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들의 목소리를 듣다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푸른숲, 2010

 


"그렇게 많은 것을 다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좋고, 꿈이 없어도 좋고, 못하는 것이 많아도 좋다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솔직하기만 하다면, 우리의 본질은 언제나 꽤 괜찮은 것이라고." (28쪽)  <너흰 괜찮아 중에서 - 학생의 글>

이 책에 대해 조금 과한 애정을 드러내려 한다. 이 책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하려 한다. 20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이 시대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 나처럼 소극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란 제목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20대들의 모습과 생각이 바로 청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은 저자가 덕성여대와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2년간 강의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만의 시선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한 내용을 담았다. 즉, 학생들의 의견을 다룬 책이라 할 수 있다. 20대가 느끼는 세상, 정치, 경제, 교육, 소비에 대한 그네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저자와 학생들은 대학, 정치, 교육, 가족, 사랑, 소비, 돈, 열정에 대해 토론한다. 나는 매우 놀랐다. 20대들의 고민이 이토록 절절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봄 <김예슬 선언>을 기억할 것이다. 대학을 거부한다는 제목으로 대학을 비판한 내용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은 명문대생이 아니었다면 이슈가 되었겠냐고 묻는다.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잉여(남아도는 인생)라 생각한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세상,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서열로 대우하는 세상이다.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은 사리진지 오래다.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나오고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그들에게 청춘의 열정을 말하기란 두려운 게 사실이다.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내게 처절함으로 다가왔다. 나의 대학시절은 어땠는가. 일류대와 지방대에 대한 차별도 있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자유로웠다.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더욱 부끄럽다. 바로 이런 글이다. "기성세대는 20대에게 아무것도 제대로 가르쳐준 적 없다.사유하는 방식도,혹은 ‘혁명 그 너머’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도, 맹목적이게도 자신들의 ‘뜨거웠던 추억’만을 알려주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모든 것인 듯 이야기 할 뿐이다." (86쪽)

학생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냉소하는 이유는 당연한지 모른다. 투표에 대한 생각을 봐도 그렇다. 20대들이 투표를 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권에 대해 학생들은 투표 인증삿을 올리며 놀이로 참여한다.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절대 달라지지 정치의 속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치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조언을 할 수 없다.

학교와 교육부분에서는 일본 영화 교실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재밌는 발상의 영화를 두고 열띤 토론이 인상적이다. 영화속  담임선생님, 교장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의 입장에 대해 말한다. 토론은 우리 교육의 현실로 이어진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정말 무서운 공간인지 12년 동안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길들여졌는지 생각한다. 여전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이야말로 권력으로부터 가장 초월할 척하지만 권력의 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의 목적은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몸과 마음을 만들어내는 훈육이기 때문이다. 훈육이란 말 자체가 푹력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믿지 않는 말이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한 교육이고 사랑이라는 말, 바로 그 거짓말이다." (120쪽)

20대들의 사랑은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꿈꿔왔던 풋풋한 사랑을 말하는 나는 정말 기성세대였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 사랑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주머니가 가벼운 20대들의 사랑은 자연스레 소비와 연결되고 순수한 사랑이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취업을 위해 연애는 뒤로 미뤄지고 학점이 우선시 되는 게 현실이다.

소비와 돈에 대한 부분은 민감하게 다가왔다. 입학금을 시작으로 학기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현실, 공부와 아르바이트에서 갈등해야 하고 인턴제도를 빌미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회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가. 과제와 논문이 돈으로 거래되고 돈이 제일이라 여기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나의 소비가 올바른 소비인지 맹목적으로 돈을 믿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우리는 자문해야 할 것이다.

"돈은 폭력이다. 돈은 교환될 수 없는 것을 마치 교환될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다. 사실 돈이 작동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은  ‘무지’이다. 우리가 돈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세계를 안다면 돈을 쓰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돈의 작동 자체가 중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2쪽)

"소비는 ‘무지’를 먹고 살며, 돈은 무지를 통해 작동한다.  알면 먹을 수 없고, 입을 수도 즐길 수도 없게 된다. 알면 돈도 다치고, 소비자도 다친다." (193쪽)

정말 괜찮은 책이다. 듣는 수업이 아닌 참여하는 그들의 수업이 부럽다. 들어주는 수업이었기에 서슴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왜, 나의 20대엔 이런 책이 없었을까. 물론 그 시절에도 분명 이런 책은 있었을 것이다. 나는 20대에 이렇게 고민하지 못했을까, 자책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것이 수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됨이 쉽지 않음을 발견하는 것, 이보다 더 인문학적인 발견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리 맞지 않으며, 내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느 것이 그리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발견(깨달음) 말이다.그래서 우리에게 판단과 심판의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찰의 언어이다. 그리고 나는 내 말이 가진 무게를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 수업이라고 믿는다." (263쪽)

우리는 의견이 다르거나 세대가 달라 대립할 때 흔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타자의 언어를 들으려 하지 않고 내 언어만 들어주기를 고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는 성찰의 언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대들에게 감히 말하련다. 인생은 길다고 이제 시작이니, 힘내라고!!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자목련'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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