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Buenos Aires Querido> - 탱고의 기원과 카를로스 가르델

다니엘 바렌보임, <Mi Buenos Aires Querido: Tangos Among Friends>, TELDEC, 1999
 

탱고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쿠바 전통음악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의 하바네라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민간 유럽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아르헨티나는 제3세계 국가 중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한꺼번에 성취한 보기 드문 나라이기도 하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로 왔고, 이탈리아 소년이 대서양을 건너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엄마 찾아 삼만리> 또한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들어오던 보까 항구는 탱고의 고향이 되었고, 힘든 이민생활의 희망과 슬픔은 탱고 음악의 밑바닥을 흐르는 정서로 승화됐다. 또한 탱고는 남성들의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당시 보까는 남성 인구가 여성의 200배에 달했다. 보까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멋있어 보이기 위해, 혹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거리에서 탱고를 연습했다.

만약 탱고가 가난한 사람들의 슬픔만을 달래주는 음악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력권을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에는 항구 사람이라는 뜻의 '포르테뇨'라는 말이 있다. 비록 가난할지라도 밤이 되면 고급 셔츠와 양복을 입고, 실크 손수건과 중절모로 치장한 채 신사로 변신하는 사람, 밀롱가에서 우아한 매너와 춤 솜씨로 새벽까지 탱고를 즐기는 사람, 탱고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 그야말로 '최첨단의 유행과 매력을 갖춘 멋쟁이 항구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이렇듯 탱고는 인생의 슬픔과 스노비즘이 기묘하게 얽힌 정서를 갖고 있다. 


 

클래식 탱고는 일반적인 박자로 잘 구분되지 않는다. 2/4박자보다는 느리고 3/4박자보다 빠르다. 탱고 박자가 모호한 이유는 사람의 걷는 속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고탄 프로젝트바호폰도 탱고 클럽 등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구사하는 그룹이 탱고 장르의 계승자로 간주되는 이유도 이 박자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젊은 탱고 댄서들은 장르에 관계없이 음악을 탱고 박자로 나누어 춤을 추기도 한다.

탱고의 초기 형태인 2/4박자 곡은 ‘밀롱가’라고 불리우는데, 이 명칭의 기원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밀롱가에서 틀어주는 음악이 밀롱가, 밀롱가 틀어주는 장소도 밀롱가'라는 식으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탱고는 정해진 스텝이 없다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탱고는 리드와 팔로우에 따른 워킹으로 이루어지며, 팔로어는 스텝을 외우지 않고 전적으로 리드에 맞추어 걷는다. 그런데 두 사람이 2/4박자처럼 빠른 리듬에 맞추어 동시에 같이 걷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탱고만의 독특한 홀딩 자세, 즉 아브라소가 생겨났다. 'Abrazo', 즉 포옹한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탱고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유는 이러한 신체 접촉 때문이다. 


     
<카를로스 가르델, 1890.11 ~ 1935.6>  


19세기 후반부터 아르헨티나인의 희노애락을 달래던 탱고는 1910년 카를로스 가르델의 등장 이후 소위  '황금 시대'를 구가한다. 카를로스 가르델은 최초의 탱고 스타이자, 음탕한 춤곡으로 천대받던 탱고를 진지한  감상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인생의 슬픔과 깊이를 노래한 가사가 덧붙여지면서 탱고는 진지한 예술로 대접받게 되었다. 지금도 아르헨티나 밀롱가에서는 가르델의 음악을 틀지 않는다. 이 위대한 가수의 노래는 발이 아닌 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상류층들이 적극적으로 탱고를 받아들이자 그때까지 하층민들의 춤이라며 외면하던 아르헨티나에서 역수입 현상마저 벌어졌다. 당시 파리의 한 의상실에서 재고로 쌓여 골치를 썩이던 원단의 이름을 'Tango Color'라고 바꾸자 미친 듯이 팔려나갈 정도였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카바레는 가장 붐비는 곳이 되었고, 유럽으로 퍼져나간 탱고는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살롱 탱고로 발전한다. 볼룸 댄스의 본산지인 유럽에서 영향을 받은 탱고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스텝과 패턴을 발전시킨다. 아르헨티나에서도 푸글리에세, 카나로, 다미엔소, 트로일로, 카로 등의 위대한 탱고 뮤지션들이 등장했다. 이 농밀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재즈에 패퇴 당하기 전까지 세계의 중심지였던 유럽과 아르헨티나를 연결하는 문화로 군림했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오필리어'  님은?
주변인도 본인도 실명보다 ‘오필리어’라는 닉네임이 편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중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마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마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뒤 추출해 마시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근대 문인의 지식축적 과정으로 학위논문에 몰두하려 애쓰고 있으나 트위터에 엄청난 방해를 받고 있다. 주소는 http://twitter.com/ophellia99     


Trackback 0 Comment 4
  1. 빨간來福 2010.06.02 02: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주 흥미로운 포스팅이네요. 탱고가 사실 일반인이 접하기는 힘든 법인데, 리뷰하신분은 직접 배우기까지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6.08 16:47 신고 address edit & del

      저희 음반몰 MD분께서 심혈을 기울여 원고를 받으신 건데, 역시 내복님께서 알아주시네요.^^

      -현선 드림

  2. honeytoto 2010.07.21 00:37 address edit & del reply

    일렉트로 땅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바호폰도bajofondo가 8월 28일 서울 악스홀에서 공연을 한다네요^^
    기사에 보니 고탄gotan 프로젝트도 내년 3월에 2탄으로 올 예정이라는...

    • 반디앤루니스 2010.07.21 10:18 신고 address edit & del

      honeytoto님, 안녕하세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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