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두 발은 나쁘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민음사, 1998

 


권력의 부패는 필연적인가. 온갖 미디어가 실어 나르는 부패한 권력의 이야기는 더 이상 ‘충격적 사건’이 되지 못한 지 오래고, 그 진실을 전해준다는 미디어조차 신뢰를 져버리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눈과 귀를 막고 썩어가고 있는 <동물농장>은 그것이 풍자하고 있는 과거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동물농장’은 지금도 있고 미래 세계에도 있을 것이다.”

영리한 돼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주도 아래, 메이너 농장의 주인 ‘존즈’를 몰아내고 동물들 스스로 농장의 주인이 되었던 혁명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일곱 계명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대우받던 동물농장의 공동체는 곧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나폴레옹을 위시한 지배 엘리트 돼지들의 권력 집단이 대신 들어선다. 무지로 눈 멀어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동물들이 온갖 억압과 착취를 견뎌내며 무기력한 삶을 이어간다. 온갖 만행과 부패를 일삼던 돼지들이 애초 그들의 적이었던 지배자 인간의 모습을 닮아간다.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123쪽)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혁명의 구호는 사라지고, 두 발로 서서 그들을 짓누르는 권력의 발밑에 네 발 달린 동물들의 변하지 않는 고단한 삶이 남았다. 결국 혁명 세력의 변질과 그들의 타락을 방조한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또 다른 독재, 파시즘를 낳은 것이다. 그렇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며, 개인의 모든 활동을 국가와 민족 등 전체의 존립과 발전에 복속시키는 전체주의의 암울한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느닷없이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생계를 잠시 미뤄야 했던 얼마 전까지 우리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른다.

이 책, <동물농장>이 보여주고 있는 신랄한 풍자의 묘미마저 잃어버린, 아니 오히려 억지로 빼앗겼던 침울한 날들의 기억이 떠오른다. “풍자는 무엇보다 당대성의 서사 장르이다. 풍자가 물어뜯고 비꼬고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것은 그 풍자가 생산되어 나온 당대 사회의 실존 인물, 사회환경과 제도, 이데올로기, 사건, 편견 같은 것들이다. 당대의 것들에 대한 비판, 공격, 희화화가 아니라면 풍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풍자는 동시에 약자의 서사이다. 이 약자는 권력보다는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기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약자이다. 약자의 이야기이므로 풍자가 두들기는 대상은 권력을 쥔 부당한 강자, 지배 세력과 이데올로기, 지배적 제도와 관행이다.”(도정일, <동물동장>의 세계, 147쪽)

당대의 풍자를 통해 자신의 얼룩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권력의 인색함과 그 권력에 의해 궁지로 내몰린 약자를 보았던 또 다른 약자의 독서, <동물농장>의 뒷맛은 그래서 씁쓸하다. 권력을 위해, 권력에 의해 서 있는 ‘두 발은 나쁘’고, 위트와 풍자를 잃고 맹목적으로 걸어가는 ‘두 발은 더 나쁘다.’ 그 발길에 채이고, 발자국에 짓눌린 약자의 삶은 더없이 아프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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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원래버핏 2010.11.26 13: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반디앤루니스 2010.11.29 10:18 신고 address edit & del

      부족한 글이지만, 원래버핏님께서 잘 보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래버핏님도 오늘 즐거운 날 되시길 바랄게요!

      -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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