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책 No.16] 삼박자를 고루 갖춘 나는야 독서가!(이코이코님)

12월 22일. 오늘은 날씨가 아주 훈훈합니다. 어제보다 가볍게 입은 옷 사이로 불어 들어오는 날카롭지 않은 겨울바람. ‘아, 겨울바람도 따뜻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반디 가족 여러분은 오늘 어떠신가요? 나감책 16번째 함께할 주인공은 이코이코님이십니다. 아주 재밌어요! 정독, 정독, 고고씽! ~~~~~~~~~~~~~~/(^0^)/

2009년은 나에게 서른이라는 기분 나쁜 성장통을 안겨 주었다. 일도 사랑도 그 어떤 것 하나 든든하게 준비해 놓지 못한 나에게 서른은 즐거운 파티의 불청객과도 같았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서른은 어느덧 떠나보내기 아쉬운 숫자가 되어 있었다. 아 세월이여! 흠, 돌이켜보면 2009년이 나에게 나쁜 것만 안겨 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 2009년은 나에게 ‘독서가’ 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안겨 주기도 했다. 

2009년 나는 2008년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취미생활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책 읽기이다. 물론 2009년에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꾸준함이 부족했던 나에게 올 한 해 책 읽기는 그야말로 ‘꾸준히’, ‘열심히’, ‘성실히’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모범학생 같은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여기에 서평활동과 북 블로거들과의 교류는 책 읽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었다. 

올 3월부터 꾸준히 시작한 나의 책 읽기는 현재 72권 째에 달했으며 다독을 하시는 고수 독서가 분들께는 댈 것이 아니긴 하나 나 자신에게는 참 뿌듯한 독서량이다.

그간 독서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나는 이번 기회를 빌어 신간 위주의 책보다는 중도 포기한 책 또는 그때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책 혹은 읽어보고 싶었던 고전 위주로 읽어보기로 했다.

그 중 꼭 한 번 다시 읽겠다 마음먹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연금술사>
- 2001년 국내에 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20대 초반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쯤은 읽어줘야 되지 않나’라는 짤막한 생각에 읽게 된 책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이렇게 혹은 저렇게 살라느니 하는 어른들의 조언을 누구나 해 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쯤으로 치부했던 사람이었기에 <연금술사>의 닳고 닳은 교훈은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했으며, 여행을 떠난 젊은이가 결국 보물을 찾는 허무하고 쓸 데 없는 이야기로만 여겨졌었다. 도대체 이런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조금도 납득이 가질 않았지만 나는 남들이 그러하듯 나도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며 입에 침을 튀며 열변을 토해냈었다. 

그런데 2009년 다시 읽은 <연금술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 이래서 책은 읽고 또 읽어야 하는구나’ 그때 당시 나에게 쓸모없고 지루한 이야기쯤으로 분류되었던 연금술사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양서가 되어 다시 나타났다. 결국 인생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다지고 또 다져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던가? 주인공의 여정은 인생 그 자체였다. 꿈을 향해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그 긴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조언자, 방해자, 행인, 반려자. 우리의 인생도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나의 친밀도나 목표 등으로 인해 그들은 적이 되기도 하고 같은 편이 되기도 한다.

<연금술사>에는 우리의 삶이 투영되어 있었다. 꿈으로 가기 위해 만나는 안락함과 익숙함으로 인해 우리는 꿈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우리는 결국 조금씩 잊힌 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전해야 한다. 조금 더 견고하고 단단히 빛나는 황금인생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읽은 <연금술사>는 안락함과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나에게 도전할 것을 권유했다. 너의 꿈을 잃지 말라고 응원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현실에 안주하려 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꺼내 들 것 같다.

 

 

<외딴방>
- 신경숙의 <외딴방>은 처음 읽었을 당시에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나는 항상 같은 해에 태어난 ‘신경숙’과 ‘공지영’을 비교하며 신경숙의 손을 들어줄 만큼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 때문일까 나는 그녀의 글만큼은 언제고 한 번은 꼭 다시 읽자고 다짐해 왔었다. 그리고 2009년 그녀의 <외딴방>을 다시금 두드렸을 때 몇 해 전 <외딴방>을 통해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외딴방>을 읽었을 때는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그녀가 그저 가여웠다. 

어린 시절 넉넉하게 생활하지 못한 동질감 때문일까 그녀의 고통 아닌 고통의 순간들이 더 가슴 깊이 파고들어 나를 아프게 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사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다시 읽은 <외딴방>에서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시대상이 보였다.  80년대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겹게 사회와 벽을 두고 대치했어야 했었는지, 그들 개개인의 삶은 얼마나 고달프고 애처로웠는지, 나는 이제야 <외딴방>이 그 시설 신경숙 그녀의 외딴방이 아닌 그 시절 그 사람들의 고독의 외딴방이었음을 깨달았다.

 

 

<로드 The Road>
- 코맥 매카시의 <로드>는 사실 중도 포기한 책이었다. 지구 멸망 이후 최후의 생존자인 아버지와 아들은 버려진 지구 위를 생존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 코맥 매카시의 문체는 상당히 건조했으며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지루한 책이었다. 이 책은 지루한 책 힘들게 붙잡고 있느니 다른 책을 여러 권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포기했었던 책이다. 그리고 올해 중도 포기했던 책들을 다시 뒤적이며, 이 책을 꼭 끝까지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시 읽은 책은, 후~ 잠깐 한숨부터 쉬어야겠다. 책의 맨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전에 느꼈던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지루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마지막 골인지점에 도달한 마라토너들만이 느끼는 그런 희열을, 그리고 산 정상에 오른 자들만 외칠 수 있는 ‘야호’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의 건조한 문체는 이것이 책이 아니라, 현실의 하루하루임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지구 최후의 순간까지도 인간은 선과 이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듯 해 섬뜩하기까지 했다. 더 로드는 나에게 여전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 속에서 과연 인간이,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인간의 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 <백년의 고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눈먼 자들의 도시> 등 다시 읽은 책들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처음 우려낸 차보다 두 번째 우려낸 차가 진한 향과 깊이 있는 맛을 내는 것처럼 역시 두 번째는 깊이가 다른 듯하다. 앞으로 이 책들을 다시 읽게 되는 날 이 책들이 나에게 또 어떤 즐거움과 깨달음을 가져다 줄 지 설렌다.

[이코이코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도가니>(소설) 
- 무진에 위치한 장애인 학교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싸움. 소설 <도가니>는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현실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도 말이다. 몇 해 전 광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했다던 <도가니> 속의 진실은 놀라웠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인기 작가인 그녀가 해 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마디의 공인의 말이 당신들의 무수한 외침보다 위력이 있다는 것을 작가 공지영은 알았기에 실행에 옮긴 것일지도.

 


2.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소설)
- 2백년 전 네덜란드의 한 부유한 농가, 농장주인 딸 마리아는 14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꼬꼬’라는 흑인 노예를 선물 받는다. 책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쉽게 읽어 내려갈 만큼 짧은 내용이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마리아의 일기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은 자신이 악녀가 되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그 시대 그들 그리고 노예들의 삶을, 붙인 것도 덜어낸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가볍게 보이지만 무게가 있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3.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에세이/산문)
- 언제부턴가 가난과 질병의 나라가 되어버린 그곳 에티오피아, 의료불모지인 그곳에서 일생을 바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부부가 있다. 그들은 바로 캐서린 햄린과 레그햄린 이다. 1959년 조국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난 캐서린 햄린은 15년 전 남편이 생을 마감한 후에도 여전히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꿈은 희망 없는 의료조건과 무지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많은 소녀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잠깐의 위로와 슬픈 척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헌납할 수 있을까?

 

 

4. <굿바이 파라다이스>(소설)
- 신예 소설가 강지영의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별 기대 없었던 그녀의 글은 출판사가 씨네21인 만큼 영화소재로 사용되어야 마땅할 정도로 스릴이 넘친다. 성전환 수술, 샴쌍둥이, 비밀섹스클럽, 사후세계, 동성연애, 장애인, 살인사건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가 않은 소재 임에도 그녀는 새로운 시선과 상상력으로 잘 다듬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스릴러인가 하면 코믹이고, 판타지인가하면 호러다.

 

 

5. <엄마를 부탁해>(소설)
- 언젠가 꼭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 신경숙은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언제고 찍었어야 할 마침표를 드디어 찍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픈 마음은 신경숙 그녀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입안 가득 맴돌기만 할 뿐 뱉지 못했던 이야기들. 했어야 할 이야기를 꺼낸 이 소설은 2009년 단연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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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이코님의 나감책을 보면 책을 보는 순간들의 설렘을 느낄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한 번 보면 다음 또 보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나감책. 내일 17번째 주자와 함께 올게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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