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 조지 오웰, 그 이름으로 느끼는 글맛

 

조지 오웰, <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2003

 


“오웰의 문학을 논할 때 우리는 그의 삶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작품을 생각할 수 없고, 작품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리처드 리즈(문예비평가)

이처럼 적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책 뒷표지에 적혀 있는 이 글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문다. 흔히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를 수식하기 위해 등장하는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동물농장>과 <1984>. 오웰의 후기 작품에 속하는 이 소설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삶의 궤적이 묻어나오는 다른 작품들이 소환되곤 한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버마시절>, <위건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 그리고 그의 산문집 <코끼리를 쏘다>, <나는 왜 쓰는가>까지.

시대의 목격자인 동시에 참여자이기도 했던 그의 삶이 오롯이 담긴 이 책들 속에서 우리는 1920년대 유럽의 제국주의, 30년대 경제대공황과 전체주의라는 역사의 큰 흐름을 만나게 된다. 그 흐름에 휩쓸려 역사의 변두리로 내몰린 개인들의 삶을 대면하게 된다. 부랑자, 식민지 피지배자들, 실업자, 참전 의용군 등, 이념과 사상에 묻혀 지워지기 일쑤인 그들의 숨소리가 시대의 공기처럼 전해져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간의 어디쯤에서 역사의 큰 흐름과 삶의 세부를 오고가는 ‘비판적 개인’ 혹은 ‘실천적 지성인’으로서의 조지 오웰이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 조지 오웰의 작품이 아닌 작가 ‘조지 오웰’이 읽고 싶어진다. 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진다. 소설과 르포르타주 이외에, 한국어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그의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는 <코끼리를 쏘다>를 읽기 시작한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오웰이 제국주의 식민지 경찰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글들로 실제 그의 ‘버마시절’을 느끼게 하고, 2부는 오웰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있는 글들로 삶과 작품이 겹쳐져 있는 작가 ‘조지 오웰’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3부는 파리와 런던의 뒷골목에서 최하층 사람들과 생활했던 경험을 담은 글들로 이 또한 그의 작품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이어진다. 그리고 4부는 일상에 스며 있는 정치성에 관한 견해를, 마지막으로 5부는 유럽 문학에 대한 단상들을 피력한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그렇게 그의 작품을 읽다 삶으로 눈을 돌리게 된 우리는 그 삶의 일부 혹은 전부일 수 있는 작품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곤 또다시 삶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삶과 작품의 세계가 교차하는 ‘조지 오웰’을 읽으며 ‘글 속의 세상’과 그 ‘세상 속에 있는 글’ 사이를 오고가는 우리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조지 오웰, 그 이름으로 우리가 느끼고 이해하게 되는 것은, 세상과 사람 사이를 잇는 견고한 고리, 즉 세상을 스스로 등지거나 혹은 그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끌어 ‘사람이 세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냉혹한 현실은 생생한 묘사로, 날카로운 비판과 자기 성찰은 위트와 유머로 담은 그의 글이 ‘맛’을 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371 372 373 374 375 376 377 378 379 ··· 50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