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지레 클럽, 9월 여름> - 뒤늦게 불타오른 슬픈 욕망의 노래

로사 몬테로,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푸른숲, 2010 
 

9월 여름. 뜨거운 햇살은 가셨지만 뒤늦은 열기가 몸을 들뜨게 하는 시간. 여름내 미처 펼쳐 보이지 못한 열정이 뒤늦게 꿈틀거리는 시간. 이제는 성업이던 과거를 추억으로 남긴 채 쓸쓸한 뒷거리 주점이 된 데지레 클럽 안에 사람들이 모인다. 과거의 망령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영화스런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여전히 장미빛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 여자가 남자를 아파트 창가에서 던져버렸다는 신문 기사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엽기적인 일을 가능케 한 것일까? 시간은 사건의 몇 주 전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나 찾는 뒷골목 술집 데지레 클럽. 그 곳엔 정체불명의 늙은이 포코와 유행 지난 볼레로를 부르는 여가수 벨라가 있다. 자기의 방에 틀어박혀 사는 못난 여자 안토니아가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향기로 여자들을 기억하는 남자 안토니오가 있다. 뒤늦은 여름의 열기 안에서 각자의 욕망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지나간 영광을 그저 기분 좋은 추억으로만 묻어두지 못하는 것일까. 왜 과거를 쫓다가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못한 채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일까. 왜 그 사실을 알면서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데지레 클럽, 9월 여름>은 비릿한 욕망과 결국 이루지 못한 꿈을 안은 채 추락하는 군상의 모습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어느 캐릭터 하나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읽는 내내 저 인물들은 왜 저렇게 사는 걸까, 하는 속말이 나온다. 그러나 불편함을 거둬내고 보면 사실 그들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점이 소설을 한층 비극적으로 만든다. 책을 읽는 우리 또한 앗차 하는 순간 그런 나락에 빠지고, 괴로운 결말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임에도 책에서 손을 떼기는 쉽지 않다. 조금의 실마리를 풀어둔 채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없으므로.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아감에도 여전히 희망을 붙잡고 사랑 타령을 하며 삶을 붙잡는 인물들의 의지가 마음을 울리기에. 결코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지만 그걸 갈구하는 인물들의 마음에 마음 한 켠이 쓰릴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누구도 이렇게 슬픈 삶은 살지 않기를. 그러나 그런 삶을 지양하기 위해, 지금 자신이 누리는 사랑을 느끼기 위해 한 번쯤 만나봄직한 소설이다. 단, 조금 늘어져도 상관없는 주말 오후에 읽으시기를.

오늘의 책을 리뷰한 '굼실이'님은?
잠시 책에서 커피로 외도를 탔지만 천생의 짝은 책뿐임을 깨닫고 조강지처에게 돌아온 여전히 철없는 이십대. 이 가을 책냄새로 뒤덮여 주변에 재밌는 책 몇 권 소개해주고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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