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JUDE, YESTERDAY] - 우주를 가로지른 교감

 

카즈히토 야마시타, [HEY JUDE, YESTERDAY], C&L, 2006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것

새로이 창작된 예술작품이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으려면 오랜 시간과 그에 비례하는, 수많은 비평들을 이겨낼 수 있는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 당대의 트렌드를 대표함과 동시에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도 버림받지 않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갖춘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비틀즈의 열풍은 20세기 음악산업을 뒤흔들어 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 영향력은, 여기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데뷔한 지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느끼고 있는 중’이 아니던가. 오죽하면 ‘너무나도’ 유명해진 탓에 한때 영미권 팝을 좀 듣는다고 자부하던 사람들 사이에선 외려 비틀즈를 좋아하는 것이 한 단계 수준 낮은(?) 취향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거기에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리메이크 된 「Let it be」나 「Yesterday」같은 대 히트곡과 수많은 패러디 앨범 재킷을 만들어낸 『Abby Road』앨범까지, 그들의 모든 것,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적의 손가락

일본의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는 기타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연주자이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처럼 오케스트라버전 자체의 난이도부터가 ‘장난이 아닌’ 작품들만 골라서 기타로 녹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관현악곡의 다양하고 색채적인 면모를 기타에 100%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야마시타는 소름끼칠 정도로 섬세한 다이내믹의 표현과 곡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타 연주의 새로운 장을 열었었다.

그런 그가 비틀즈 음악에도 손을 댔다. 야마시타는 1999년에 녹음한『Hey Jude, Yesterday』음반에서「Love me do」부터「Across the universe」까지, 2장의 CD에 나눠 담긴 비틀즈의 36곡을 기타로 거침없이 퉁겨 내려간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미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기타에 옮겨봤던 야마시타는 이 4인조 밴드의 디테일한 표현까지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다. 서른여섯 곡의 트랙 배치 역시 치밀하게 짜여있다. 내지에도 실려 있듯이 비틀즈의 데뷔 앨범인『Please please Me』에 실린 세 곡을 시작으로 7년여의 시간동안 그들이 발표한 주옥같은 음악들을 시대 순으로 훑어 내려간다.


 


 

루시와 쥬드의 손을 잡고 우주를 가로질러 어제의 페니 레인으로

 

야마시타가 진정 훌륭한 아티스트인 이유는 그의 음색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단순히 손가락만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적 테크니션들 보다 훨씬 섬세하게 음의 빛깔을 캐치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원시원한 ‘통기타 사운드’부터 세련미 넘치는 고독감을 표현하는 클래식 기타의 소리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특히「Penny Lane」에서는 기타소리가 지닌 흥겨움과 고독의 양면성을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비틀즈가 자신들의 고향인 리버풀에 있는 거리 '페니레인'의 추억을 노래한 이 곡에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있다. -내 생각이지만 이미 세계 정상에 서 있던 그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노래했기 때문이 아닐까- 야마시타의 기타는 각 악기 섹션의 소리를 모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미묘한 분위기까지도 포착해낸다. 원곡에서의 트럼펫 솔로를 표현하는 기타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애틋하고, 페니레인의 이발사와 소방관을 목놓아 부르던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릴 적의 노래처럼 소박하고 정겹다.

속주(速奏)의 맛을 제대로 살린「Lady Madonna」도 훌륭하고「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역시 훌륭하다. 특히 CD2의 후반부를 장식하는「I will」,「Hey Jude」,「Let it be」「Across the universe」의 네 곡은 원래부터 기타 독주의 소리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어쩌면 굉장히 널리 알려진 곡들이라 새삼스럽게 우선순위로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마시타의 연주가 주는 따스함과 소박함을 가장 크게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보기를 권한다. 비틀즈와 야마시타, 두 예술가가 우주를 가로질러(Across the universe) 나누는 음악적 교감을....


 

 
<작곡가 미상, 가즈히토 야마시타 편곡>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박현준'님은?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으며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어정쩡한 신분의 삶을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남의 연주에 대해 끼적이는 걸 좋아하면서도 음악을 공부하며 생긴 어정쩡한 동업자 정신 탓에 나쁜 연주를 나쁜 연주라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암튼 정체가 수상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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