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 행동으로 알고, 앎으로 행동하라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2001

 


1936년에 발발했던 스페인 내전. 프랑코가 지휘한 파시스트 반란군과 이에 대항한 공화주의자들과의 전쟁은 결국 프랑코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 전쟁에 참전한 조지 오웰의 기록이 바로, <카탈루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다. 파시즘에 저항해 억압받는 민중을 위해 싸웠던 많은 이들의 열망이 아군의 배신으로 환멸과 분노, 절망으로 바뀌어야 했던 서글픈 역사. 오웰은 그 어디에 오마주 Homage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전쟁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바로셀로나에 도착한 오웰이 생전 처음으로 맞보았던 ‘평등의 공기’을 향한 걸 거다. 당시 무정부주의자들이 통치하고 있었던 바로셀로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는 ‘계급 없는 사회의 축소판’과 같았고, 군에 자원한 후 배치된 아라곤 전선에서도 오웰은 이와 다르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장교에서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은 같은 월급을 받고, 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계급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았다. 오웰은 그곳에서 평등한 공동체의 가능성과 희망을 본 것이다.

“나는 우연히 정치적 의식과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정상으로 취급되는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었다. […] 모두들 똑같은 수준에서 생활하였으며,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어울렸다. 이론적으로는 완전한 평등이었다. 실제적인 면에서도 완전한 평등에 가까웠다. […] 문명화된 생활의 여러 가지 일반적인 동기들, 예컨대 속물근성이라든가, 돈을 악착같이 벌어 모으려는 태도, 상관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 누구도 주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다.” (139-140쪽)

물론 그 경험 안에서 오웰이 직면해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추위와 더위, 배고픔, 더러움, 권태, 이 그리고 생명의 위험 등은 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전선에 투입된 많은 이들의 시간을 고통으로 채웠던 게 분명하다. 특히, 오웰은 이렇다 할 전투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불필요한 경계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해, 당시에는 전선에서 보내는 그 기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무익한 시기로 여겨졌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오웰에게 또한 “다른 방식으로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던 소중한 기억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파시스트에 대한 항쟁의 주도권이 공산주의자들에게 넘어가고, 스탈린의 지시를 받는 공산주의자들이 함께 파시즘에 저항했던 무정부주의자들을 배신해 결국 내전의 승리가 파시스트 프랑코에게 돌아가게 된 이후에도, 오웰이 그것에 대한 환멸 대신 깊은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의 수립을 갈구하는 그의 욕망이 전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러므로 이 책, <카탈로니아 찬가>은 그 기억을 가져다 준 경험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사건의 밖에서 그것을 관망하며 현장의 소리를 듣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당시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며 죽어있는 글을 쓸 때, 오웰은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대로 세상에 뛰어들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이 경험과 기억 그리고 앎으로 다시 ‘정치적 글쓰기’의 목적과 방향성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오웰의 글이 지니고 있는 욕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를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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