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 - 붓다가 전한 법향을 느끼며...

 

이학종,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 오래된미래, 2006

 


디팩 초프라는 <예수 - 깨달음의 이야기>에서 meditation(명상冥想)을 동양이 선호하는 수행법으로, contemplation(관상觀想: 신에 대한 관조)을 서양이 선호하는 수행법으로 분류 했다. 신에 대한 관조라는 말이 명상과의 차이점을 잘 짚어주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별로 없다. 다만 체험을 해야 알 수 있으리라는 점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내 체험에 의하면 물, 불, 공기, 대지라는 불교의 4원소는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아니다. 명상을 하면 우리는, 체액이 흐르거나 정체하거나(물), 따뜻하거나 차갑거나(불), 팽창하거나 그렇지 않거나(공기), 딱딱하거나 부드럽다(대지)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슐라르라는 철학자/ 시인/ 과학이론가가 4원소설에 대해 언급했지만 소설가 김숨은 <물>에서 이런 말을 했다. “술은 물과 불의 최초의 결합이다. […] 술의 본성은 불에 가깝지만 태도는 물에 가깝다.” 


체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은 붓다의 생애를 다룬 책들을 읽으며 작가의 체험과 지식의 차이가 색깔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붓다 전기傳記는 데이비드 깔루빠나와 인드라니 깔루빠나의 <싯다르타의 길>과 이학종 기자의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 등이다. 이 밖에도 나카무라 하지메, 성열스님, 디팩 초프라, 카렌 암스트롱 등이 쓴 붓다 전기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책들이다. 붓다가 걸은 네팔과 인도에 걸친 1200km의 여정을 직접 걷고 난 뒤 펴낸 산악인/ 미술평론가/ 소설가인 박인식이란 분의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는 특별한 체험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끊임없이 붓다 전기들이 세상에 빛을 더하는 것은 붓다가 그만큼 매력적인 보고寶庫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레퍼토리repertoire를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연주해낸 클래식 음반들의 차이를 비교해 가며 즐기듯 우리는 붓다 전기를 비교해 가며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학종 기자의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는 대부분의 전기가 그렇듯 붓다가 남긴 유적지 -유적지의 遺가 죽음을 뜻하기에 유적지를 죽은 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몸은 조상의 유체遺體라는 말도 이런 사정과 관계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언遺言이 죽은 말이 아니라 남겨진 말이듯 유적지 역시 남겨진 땅이라 해야 한다. -를 중심으로 붓다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되밟아 가는 중간 중간 저자 자신의 여행담과, 붓다와 불교에 대한 느낌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간 책이다.

다른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은, 붓다의 고향인 카필라바스투는 붓다의 아버지인 숫도다나 왕이 다스리던 석가족의 본거지라는 사실. 붓다(싯다르타)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은 현재 네팔 땅이지만 본디 인도 땅이었다는 사실. 붓다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이 순례지로 개방된 것은 그곳을 기념해 석주石柱(The Ashoka Pillar)를 세운 아소카 왕과 1886년 석주를 발견한 독일의 고고학자 퓌러(Dr. Alois A. Fuhrer) 덕이라는 사실. 싯다르타의 출가는 위대한 포기(Great Renunciation)라 불린다는 사실. 베누바하 비하라(Venubana Vihara) 즉 죽림정사는 불교 최초의 절이고 제따와나(Jetavana)는 붓다가 가장 오래 머문 절이라는 사실.(붓다는 자신의 전법 여행 기간인 45년의 우기雨期 중 19년을 이곳에서 지냈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는 붓다 당시 우루벨라로 불렸다는 사실, 등이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처음에 “나의 얻은 바 법은 매우 깊고 알기 어렵다. 저 어둡고 혼탁한 인간들은 탐진치, 우치愚癡, 교만 등에 덮여 있다. 차라리 잠자코 열반에 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물론 붓다는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 등이 중생衆生을 위해 설법할 것을 세 번이나 간청하자 마음을 바꿔 전법을 결심했다고 한다. (161쪽) 이에 비해 “생은 이미 다 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확립되었으며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하였고 더 이상 생을 받지 않는다.”는 붓다의 다른 말은 얼마나 수려하고 아름다운가. 이 부분에 이르러 우리는, 예수의 종결終結을 다 이루었다(Es ist vollbracht)고 표현한 바흐의 요한 수난곡과 비교해 읽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우리는 전법 여정과 관련한 붓다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을 신비한 의미가 깃든 말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더 많은 곳으로 전법 여행을 가려면 혼자서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가 깃든 붓다의 배려가 낳은 말이다.

저자는 ‘진리의 수레바퀴를 타고 붓다를 따르다‘라는 부분에서 데이비드 깔루빠나의 <혁명가 붓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말하고 싶은 것은 혁명가 붓다와 혁명가 예수라는 말의 뉘앙스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혁명가 예수라는 말이 로마의 압제에 맞서 싸운 전사戰士 예수를 지칭하는 데 비해 혁명가 붓다라는 말은 세상과 마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바꾼 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차이가 있다. 저자에 의하면 샨카사라는 곳은 붓다가 33天에 올라가 아비달마(최상의 진리)를 설해 어머니 마야부인과 천신天神들을 교화하고 내려온 곳이다.(33천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일묵스님의 <윤회와 행복한 죽음>을 읽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불교의 정교한 구조를 만끽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붓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은 대장장이 춘다가 공양供養한 돼지고기 때문이다. 그러나 붓다가 춘다의 공양 3개월 전에 아난다에게 이미 입적入寂을 일러준 바 있기에 춘다의 공양을 붓다 입적의 원인이라 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썼다.(붓다는 북방불교권과는 다르게 고기를 드셨던 분이다. 지금도 남방불교권은 육식을 금하지 않는다. 다만 육식이 건강에 이로울 게 별로 없기 때문이겠지만 장려하지도 않는다. 불교에서 육식을 금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육식에 대한 지나친 죄악감 역시 하나의 집착이라 설說한 이자랑 교수 같은 분의 이야기는 들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붓다에게는 두 번의 중요한 공양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극단적인 고행을 끝낸 뒤 수자타라는 여인에게서 받은 우유죽 공양이고 또 하나는 바로 이 대장장이 춘다의 돼지고기 공양이다. “춘다의 공양에 힘입어 번뇌의 잔재가 없는 완전한 니르바나(nirvana, 닙빠나,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251쪽)는 것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열반에 들자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가 흰 색으로 변했다 하여 학림鶴林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그러나 학림學林이라 쓰는 곳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를 통해 붓다가 우리에게 알려준 진리는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등의 가르침이다.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가 지향한 바는 신심信心을 제고하는 데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혁명가 붓다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인도에서의 불교 쇠락에 대해서까지 파고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까지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인도에서의 불교 쇠락에 대해 알려면 호사카 순지(保坂俊司)의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 같은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는 잘 구성된 책이다. 불교 신자가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법향法香을 느끼게 하는 수작이라 해야 옳다. 이제 앞서 이야기 한 비교 감상을 위해 어떤 저자의 책을 읽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게 해준 이학종 기자님께 감사를 전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치자꽃근처'님은?
책은 우리에게 지적 선구자들의 귀한 지혜를 알려주는 스승입니다. 또한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더하게 하는 연인 같은 존재입니다. 요즘 바흐의 음악과 명상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있습니다. 도서관 가는 길에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잎들의 겸허한 귀향을 보는 것도 제 일상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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