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4주 이슈와 추천도서] 어둠 속에 몸을 섞는 우리의 방법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지난 5월이 ‘가정의 달’이 주는 포근함을 잠시 접어두고, 이제  현대사의 아픈 기억, 그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5월 18일을 지나왔습니다. 그렇게 1980년 5월, 광주의 잊히지 않는 기억이 30년의 세월을 버텨내고 다시금 오늘을 사는 우리 앞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오늘에는 ‘두쪽으로 갈라진 5.18 30주년 기념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함께 하고 있네요. 지난 30년간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고, 그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수많은 생명들을 추모하기 위해 불려졌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식순에서 빠지고, 이러한 기념식에 보이콧을 선언한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18 단체 회원과 일부 정치인들이 제각기 다른 곳에서 기념식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듯 지난 역사에 대한 기념마저도 한 마음으로 해내지 못하는 게 또 오늘 우리가 마주해야 할 이 나라의 현실이겠죠.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바로 30년 전의 그날, 그 참혹한 역사의 기억을 다시 한 번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불러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공수부대가 무자비하게 저지른 살인적 '과잉진압'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5·18이 상식적인 시위진압을 넘어선 국가폭력임을 직감하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온 힘을 다해 추적해 왔다는 김영택의『5월 18일, 광주』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5·18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이 책은 박정희 독재정권과 12·12 사태, 신군부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5·18의 배경과 원인을 고찰하며, 주로 5·18 초기에 공수부대가 '과잉진압'이라는 이름 아래 전개한 국가폭력과 이에 맞선 광주시민들의 저항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5·18의 전개 과정, 조직과 지도자가 없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루어 낸 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아우또노미아』, 『미네르바의 촛불』의 저자인 조정환의『공통도시』은 광주민중항쟁 30년의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의 역사로 조명해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책은 2008년의 촛불봉기를 ‘제헌적 다중’이 발명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의 연속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30년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 역사이자 그에 대한 대항운동 30년의 역사로 읽고자 하며, 오늘날 80년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구축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전지구적 다중의 세계사적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80년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4·19혁명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르며 진행되어온 민주화운동” (도정일 외,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휴머니스트, 11쪽)에 대해 ‘다시’ 사유하는 것은 미래사회, 즉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 우리의 책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대한민국, 그 땅의 시간과 공간에 기입되어 있는 현대사의 면면을 꼼꼼히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텐데요. 특히, 특유의 입담과 역사적 맥락을 잡아주는 풍부한 사례와 해석으로 평면적인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살아 숨쉬는 입체적인 역사를 재탄생시키는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시리즈를 통해 격동의 ‘한국 현대사 30년사’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얼마 안 있으면 벌써 1주기를 맞게 되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남기고 간 흔적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는 6·2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시점, 다시 말해 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그가 생전에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의 꿈, 그 내일의 지도를 마저 그리고자 움직이기 시작한 참여정부 시절의 주요 인사들이 선거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 논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계획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노무현이 꿈꾼 나라: 대한민국 지식인들, 노무현의 질문에 답하다』와 노무현 시대의 성격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어, 6명의 사회과학자가 정치, 경제, 복지, 대미관계, 대북관계 등의 영역에 대한 다면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 『노무현과 포퓰리즘 시대: 386운동정치의 손익계산서』는 이러한 논의의 과정에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6.2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기에 치러지기 때문에 현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와 함께 2012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여야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게다가 이 선거가 전.현 정권간의 대결구도로 흐르고 있어 여당은 `노풍'(盧風)의 부활을 막고, 야당은 현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런 정치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선거를 준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나라의 주인인 우리, 유권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6·2 지방선거를 보름 앞에 둔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지나온 역사에 대한 성찰, 즉 돌아봄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로부터 다시 내일을 위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운동의 성과에도 2008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어째서 그토록 빠르게, 쉽게, 어이없이 후퇴와 퇴행과 반전을 강요받게 되었는가? 4·19혁명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르며 진행되어온 민주화운동이 모든 영역에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더 나은 사회, 더 품위 있는 사회, 더 정의로운 사회로 바꾸는 데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 

[…] 위의 질문들은 무엇보다도 50년 민주화운동의 근원적인 실패 지점과 미완의 부분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며,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우리 사회의 대과제를 짊어지게 될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기획과 설계와 전략이 요구되는가를 생각해보는 문제, 곧 전망과 모색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다. 

[…] 4.19혁멍 50주년, 부마항쟁 31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6월민주항쟁 23주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그 항쟁의 기억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소환하고 우리 자신을 향해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

-도정일,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11-14쪽 

따라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위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 시대 대표 지식인 12명(김상봉, 김종철, 김찬호, 도정일, 박명림, 박원순, 오연호, 우석훈, 정희진, 진중권, 한홍구, 홍성욱)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를 여는 첫 단추로서, 그런 세계를 향한 상상력의 전제인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6월 2일, 지방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들, 혹은 그날을 그저 쉬는 날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모두는 사실, 앞으로 그려나갈 민주주의의 그림에 이미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과거가 오늘의 현재를 만든 것이며, 또 모두의 현재가 또 다른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겠죠. 말하자면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해 갖고 있는 국민 개개인의 다양한 생각들은 이 나라가 지나온 시간들의 흔적에 다름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50년 민주화운동의 근원적인 실패 지점과 미완의 부분”이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선거에 대한 기대가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결국 무관심과 방관으로 이어졌을 많은 분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는 그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아야 하는 희망을, 그것의 실현을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인 차창룡은 “인간의 갈망을 죽이는 데 성공한 자는 없다”고 강조해 말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간 영원히 촛불을 켤 수 없다”고, 그러니 “촛불을 켤 수 없다면 어둠 속에 몸을 섞자”고 제안합니다.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비가 와도 우산 없다 걱정하지 말자
이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다
몇 줌 흙으로도 시퍼런 바위틈 소나무를 보라
아파트 장만할 때까지 혼인을 미루지 말자

바람이 아직도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간
영원히 촛불을 켤 수 없다
촛불을 켤 수 없다면 어둠 속에 몸을 섞자

바다에선 태풍이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고 있지만
하늘에선 벼락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고 있지만
그래 봤자 인간에게 닥치는 최고 재난은 죽음
죽음 따위가 두려웠다면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으리

불행의 칼날이여 내 창자를 끊어 보아라
인간의 갈망을 죽이는 데 성공한 자는 없다
창자를 꽃목걸이처럼 목에다 걸고도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창룡, <벼랑 위의 사랑>, 민음사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바로 “촛불을 켤 수 없는 (그) 곳”, 그러므로 “어둠 속에 몸을 섞”어야 할 그 때가 아닐까요? 지금이 그때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그러므로’를 잇는 다음의 결론이 하나여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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