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지금, 불안하십니까?

 

알랭 드 보통, <불안>, 이레, 2005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몸과 마음은 어느새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가 되면, 으레 찾아오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송년회, 동창회 등 그동안 게을리 했던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가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인연의 끈을 재정비한다는 이유로, 각자가 살아온 한 해를 공개적으로 되새김합니다. 고등학교 동창 누구는 결혼을 했고, 누구는 취직을 했으며, 또 누군가는 여전히 백수라고 합니다. 그리곤 크고 작은 지인들의 신상 변화, 타인의 성공과 실패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며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그동안 잘 살아왔는가, 내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빠르게 세상을 관통해가는 시간이, 그 변화의 결과물을 들이밀며 우리를 다그칩니다. 사회가 기대하는 (나이에 맞는) 삶의 모습이, ‘~하더라’로 전해지는 성공과 실패담이, 점점 더 우리를 옥죄어 옵니다.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재 사회의 사다리에서 너무 낮은 단을 차지하고 있거나 현재보다 낮은 단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걱정.”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불안의 늪으로 우리를 내팽개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고통스러운 버둥거림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불안에 잠식당하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사회적 지위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 지위란, 한 집단 내의 법적 또는 직업적 신분뿐 아니라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 사회의 사다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이 매겨지고, 그 사람에 대한 대우(존중 혹은 멸시, 비난) 또한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불안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불안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 환경의 변화, 특히 지위에 부여되는 의미와 가치의 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따른 물질적 진보 그리고 사회·정치적 변혁을 통한 신분의 타파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지위 상승의 기회를 누구나에게 제공해주었지만, 이와 동시에 지위 상승의 기대감에 비례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수치심 또한 안겨주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하에서 능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란 결국 경제적 부유함을 의미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가난이란 개인의 무능력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어 그들에게 물질적 궁핍 뿐 아니라 사회적 무시와 외면이라는 고통까지 부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안은 부유한 자들이라고 해서 비껴가는 법이 없습니다. 현대사회의 극심한 변화는 그들이 능력으로 이룩한 사회적 지위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보장해줄 수는 없으며, 인간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은 끊임없이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진 사람은 더 갖기 위해 혹은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무능력과 패배라는 사회의 낙인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불안은 욕망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삶의 조건’과도 같은 것으로, 이와 관련하여 알랭 드 보통은 현대사회의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욕망이 작동하는 한, 불안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불안이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욕망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지위’를 향해 있는 것이면, 얼핏 보기에 우리가 사회 밖에서 홀로 존재하지 않는 한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일은 불가능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원인 분석에 이은 해법의 논의에서 “인간의 삶에서 ‘철학’, ‘예술’, ‘정치’, ‘종교’ 그리고 ‘보헤미아’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효능을 누릴 줄 안다면 불안을 치유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를 지배하는 관념을 무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회의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을 중심으로 독자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안 또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태도는 실제로 역사 속의 많은 인물(쇼펜하우어, 샹포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마르셀 뒤샹, 사를 보들레르)들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불안하십니까? 그런데 불안이 무엇인지, 왜 불안한지 모르고 있진 않은가요? 매순간 우리 삶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불안에 괴로워하고 있는 분이라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불안과의 보다 편안한 동거는 그것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될 테니까요.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불안 상세보기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364 365 366 367 368 369 370 371 372 ··· 50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