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식의 재발견 -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이진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책장, 2008


책 소개에 앞서 쉽고 재밌는 퀴즈를 풀어볼까요?
 
질문1: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하고 200년 동안 감소한 원주민 수의 비율은?

질문2: 일제 식민지 시대 36년 동안 파괴된 우리나라 삼림의 비율은?

질문3: 중국산 한약재에 중금속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이유는?

질문4: 먹을거리 오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떤가요. 주관식 문제라 풀기 어렵지는 않았는지요. 혹자는 몇 초 안에 다 풀고 ‘이게 무슨 문제라고’하며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또 혹자는 ‘이게 무슨 쉽고 재밌는 문제야’라며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답을 몰랐습니다. 그럼 여기서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저자 이진아가 밝힌 답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답1: 95%(16세기 유럽인 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인구가 95%씩 감소된 곳에서는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 p 96)

답2: 90%(그 36년 동안 우리나라 삼림의 90% 이상이 파괴되었다. 자국에서, 그리고 2차 대전 중 군수 용도로 필요해서 일본이 대대적으로 벌채를 해갔기 때문이다. - p 160)

답3: 한약재를 채취해 철망 같은데 올려놓고 밑에서 석탄을 때문.(중국산 석탄에는 중금속과 유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 p212)

사실 이 문제들은 쉽지도 재밌지도 않습니다. 열 식구 중 아홉 식구가 죽어버린, 시체가 강 같이 흐르는 아비규환의 풍경, 남의 산이라고 사정없이 도끼질을 한 일본인의 이기심과 힘없이 발가벗겨진 산들, 몸에 좋다고 먹었는데 독약을 먹은 격이 된 이 현실은 상상할수록 복잡하고, 슬픕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의 역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란 제목만 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와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가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외침은 ‘이제 충분하며, 외침만으로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침을 찾고자 하는데, 저자가 눈을 돌린 곳은 소빙하기였던 14세기 유럽입니다. 저자는 이 시기 유럽을 ‘슬픈 유럽’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유럽은 전쟁, 질병 등으로 참 힘들게 살았는데, 이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바다 건너 대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요.

옛날 옛적에 유럽에서는

책 중반까지 등장하는 유럽 곳곳의 풍경과 유럽인들의 만행,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진 환경 파괴 사례들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1500년부터 노예무역을 금지한 19세기 초반까지 약 1천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유럽인들에 의해 노예가 되었고,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차, 커피, 설탕 등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디저트, 후식 문화가 발전했으며, 생산력을 늘리기 위해 많은 숲이 황폐해졌습니다. 물론 ‘유럽인은 우월하다’는 이성주의와 ‘과학은 발전된 것이다’라는 과학주의가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지요. 저자의 서술은 바다 왕국들이 거침없이 타 대륙을 정복해나간 것처럼 거침이 없습니다. 이는 150개가 넘는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한 광범위한 지식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협지의 고수가 어려운 초식을 쉽게 펼치는 그 느낌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석유 에너지가 만든 수많은 독성물질들, ‘개발 중국’에서 날아오는 독한 미세먼지들, 환경 호르몬으로 인한 인간의 생식 기능 감퇴 등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래도 인간은 산다”고 말합니다. 중세 이후의 유럽인들이 소빙하기의 고난을 뚫고 살아남은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 효율적으로 실천해가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그 흔한 말이

이제 앞서 제기한 네 번째 질문의 답을 들여다볼까요? 저자가 밝힌 답은 ‘사랑’입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너무도 상투적인 답에 실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갖는 상태에서 인간의 뇌 파동은 알파-파를 보이는데, 그러면 우리 몸이 만드는 쾌감 물질인 엔도르핀 등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몸 안의 독성물질이 해독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모든 세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p 249)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먹으면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입니다. 생명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사랑’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전통의 지혜공생의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침 일찍 물을 뜨러 가는 가족의 마음, 장독대를 소중히 아끼며 많은 미생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마음, 그리고 텃밭에서 길러 많은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김치까지. 예전에는 뜨거운 물을 땅에 버리지 않았다고 하지요.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요즘 한국사회에까지 생각이 뻗칩니다. 학창시절부터 몸에 밴 경쟁의식, 경제성을 높인다고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나와 다르면 잘못된 것’이라는 경직된 사고. 가장 많은 사랑이 필요한 환경이 바로 인간사회 아닐까 합니다. 오늘(6월 5일)은 환경의 날입니다. 새삼스레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자거나, 공존의 삶을 모색하자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책 속에 등장한 히말라야의 앵무새 이야기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어느 날 히말라야 산에 큰 불이 난다. 수많은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었던 숲은 빠르게 잿더미로 변해갔다.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불을 피해 모든 동물들이 달아나고 있었다. (…) 물은 불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렸지만 앵무새는 호수와 불타는 숲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결국 숲에 쓰러지고 만 앵무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신 부처님은 앵무새를 불쌍히 여겼고, 앵무새의 눈물 한 방울을 호수만큼의 물이 되게 했다. 숲의 불길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숲은 다시 푸르게 회복되었다.” (p 171)

안늘(ak20@bandinlunis.com)

Trackback 1 Comment 2
  1. 아빠공룡 2009.09.02 10: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네번째 질문 답은요^^?
    꼭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반디앤루니스 2009.09.02 14:24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에도 살짝 썼는데요~ 좀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사랑'입니다.
      농약이나 대량 생산보다는 정성으로 생산해 마음을 담아 먹으면 그게 보약이라는 거지요.
      먹는 것도 기쁜 마음으로 먹으면 음식의 영양가가 훨씬 더 하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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