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 조금씩 점점 더 가벼워질 수 있도록

헤더 구덴커프, <침묵의 무게>, 북캐슬, 2010


‘세상의 모든 딸들과 부모들에게’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세상의 모든 딸들과 부모들이 걱정할 만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요즘.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는 있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를 걱정하던 부모의 마음에 아이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의 불안과 염려가 더해졌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뉴스에 종종 등장할 때마다 딸 키우는 가족의 한숨이 한 번 더 깊어지고 만다. 핑크색 잠옷을 입고 뒤돌아 서 있는 표지의 아이, 그 가려진 얼굴이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신변을 대신하며 그 불안한 마음을 건드려 책장을 펼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두 소녀의 행방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헤더 구덴커프의 <침묵의 무게>는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룬 미스터리 가족 소설이다. 네 살 이후 말을 잃어버린 아이 칼리와 칼리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친구 페트라가 사라지고, 그 아이들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에 가려져 있던 가족사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과 아이들을 찾는 가족의 심정, 가족과 함께 한 과거의 기억들이 등장인물들 각각에게 할애된 장(章)에서 차례로 오고가며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 오빠 벤, 페트라의 부모인 마틴과 필다, 보안관 루이스, 그들 각각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과 그 기억을 담아내며, 사라진 아이가 남겨 놓은 가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칼리의 이야기만은 작가의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이는 밝혀지지 않은 가족사의 비밀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침묵의 이유’와 관련된 또 다른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실종된 아이의 행방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의 소리는 유예되고 침묵은 계속되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침묵의 이유’가 극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이 되는 것이다. 결국 가족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 그러나 쉽사리 말할 수 없는 것, 혹은 가족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들과 관련된 침묵이, 그리고 비밀이, 우리 또한 느끼고 있을지 모르는 가족 문제의 무게를 더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칼리의 침묵이, 그 침묵에 대한 안토니아의 침묵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더 무게를 더하며 그들을 짓누른다. 그러니 가족 사이의 문제들을 각자의 비밀로 남겨 놓고 침묵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무게를 안고 삶을 살아야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알게 되는 것의 두려움, 알게 됨으로써 지금까지의 가족이 더 이상 같은 가족일 수 없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침묵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침묵으로 가족을 지켜나가는 것은 이 책의 '칼리네'가 그랬던 것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실종이라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침묵의 무게>는 가족 안에 있는 우리가 조금씩 점점 더 가벼워져야 할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지켜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부시고 무너뜨리는 과정에서도 진정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가족의 의미'가 생겨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2
  1. 여 울 2010.08.09 15: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조금은 무겁운 느낌의 도서인듯하네요.
    아이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어떤 느낌을 표현 했을지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8.09 17:52 신고 address edit & del

      제목처럼, 그리 무게감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소설은 가정폭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그 폭력의 중심 혹은 주변에서 각 인물(가족 구성원)간의 감정의 흐름에 좀 더 중점을 둔 게 하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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