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탄생> - 모성과 성성(sexuality)은 하나다.

세라 블래퍼 허디, <어머니의 탄생>, 사이언스북스, 2010

 

자연선택은 좋은 습관일까? 나쁜 습관일까? 진화의 관점에서 적자생존은 허버트 스펜서가 말한 대로 “최고의, 그리고 가장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자의 생존”을 의미했다. 이를 다윈은 당시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된 개체들이 살아남아 번식하며, 자신이 소유한 속성들을 미래세대에게 전수한다고 했다. 겉만 보면 자연선택은 좋은 습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자연주의적 오류에 불과하다. 즉, 자연의 세계에서 미래세대에게 전수한다는 것은 ‘수컷 간의 경쟁’을 의미하고, 이와는 달리 암컷은 다산(多産)의 연옥, 모성과 동일시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라 블래퍼 허디는 <어머니의 탄생(Mother Nature)>에서 자연선택을 ‘나쁜 습관을 노부인’이라고 했다. 이것이 결국 이 책의 제목인 Mother Nature(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어머니 대자연) 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성은 생산하며 여성은 재생산 할 뿐’이라는 스펜서식의 정당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이 어머니가 된다는 모성이라는 본질주의는 시몬드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지적했듯 ‘그녀는 자궁이고 난소다. 그녀는 암컷’이라는 의미이다. 

생물학적으로 모성은 임신과 출산을 말한다. 그러나 부모투자와 성선택에서 보면 모성은 양육으로 확대된다. 자식의 생존 가능성을 위해 부모투자는 불평등하다. 수컷에 비해 암컷이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그리고 적게 투자하는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수컷은 암컷 및 새끼를 희생시킨다. 반면에 암컷은 자기희생을 한다. 그래서 모성하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 보편적인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모성에 대해 매우 놀랍고도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들에게 순수하고 희생적인 이미지인 모성이 정작 자연세계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랑구르원숭이를 관찰한 것을 토대로 보여주고 있다. 랑구르의 수컷은 영아 살해를 하며 암컷은 자신의 새끼를 죽인 바로 그 수컷과 함께 번식한다. 이러한 랑구르의 성선택은 한 종의 집단선택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개체선택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암컷의 짝 선택에서 비롯된다.

이제까지 암컷의 짝 선택은 모성의 이미지와 연관되고, 이러한 맥락에서 모성은 생명우선론(pro-life)으로, 암컷의 야망은 선택우선론(pro-choice)으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암컷의 번식 성공은 태어나는 새끼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개체가 살아남아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모성이든 야망이든 간에 성(性)은 더 이상 암컷의 운명이 아니다. 암컷의 진짜 운명은 다름 아닌 수유(授乳)이다. 오직 수유만이 암컷의 성 특징적인 것이다. 

암컷은 수유를 통해 두 가지 호르몬으로 영향을 받는다. 하나는 프로락틴이다. 프로락틴은 스트레스 호르몬 혹은 부모 역할 호르몬으로 불린다. 다른 하나는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어미와 자식 간의 만족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암컷의 수유가 단순히 생리적인 것은 아니다. 암컷의 수유 효과는 사회적 관계를 촉진시킨다. 결국 수유는 ‘사회적이고 지능적인 동물들의 진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동정심의 능력을 진화시킨 모든 개체들의 운명을 형성’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러면 모성은 본능일까? 아닐까? 본능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생물학 기초도 갖지 않는 ‘증여된 선물’일까? 일찍이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에서 인간의 본성은 백지(白紙)와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 본성이라는 종이는 단 한 번도 백지였던 적이 없다’고 했던 해밀턴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다시 말하면 ‘각인된 백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볼비의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을 설명하고, 에인즈워스의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입장을 확고히 한다. 낯선 상황에서 아기들은 ‘불안/양가적, 불안/회피’ 그리고 불안 애착으로 불리는 ‘무질서/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모성은 지뢰밭이라고 했다. 첫째 모성은 자기희생적적이라는 통념적인 기대와 항상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모성의 행동은 논쟁거리다. 만약 모성이 에로틱한 성적 감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면 비난받기 일쑤다. 하지만 저자는 모성과 성성(sexuality)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즉 ‘성애 행위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오르가슴 수축을 모성적인 것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吾友我’ 님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좋아하고 버스보다 전철을 좋아하고 집보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독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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