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쓰고 읽고 다시 쓰면서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0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은 너나 할 거 없이 많은 이들이 글을 씁니다.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짧은 문장에 정보와 사람, 그들의 삶을 실어 나르기 바쁩니다. ‘글’이라는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곳 어디에서든,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크기를 넓혀가려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1인 미디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 시대에,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과 고민은 비단 이름을 알린 작가의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 중 가장 빼어난 29편을 묶은 <나는 왜 쓰는가>는 1946년 ‘갱그릴’지에 게재한 오웰의 대표적인 에세이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의 작가론과 정치론이 한데 잘 녹아 있는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짧은 자서전”도 한데요. 그 속에서 오웰은 자신이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정리해 밝히고 있습니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하는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
4. 정치적 목적.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
(293-294쪽)

그의 이런 생각에서 저는, 세상에 나를 더하고 세상 속으로 좀 더 들어가려는 ‘글쓰기’의 마음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 <나는 왜 쓰는가>를 채우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에세이들에서 그 마음을 다시금 발견하게 됩니다. 오웰의 생애 곳곳에 배어있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의 흔적을 읽으며,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기도 합니다.

‘스파이크(1931)’에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그리고 이어지는 <위건부두로 가는 길>(1937)의 기억. ‘교수형(1931)’, ‘코끼리를 쏘다(1936)’를 읽으며 <버마시절>(1935)을, ‘스페인의 비밀을 누설한다(1937)’과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1942)’에선 <카탈로니아 찬가>(1938)가, 그 모든 기억으로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었던 <동물농장>(1945)과 <1984>(1949)까지.

그러고 보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한 오웰의 성공적인(?) 글쓰기를 확인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특유의 유머와 통쾌한 독설에 담긴 날카로운 통찰은 그의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이끌고, 그 생각은 다시 책 속의 세상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나를 더해, 세상 속으로 좀 더 들어가고 싶은 ‘글쓰기에 대한 욕망’를 구체화시켜주니까요. 그렇게 쓰고 읽고 다시 쓰는 과정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우리가, 과거와 다른 현재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을 테니까요.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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