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 화양연화> - 소리는 기억을, 기억은 다시 감정을 데리고 온다



 

 

 


# 1. In The Mood

좁은 골목을 홀로 걸어가는 것.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은 세계 속에서, 나에게 허락된 아주 일부분의 공간을 오고가는 것. 그게 인생일지 모른다.

내가 차지할 수 있는 세계는 내 육체의 부피, 꼭 그 만큼에 지나지 않으니, 그 육체의 사라지지 않는 표면이 나와 나 아닌 것을 나누어, 나는 언제나 나이게 하고, 나 아닌 것이 될 수 없게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인생은, 육체의 표면 안에 갇힌 고립감을 견디며 홀로 걸어야 하는 매순간의 고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걸음마다 따라붙는 긴 그림자의 쓸쓸함은, 그래서 인생의 고독을 떠오르게 한다.
 

 
 

 
# 2. For Love

골목의 한 귀퉁이, 무심한 듯 빛을 쏟아내던 가로등이 있었고, 그 빛으로 드러난 고독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고독이 고독을 알아보는 뜨거운 순간이 있었다. 좁은 골목을 스치듯 지나가며, 홀로 걷는 육체의 설움을 고백하던 그때, 드디어 나는 ‘너’를 갖게 되었고, '우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순간’은 무능력할 따름이다.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그때, 거기’에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부질없이 영원을 탐하는 마음이 흐른다. 붙잡아두는 것 없이 모조리 흘려보내는 시간의 흐름을 외면하려 애써 몸부림도 쳐본다. 느슨해진 시간 안에서 찰나마저 촘촘하게 새겨 넣으려는 기억이 바로 그 몸부림이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의 배려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잔인함의 증거가 되기 일쑤이다. 모든 기억은 지나간 순간의 아쉬움만을 가지고, ‘지금, 여기’에 도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너를 알아보고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감각으로, 사라지지 않는 너와의 거리를 확인한다. 다시 한 번 고독을 마주한다. 우리 사이, 그 뜨거운 설렘을 만들어낸 것도 결국 그 거리였음을 지독히 알게 된다.

# 3. Yumeji's Theme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 거기’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다. 설렘이 먼저 오고 그 다음이 설움이다. 짧은 순간, 음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소리가 서로를 두드렸던 설렘을 닮았다면, 이 음에서 저 음으로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멜로디는 서러운 감정을 타고 북받쳐 흐르는 눈물을 닮았다. 그 소리 안에서, 두드림과 흐름이 함께 하는 걸 들으며, 설렘과 설움이 결국 고독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져 있음을 생각하는 건 지나친 감상일까. 

문득 찾아든 기억이 감정을 데리고 오면, 나는 ‘그때, 거기’에서, 나와 너 사이를 오고갔던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소리였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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