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시절> -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조지 오웰, <바머시절>, 열린책들, 2010

 


1920년대 중반, 영국의 식민지 버마. 조지오웰의 <버마시절>은 영국에 기생해 권력을 휘두르고,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 새로운 음모를 꾸미는 하급 치안 판사 ‘우 포 킨’으로부터  시작된다. 개발을 통한 문명화의 논리로 영국의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원주민 의사 베라스와미, 이를 부인하며 영국 제국주의의 본질은 사실상 세계 평화를 위한 희생이 아닌 강탈을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플로리. 이 둘 모두는 우 포 킨이 식민지 권력의 핵심인 유럽인 클럽에 들어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 희생의 제물로 선택된 인물이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오 포 킨의 사악한 계획은 성공으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아이러니, 피지배자의 희생의 제물이 돼버린 지배자의 예정된 파멸. 게임의 승패는 결정났지만, 승자와 패자 그 누구도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결말.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 그리고 권력을 향한 맹목이 낳은 비극.

<버마시절>은 조지 오웰이 1922년부터 1927년까지 버마에서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오리엔탈리즘의 입장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식민주의자들이 문명화라는 논리로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억압하는 제국주의의 불합리함을 여실히 보여주며, 이와 함께 이러한 정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면서도 단호하게 이를 끊어내거나 맞서 투쟁하지 못하는 나약한 한 인간(플로리)의 내면적 고뇌와 절망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한 인간과 제국주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사이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자살이라는 결말로 이어진다. 플로리의 ‘버마시절’은 끝이 났고, <버마시절>의 이야기 또한 끝이 났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그간 인류의 역사에 수많은 비극을 새겨 넣은 인종적 편협함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문명이라는 독단적 입장으로 문명화되지 않은 것들의 가치가 매겨지고 있으니. 게다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부와 권력 그 어느 것에 있어서도 만족을 모르지 않던가.

결국 모든 비극은 자기 본위 대로 매겨진 우월의 가치가, 차이의 단순함을 지우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것을 채우고 지키기 위해 버려진 것들이 타인의 비극, 혹은 인류의 비극을 지속시킨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부와 권력을 얻고 승리감에 도취된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가 얻기 위해 버린 것이 정작 '인간다움'일지 모르며, 그러므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결말 또한 비극이라는 것을.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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