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 '개인', 그리고 '자유'가 없는 곳에는 '인간'도 없다

 

조지 오웰, <1984년>, 열린책들, 2009

 


1984년의 오세아니아, 그 세계가 더없이 절망적이다. <동물농장>에서 보여줬던 권력의 부패와 전체주의를 향한 비판이 극단으로 치달아 비관을 낳으면 <1984>가 되는 걸까. 삶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통제당하는 암울한 시대, 개인 없는 개인의 합, 전체주의 국가만 덩그러니 남은 <1984>의 세계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이다. ‘빅 브라더’로 대변되는 독재 권력이 그들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모든 정책은 탁월(?)하고, 그런 세계를 창조해 인류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게 한 조지 오웰의 통찰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1984>에서 하나의 권력을 위해 부정된 모든 것들이 모두의 삶을 위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다.

1984년,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에 의해서 지배되고, 이 세 나라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인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통해 내부 권력에 기대게 하는 것, 이 또한 ‘빅 브라더’의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당원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감시되고, 그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과거 조작과 ‘신어’ 창조는 계속된다. 권력에 반하는 어떠한 생각과 행동도 용납될 수 없으며, 통제되지 않는 ‘개인’의 삶, 그들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생각 없이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없다면, 그 질문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 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의 주체인 ‘개인’을 말살당하고 반성하는 사고 자체를 차단당한 이들로 가득한 <1984>, 그 어디에도 진정한 의미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모두가 하나의 생각을 기계처럼 반복하며 권력의 유지를 위해 봉사하는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서정주의 ‘자화상’ 중에서


1984, 어떤 미래의 자화상

세상이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한데, 그 세상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런 사고의 능력을 빼앗긴 이들이 <1984>에 있다. 진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린 그들이 ‘빅 브라더’를 대신해 타인의 눈에서 죄인을 읽고 그들의 입에서 천치를 읽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뉘우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인간다운’ 내일은 분명, 어떤 뉘우침을 통해, 그 뉘우침의 능력를 양보하지 않으려는 의지, 그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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