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추천도서] 공부에도 신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북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입니다.

이제 겨우내 우리를 움츠리게 했던 차디찬 공기는 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올 시기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겨울의 아침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밤새 온기를 지켜주었던 이불을 밀쳐내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일 텐데요. 이불을 걷어낸 후의 오싹함을 생각하면 쉬이 일어나지지 않으니, 아침형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은 자연히 내일 또 내일로 미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된 후에도 지난해의 습관에 우리를 묶어두었던 겨울은 이제, 한 시절을 끝맺음하는 졸업식과 함께 시작의 의례인 봄날의 입학식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유종의 미'를 잃어버린 '나체 졸업식 뒷풀이' 

시작을 눈앞에 둔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끝맺음일 텐데요. 그래서 다들 ‘유종의 미’라는 말을 강조하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유종의 미’와는 거리가 먼 중학생들의 ‘나체 졸업식 뒷풀이’이라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의 모 중학교 학생들이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벗기고 괴롭히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가 하면, 전라로 거리를 활보하는 등 막장 졸업식 뒤풀이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뒤풀이 문화가 전국 각지(충북 청주, 부산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졸업식에서 서로에게 밀가루를 뿌리는 등의 뒷풀이 문화는 있어 왔지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기존 사회의 윤리적 규범에 균열을 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심리학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수치심의 역사

이 사건과 관련해서 더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나체 뒷풀이’가 이처럼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 스스로 불특정다수가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은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현실적 삶에 있어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을 벌일 수 있게 만드는 인터넷, 즉 가상공간의 특징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형성되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심리적 고찰을 다룬 패트리샤 월리스의 『인터넷 심리학』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우리가 행동하는 양식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그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또한 웹 2.0 기술이 문화적 규범과 도덕적 가치 등의 전통문화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앤드류 킨의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은 전통적인 주류 미디어가 개인화된 미디어로 대체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뉴스와 정보, 문화를 찾기 보다는 그것을 사용하여 스스로가 뉴스와 정보, 문화가 되려고 하는 네티즌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게다가 전통적 규범과 윤리의 범주를 벗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듯한 많은 이들의 행동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본질이 무엇이며, 변화한 시대에 수치심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장끌로드볼로뉴의 『수치심의 역사』라는 책으로 우리의 관심을 이끕니다.  

또한 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청소년들 중 일부는 마치 폭군이라도 된 것 마냥 폭력을 이용해 또래 아이들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며, 이와 같은 자신의 권력과 지배의 결과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공부의 신’들만이 주목받는 현재의 교육 현장에서 그릇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회수와 댓글로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게 하는 인터넷의 환경적 특수성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정보들이 필요해진 인터넷의 상황은 이러한 사건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건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교육현실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학교의 성적으로만 자신의 존재와 가치가를 평가받는 아이들은, 공부를 아주 잘 해서 명문대를 가거나, 외모가 아주 준수해서 얼짱이 되지 않는 한, 학교나 사회 어디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어떤 아이들은 마치 기성세대가 그런 것처럼 폭력과 권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교복이라는 유니폼은 그들을 별 볼 일 없이 만드는 학교의 상징적인 기표에 불과하며, 교복을 칼로 찢거나 심한 경우에 교복을 벗어버리는 행동은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의 극단적인 표현방식이 아닐까요? 

'공신돌', '공부의 신'과 '아이돌'이 만났을 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공부의 신>은 이와 같은 우리사회의 현실을 함축하고 있는 흥미로운 텍스트입니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나라의 청소년이 타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공부의 신’ 아니면 ‘얼짱(혹은 아이돌)’ 그것도 아니면 싸움 잘하는 ‘일진(일짱)’ 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부도 못하고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천하대’라는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성공담은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 아이들 대부분(유승호, 티아라의 지연, 고아라 등)은 외모 또한 출중한 ‘아이돌’입니다. 그러니 ‘공부의 신’과 ‘아이돌’을 합성해 만든 ‘공신돌’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오늘날 청소년들이 지향하는 이상과 욕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드라마가 주목받는 것은 현실에서는 사교육 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을 진짜 ‘공부의 신’들이 공교육의 현장으로 들어와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비법을 공짜로 전수해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 이로 인해 생겨나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청소년들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스트레스 등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교육 개혁을 주창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누구 한 사람이 들고 일어난다고 해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죠.

따라서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와 함께 그들에게 공부 방법을 자문해주었다는 강성태(외)의 『공부의 神』뿐만 아니라 핀란드 교육 정책을 담고 있는 다수의 책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는 서점가의 현실은 교육과 관련된 모순된 욕망(1등이 되고 싶기도 하고, 1등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기도 한)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잘 자란 유승호의 외모에 감탄하거나, 드라마에 나온 비법 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인기가 표면화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청소년들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굿바이 사교육 핀란드 교육혁명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굿바이 사교육』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최한 시민 아카데미(일명 ‘등대지기 학교’)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중요한 것은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에 주눅 들지 않는 아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아이,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아이로 자녀를 키우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녀 영어교육법, 스스로 공부법부터 입시제도의 흐름을 읽는 방법까지 교육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또한 『핀란드 교육혁명』은 핀란드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각에서 핀란드 교육을 살피고 소개하는 국내 저서가 없었던 상황에서, ‘한국교육네트워크’가 직접 핀란드 교육 현장을 탐방하여 그 내용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담아낸 책입니다. 또한 ‘학교붕괴’와 ‘교육이민’이라는 교육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곤 하는 ‘대안학교’에 대해,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책은 저자가 발로 취재한 국내외 대안학교들의 실태와 대안학교 운영자들이 겪는 생생한 고민 그리고 해결과정을 보여주며, 대안학교를 둘러싼 교육적 법률적 쟁점의 분석과 동시에 우리 앞에 놓인 과제와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神)은 인간의 유한성과 한계를 위로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의 현실적인 삶을 위해 존재하는 ‘공부’에 있어서도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있는 신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에도 신이 필요한 사회, 공부와 외모를 향한 청소년들의 획일적 욕망,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존재 확인을 위해 벌어지는 폭력 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요즘 젊은 애들은 못 써”라는 비난과 탄식이 아니라 뼈아픈 자각과 자기반성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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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2 18: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3.02 18:57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는 저녁 식사 아직입니다.ㅠㅠ
      이제 얼렁 집에 가서 뭐라도 먹어야 겠어요. 배고파서 소도 때려잡겠다는,ㅋㅋ

      서울도 다시 추워졌답니다. 봄기운을 살랑살랑 보내주는 듯 하더니만,, 선아님 얼른 감기 나으시고, 저녁 식사도 맛나게 하세요~~^ㅇ^

      -현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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