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머니> - 돈의 흐름을 느리게 그리고 쓸모 있게!


우디 타쉬, <슬로머니>, 서해문집, 2010 


교환가치의 목적으로 사용되던 돈은 어느 순간 축적의 대상이 되었고, 점차 소수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고도화되어 조금의 노력도 없이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돈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제 몸을 불리거나 소멸되는 것이다. 패스트머니라 불리는 이러한 돈의 흐름은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의 편중을 가속화시키며, 돈에 의한 예속을 부추기고 있다. 정신적인 가치보다 물질적인 가치가 인간을 지배하고, 돈으로 인해 목숨을 끊게 만든다. 그래서 전반적인 경제 수준은 올라가더라도 인간의 행복지수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우디 타쉬는 그의 저서 <슬로머니>에서 패스트 머니의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돈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땅, 먹을거리, 세상을 살리는 자본이라는 의미를 지닌 ‘슬로머니’는 지역농업지원사업에 투자되는 인내자본이자 자본주의를 거치며 그동안 거침없이 성장해온 ‘패스트머니’에 대한 대안이고 투자전략이다. 이는 일종의 ‘복원경제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파괴로써 새로운 것을 얻는 현재의 자본주의 방식을 탈피하여 자본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토지 비옥도를 높이고 각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돈을 너무 흔해빠진 탓에 어디서든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기계에 사용되는 윤활유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일하며 살아가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표출되는 우리의 소중한 뜻이 담긴 분야의 젖줄처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돈의 폭발적 자기 증식이라는 요청을 우선시해서는 안되며, 이제는 사회 내부의 파괴와 절박한 생태계 붕괴라는 긴급 과제를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한다.”
(136쪽)

이 책을 통해 가장 시급히 돌아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돈’에 대한 생각이다.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도록 일만하고 노년을 맞아야 하는 슬픈 현실이 대다수의 삶을 지배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평생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살지만, 결국 가족과 소원해지고 마지막 대출금을 갚기 전날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돈의 흐름을, 자본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주목하는 ‘땅’과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땅을 일구고 그로부터 나오는 생산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달로 1인당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갔다. 과도한 농약살포로 땅은 황폐화되고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사라지며 식량 자주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땅과 그로부터 나오는 먹을거리는 인간의 영원한 보고(寶庫)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이 진리를 잊는다면 인간은 땅으로부터 버림받고 말 것이다. 돈의 흐름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슬로머니의 제안은 그래서 반갑다. 슬로머니의 실현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슬로머니가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제안의 근본적인 이유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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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책만 보는 바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하나일 때보다는 여럿일 때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꽃다지처럼 살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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