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과 함께 살기> - 사진 읽기, 삶 읽기

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 포토넷, 2010
 

삶읽기를 토대로 짜여진 이 책은 저자인 사진쟁이 최종규의 진솔하고 아름다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어학자보다  우리말 표현이 더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현실적이다. 그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삶에 대한 이야기 중 어느 것 하나를 설명하고 풀어가는 데에도 막힘이 없이 순우리말을 쓰고 있는데, 그동안 글을 쓴다며 외래어나 한자어를 마구 섞어 쓴 자신이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다.

사진에 관한 한 아는 것이 없는 내게도 사진을 어떻게 볼 것이고 어떻게 찍을 것이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깨우쳐 주는 소중한 책이다. 전국의 헌책방을 수십년 동안 순회하며 사 모은 수천권의 책으로 자신의 집에 사진책 도서관을 꾸미고, 넉넉치 않은 돈을 쪼개어 살면서도 단골 헌책방을 드나들며 희귀한 자료가 눈에 띄면 사 모으고, 그 속에서 사진에 대한 깨달음과 삶의 방식을 터득해 나가는 저자의 진솔한 의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인위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닌 그냥 눈에 보이고 나타내는 그대로, 꾸미거나 맞추지 않은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 서툴지만 이야기가 있고 내면의 숨소리가 들리는 사진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는 지침서라 할만한 책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십여개의 좋은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또 더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장만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짐짓 지난 날 그보다도 못한 사진기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온 것을 돌이켜 본다. 그러나 좋은 사진기로는 인위적이고 틀에 맞춰진 사진을 잘 찍을 수는 있지만 이는 수단에 불과할 뿐 결국은 자신이 늘 휴대하고 다니는 사진기로 순간순간을 얼마나 솔직하게 담아내는지, 사진과 더불어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과 눈물을 쏟아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 아는 만큼 본다지만 사는 만큼 본다고 봐야 맞다고 느낍니다. 내가 살려고 하는 만큼 느끼며 보는구나 싶습니다. 내가 살아가려는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사진감이 나오고 사진 작품이 나온다고 느낍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인천 배다리 골목동네에서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를 2007년부터 열고 1인 잡지 (우리말과 헌책방)을 써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책은 헌책이다' '헌책방에서 보낸1년' '자전거와 함께 살기' '책 흘림길에서' '생각하는 글쓰기'를 펴내기도 한 저자는 1998년부터는 헌책방을, 2005년부터는 자전거를 사진으로 담는 한편 2007년부터 인천 골목길을, 2008년부터는 딸아이 사름벼리를 사진으로 담고 있다. 또한 그 외에도 '우리 말글 살찌우며 국어사전 엮는 일' 곁달아 '책 이야기와 헌책방 이야기'를 써서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띄우고 있다. cafe.naver.com/ingol에 인천 골목길 사진을 올리고 있으며, cafe.naver.com/hbooks에 책과 우리말과 헌책방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웬만한 곳에서 헌 책방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청계천 5가 평화시장 1층은 헌책방 수백개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는가 하면, 인사동엔 고서를 파는 헌책방이 심심찮게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헌 책방이 있던 자리에 술집과 옷가게, 밥집이 생겨 났으며, 헌 책을 찾는 사람 뿐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조차 줄어든 실정이 되고 말았다. 예전엔 책을 사 볼 형편이 안돼서 책방 근처를 어슬렁거리거나 어쩌다가 책을 손에 잡아도 눈요기만 하다가 돌아 오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같은 책에 대한 애뜻함과 소중함이 많이 사라진 듯 하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헌 책방을 뒤지며 사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살찌우고 알리는 일에 혼신을 쏟고 있는 자연인이 있다는 사실에 떨리는 마음과 더불어 행복한 마음이 밀려 오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청소년을 푸름이라 부르는 그의 우리말 표현법은 이 책의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런만큼 쉽게 친해지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함께 편안하고 재미있으며 즐겁게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진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신선한 충격에 사로 잡히게 한다. 특히, 사진 하나도 깨지지 않게 보이기 위한 출판사의 특별한 제본과 편집이 이 책의 내용과 의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팬더곰'님은?
강원도 평창에서 시를 쓰는 촌놈입니다. 들꽃세상을 꿈꾸며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순수한 영혼들이 빛나는 자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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