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4주 이슈와 추천도서]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입니다.

여러분, 혹시 알고 계신가요? 나라 전체가 천안함 침몰 사고로 잠겨 있었던 지난 4월 6일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일을요. 혹은 이 법률 안이 촉발시킨 사회 각계의 여러 움직임들, 즉 이 개정안에 나오자 일제히 반대성명을 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연대’나 ‘다음 아고라’와 ‘트위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이미 5만여 명이 참여했다는) 반대서명,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명 글 등.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주요 언론 매체들에 주목 한 번 받지 못한 채, 오늘 우리의 현실에 포함되고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오해의 골 깊어가는 의료 민영화 논란”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 의료 민영화 논란, 진실 혹은 거짓

개정안 입법과 이에 저항하는 이들 사이의 “오해의 골”을 깊어가게 만들고 있는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 기술지원만 가능,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는 불법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보건복지부 입장

 개정안 반대 입장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취약지역 거주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 통신업체와 연계한 병원경영지원회사 등장과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한 재벌병원들의  의료 독과점화라는 가능성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는 주차장/장례식장/노인의료복지시설/음식점업 등에 한정,

의료기관에 외부 자본투자가 불가능, 의료기관의 수익은 모두 의료업에 재투자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
(구매/재무/직원교육 등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가)

보건복지부 입장

개정안 반대 입장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은 직영형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며,

이는 영리병원과 관련이 없고 병원경영의 노하우만 다른 병원에 전수해 주는 것

병원경영지원회사의 자본유치와 이익금 배분이 가능하게 되면,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병원경영지원사업을 통해 자본의 전출입이 가능하게 되고, 이는 곧 영리병원 도입과 같은 효과를 발생, 민간의료보험의 지분참여를 통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해체 단계로까지 발전할 가능성


의료법인 간 합병 절차 마련

보건복지부 입장

개정안 반대 입장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법인 합병은 의료법인과 의료법인간의 합병만을 의미,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대부분 학교법인 또는 특수법인(국립대병원)으로 의료법인과의 합병은 불가능,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며 의료법인간 합병을 위해서는 해당 법인 이사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일방적인 주식 매수 등을 통해 법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지는 상법상 법인간의 적대적 M&A와는 그 성격이 다름 현행법상 의료법인이 파산하여 해산할 경우, 그 재산은 전부 국가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으나 의료법 51조 개정안에 나온대로 의료법인의 합병허용은 의료기관의 몸집 불리기를 허용하는 것으로 거대자본의 힘을 가진 의료기관의 독점이 가속화될 것

게다가 4월 19일 CBS 노컷뉴스가 단독보도한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방침에 관한 기사 는 이러한 의료민영화 논란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노컷뉴스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영리병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는데요. 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8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다 의료산업 육성을 내세우는 기획재정부와 국민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건복지부가 마찰을 빚어 왔”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신중한 검토를 지시했고, 4달 만에 영리병원제 도입으로 방침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이로써, “정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영리병원 도입을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2008년 우리나라에 개봉해 여러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미국 영화, <식코>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부조리적 폐해의 충격적인 이면을 폭로하고, 수익논리에 사로잡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진실은 돈 없고 병력이 있는 환자를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여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이와 관련하여『의료 민영화 논쟁과 한국 의료의 미래』는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이 처해 있는 문제적 상황을 진단하고, 의료를 돈벌이,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를 파악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의료민영화와 의료공공성 강화, 의료 관련 문제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이와 같은 우리나라 의료민영화 논쟁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 정책 길라잡이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의료 사유화의 불편한 진실』은 “미국 발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전 지구적 경제 위기가 신자유주의의 사망 징후로 읽히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의료 사유화 담론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여, 민영화 혹은 사유화 반대라는 당위적인 선언 뿐 아니라, 이런 흐름이 한국 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분석해주고, 이를 통해 의료 공공성과 건강 형평성이라는 침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권리를 확인시켜주고자 합니다. 

“의료의 목적은 건강이지 돈벌이가 아닙니다. 돈이 없어 치료받을 수 없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동의해야 하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료가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본디 사람과 사회를 위해 경제가 있는 것인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경제를 위해 사람과 사회가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살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뒤집힌 가치 속에서 의료의 목적 또한 건강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돈벌이나 이윤 추구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 책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다른 게 아닙니다.” 

- 홍세화,「의료의 목적은 건강이지 돈벌이가 아니다」

■ ‘자유’와 ‘평등’의 줄다리기, 그러므로 불안한 우리의 삶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단 의료민영화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불안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결국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러니 보건 복지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 글이 무색하게 의료 민영화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겠죠. 이러한 맥락에서 페터 울리히의 『신자유주의시대 경제윤리』는 탈규제화와 탈경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그것의 동력인 신자유주의적 이성의 허구성을 파헤치고 대안으로서의 경제윤리가 무엇인지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그의 논의가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효율성과 자유 등, 현대경제의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영리병원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시점인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사회의 화두는 다름 아닌 ‘복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현재 현실적인 삶을 살아나가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정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경쟁과 효율성보다 평등의 이념을 실현한다는 ‘복지’가 각 정당들의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노인복지” 등의 공약으로 앞다퉈 등장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와 관련하여, 최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낸 두 권의 책,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와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부탁해』는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불안한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이것이 비단 의료민영화에 대한 저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져야 함을 시사해줍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유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 확충을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도발적인 의제를 내놓았는데요. 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최소한 삶을 보장하는 시혜적·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복지를 적극적·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복지국가의 원리인 4가지, 즉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출생에서 사망까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강화를 가져오는 적극적 복지, 공정한 기업질서와 연대적 조세제도 등 공정한 경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노동의 유연 안정화 같은 혁신적 경제 등을 제안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경향과의 만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제주대 교수)

그렇게 현 정부에서는 언제나 ‘자유’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던 ‘자유’와 ‘평등’의 줄다리기를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는 우리가, 오늘은 그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의 좌절과 소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부디 CBS의 보도가 오보이길, 의료 민영화 논란이 오해로 끝나길, 그래서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라는 문구가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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