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주 이슈와 추천도서] 새들도 세상을 뜨지 않게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입니다.

살짝 봄을 건너뛴 듯한 5월의 공기가 새벽의 찬 기운과 한낮의 뜨거움을 번갈아 담아내는 요즘입니다. 분명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과거의 이맘때쯤과는 다른, 절기와 계절의 구분을 무색케 하는 날들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우리나라가 봄의 얼굴을 잊어버린 것인지, 우리가 봄의 얼굴을 잊지 말라고 아껴 보여주는 것인지 생각해보다, 새삼 이제껏 우리가 무엇을 해 왔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해보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나라의 곳곳에서는 ‘4대강살리기’가 한창입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힘주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4대강살리기’와 관련된 정보들(사업의 취지, 효과, 전문가 칼럼, 진행 현황 사진 등)은 따로 공들여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 바로가기)와 정책 블로그에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나날이 심각해지는 물부족, 만성적 홍수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하천을 건강한 문화생태공간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확정됐”으며,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4대강 살리기사업은 생태복원과 더불어 국민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다목적 녹색뉴딜 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지난 17일 조계사에서 열린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에서 수경스님은 정부를 강력 규탄하며, “현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은 국토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이명박의 난’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으며,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테러”, “4대강 개발과 같은 대규모 국토 파괴 행위는 생태계 교란이나 자연 훼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자 국토를 항구적인 인공의 상태로 바꾸는, 자연의 신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셨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살리’겠다고 말하는 그 『강이 살아있다』고 강조하는 최병성 목사는 4대강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는 등 수많은 자료의 분석을 토대로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정부의 주장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가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성태의 『생명의 강을 위하여』도 상세한 지도와 사진, 통계수치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지적하는가 하면, 이러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강 살리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 설정과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4대강 살리기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4대강 살리기사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바로가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에 더해 언제나 날선 비판의 시선으로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생태적 경제학의 틀로 한국 사회를 새롭게 조망하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이로부터 제기되는 생태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현 정부도 이러한 생태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4대강 살리기사업’의 핵심은 ‘녹색성장’ 혹은 ‘생태 복원’입니다. 그러나 이에 더해 정부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뉴딜정책’이라는 목표를 하나 더 추가합니다.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 잡기, 도랑치고 가재 잡기, 일석이조 전략이 되겠네요. 인간이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놓은 생태를 복원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뉴딜 정책, 그 두 마리의 토끼 모두 현재 우리사회가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른들 말씀에 너무 욕심을 내면 두 마리 토끼 다 놓치는 수가 있다고 했고, 지나고 보면 그 어른들 말씀이란 게 하나도 틀린 게 없더라는 겁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이즈음 해서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어려움을 넘어 궁극적으로 불가능을 말하는 책, 『생태혁명』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존 벨라니 포스터는 기본적으로 현재 인류가 처한 생태계의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필수불가결한 결과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생태혁명을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파괴한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복원하고 모든 인간과 토지를 함께 끌어안는 공동체적 신진대사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자본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생태혁명을 이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그의 주장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자본주의 문명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막이 남는다"라는 문구는 분명 경제발전이라는 한 마리 토끼만을 쫓아온 인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제껏 방치해 놓은 자연 혹은 생태계라는 또 다른 토끼의 생명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현재 정부가 추친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이겠죠.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일,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반대활동을 벌여온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습습니다. 이는 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해온 환경.종교단체와 언론매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4대강 사업 추진과 관련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공식 요청한 것인데요. 이같은 발표에서 추진본부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민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이번 공개토론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놓고 국민적 참여와 소통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민적 참여와 소통을 위한 공개토론회. 참 좋은 말들의 모임이네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그 정책의 이모저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태도. 그러나 말은 그저 말에 불과할 뿐, 좋은 말들의 의미를 현실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겠죠. 그렇게  2010년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눈앞에 벌어지는 이러저러한 일들을 보며, 억압적이고 암울했던 지난 시대를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절망과 좌절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길 바라봅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영화(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지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Human & Books, 2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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