진 것으로 취급되고 있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각종 실험들을 통해 새로운 '생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물주(혹은 해당 생명체)들만의 독점적인 영역이라고 알려졌던 생명의 탄생을 인간의 손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는 인간의 자신감(혹은 오만)은 절정을 찍었고, 책이 쓰여졌던 40년 전에 비해 인간은 보다 다양한 자연의 영역에서 'made in 인간'을 만들고 있다. 환경 보호 단체들과 종교계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성공 신화에 매몰된 사람들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당연히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창조 작업'을 계속한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 진 로스탄드(Jean Rostand)

하지만 자연은 '되로 받으면 말로 줄 줄 아는' 존재이다. 이미 우리는 숱한 자연 재해 속에서 자연이 몸 풀면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은 순진하게 '당하고 있지' 않는다. 영국이 극심한 대기 오염의 산물인 런던 스모그와 수돗물로도 쓸 수 없는 템즈 강 오염을 겪으면서 각종 질병과 후유증을 겪으면서 정부 기관에서 환경청을 세계 처음으로 신설하여 환경 문제에 대응한 것은 1960년대였지만, 이후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했다. '정복될 줄 알았던' 자연은 화학 약품에 대한 내성과 진화('가장 강력한 종만이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했던 다윈의 진화론-인간의 자연 지배를 정당화했던 그 이론-이 곤충의 진화를 설명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를 통해 인간을 당혹스럽게 했고, 식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각종 돌연변이를 통해 인간으로 하여금 안전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른 생물들과 공생하라는 '진리'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인간들에 대한 자연의 징벌이 시작되었고, 기후 변화와 토양 오염 등 갈수록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후손들은 생명체를 지지하고 있는 자연계의 존엄성에 관한 우리의 관심 부족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45쪽)

갈수록 환경과 자연 파괴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오늘날, 레이첼 카슨이 지은 책 '침묵의 봄'은 인간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 환경 분야의 고전이다. 갈수록 제초제의 사용이 확산되고, 사용이 사용을 넘어 남용과 폭용에 이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문제 제기를 해야 했다. 토양이 오염되면서 인근 호수와 하천을 비롯한 수자원까지 농약에 노출되고, 그 결과 생태계는 치명적으로 파괴되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곤충부터 포유류-심지어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숱한 동물들이 해당 지역에서 멸종되거나 수가 급감한 반면, 정작 박멸하려고 했던 해충은 내성이 생겨(진화해서) 화학 약품을 통한 방제의 효율성을 주장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화학 약품을 쓴 곳에서는 더 강력한 해충이 나타나서 화학 약품의 사용을 멈추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며, 심지어 화학 약품에 대한 사용법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 환경은 둘째치고 사용하는 인간이 죽는 일들도 벌어졌다.

"인간은 도자기 진열실에 들어간 코끼리처럼 자연을 짓밟고 있다." - C.J. 브리예르

저자는 당시에 갈수록 심각해졌던 농약 사용에 대해서 통렬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 스스로가 해충을 방제할 수 있도록 생물의 다양성에 입각한 대안을 제시했고, 그것이 경제적, 실질적으로도 농약과 제초제보다 유익하다고 지적한 동시에 이를 실험했던 사례들을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였다. 오늘날에는 소위 '친환경 농법'이라고 알려진 방법들이지만, 곤충을 곤충으로 잡고, 잡초의 확산을 다른 식물로 억제하는 그녀의 이론은 이러한 방법을 몰랐던 그 때나, 알아도 쓰지 않는 오늘날(주로 대량 생산이 아니라 소량 생산이 되어야 하고, 제한된 방제만 허용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이나 놀랍다. 여성과 석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생전에 (농약 생산 업체들의 지원을 받은)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의 노력은 오히려 소비자 운동에 기여했고, 미국 연방정부 등에서는 그녀의 문제 제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농약 사용 등에 있어서 제한 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중략)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시 소홀한 틈을 타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162쪽)

중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이다. 인간이 파괴한 환경은 결국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서 터진 원자력 발전소는 해당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고, 지나친 방제와 화학 약품의 살포는 인산염 등의 토양에 대한 과다 노출로 해당 토양을 농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오염된 곳으로 악화시킨다. 파괴된 생태계와 중금속 및 화학 물질에 오염된 생물의 먹이 사슬은 그 사슬의 최고 단계인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미 기형아 출산과 암을 위시한 각종 질병, 그리고 장애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는 '이타적' 역할보다도 스스로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지금 편하기 위해서 폐수를 정화 작업 없이 버리면 그 오염된 물과 그 곳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다시 내 입에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따이이따이' 병은 자연에서 온 병이 아니라, 인간이 오염시킨 환경에서 돌아온 질병인데, 누굴 원망하겠는가.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응용곤충학자들의 사고와 실행 방식을 보면 마치 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원시적인 수준의 과학이 현대적이고 끔찍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곤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334쪽)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이 책은 국부론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역작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슬픈 사실은 책이 쓰여진 지 40여 년이 된 오늘날에도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유효하다는 점이다. 시장에는 무농약, 저농약, 유기농의 상표를 단 농산물들이 팔리고 있지만, 농약이 인체에게 주는 해로움을 걱정해서 등장한 '참살이' 식품일 뿐, 환경과 생태계를 걱정해서 등장한 제품들은 아닐 뿐더러, 목적은 상관없다고 할지라도 기존의 농산물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여전히 농업의 '대세'라고 부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잡초와 해충을 잡기 위해 다량의 화학 약품들이 오늘날 전세계의 다양한 형태의 농장들에서 뿌려지고 있으며, 심지어 비행기를 이용한 방제-방역, 제초 작업도 이전에 비해 '일반화'되었다. 문제 제기와 그 타당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는 우리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아야 하지 않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농약같은 가시나'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삼동이가 되어 있는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김태영'님은?
'가슴이 뛰다'라는 블로그에 책 읽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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